[다산로] 물위의 도시 베네치아
[다산로] 물위의 도시 베네치아
  • 김제권 _ 수필가
  • 승인 2022.06.1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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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권 _ 수필가

해외여행이 자유화되어 유행처럼 번지던 시기 우연한 기회를 통해 보름 동안 유럽여행을 다녀왔던 적이 있다. 에펠탑, 개선문, 루브르박물관, 몽마르트 언덕, 버킹엄궁전, 괴테생가, 융프라우, 로마 등 서유럽의 많은 관광지를 다녔다.

다시 한 번 찾고 싶은 곳이 있다면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폼페이다.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베니스(Venice)의 상인>으로 널리 알려진 베네치아는 수상도시가 아니다. 퇴적물이 쌓여 형성된 삼각주와 갯벌 위에 소나무와 백양목을 일정한 간격으로 박고, 단단한 지대를 만들어 그 위에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오랫동안 물속에 잠긴 나무는 쉽게 썩지 않고 돌처럼 단단하기 때문에 그 위에 지은 베네치아는 118개 섬이 400여 개 다리로 연결되었다.

불세출의 영웅 나폴레옹은 디귿자 모형의 산마르코성당 광장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찬사했다.

베네치아를 두루 돌아다니다 보면 파리 몽마르트 언덕에서 보았던 것처럼 무명화가와 행위예술가, 거리의 악사를 볼 수 있다.

고딕 양식과 르네상스 양식 건물이 혼재된 밀집 상가 지역을 걸으며 상점 내부를 기웃거리며 독특하게 생긴 건물 앞에서 사진도 찍고 주전부리도 사서 먹었다. 가장 오래 되었다는 건물 내부가 고풍스럽던 카페에서 먹었던 아이스크림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식감이 참 좋았다는 재미도 쏠쏠했다.

베네치아에 와서 곤돌라를 타보지 않고 베네치아 여행을 했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곤돌라를 타고 수로를 다니다 보면 '탄식의 다리'가 있다. 작은 운하를 사이에 두고 궁전에서 재판을 받고 감옥으로 이송되던 죄수들이 한숨을 쉬며 건너는 다리라 해서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 곳이다.

지대가 낮은 베네치아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홍수가 자주 났다고 한다. 그때마다 지하 감옥은 쉽게 물에 잠겨 버리기에 이 다리를 건너서 감옥에 들어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죄수들이 이 다리를 지날 때 세상과 하직 인사를 했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수상버스를 타고 베네치아에서 약 2km 떨어진 무라노(Murano)섬을 향했다.

베네치안 글라스로 유명한 섬이다.지금도 유리 장인들이 많아서 유리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1291년 화재의 위험 때문에 용광로와 기술자들을 이 섬으로 옮겨 온 이래 지금은 유리 산업의 중심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박물관과 일부 공방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다. 유리 제조 전시장에 들어서자 긴 쇠파이프 끝을 풀무에 달군 장인이 장대 손잡이를 입으로 호흡을 조절하며 불어 형형색색의 유리제품을 만들었다. 유리 공예품을 만드는 신기한 광경을 쳐다보고 선물을 구입하느라 시간이 훌쩍 지난지도 몰랐다.

해외여행을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하려면 순발력 있고 해박한 지식을 가진 가이드를 만나야 한다. 이탈리아에서 2박 3일을 우리와 함께 했던 현지 가이드는 30대 중반의 한국에서 이탈리아로 유학 온 학생이었다.

그는 유년시절부터 음악에 재능이 있었지만 부모님 기대에 따라 원자력 학과에 입학했다고 했다. 그러나 낯선 학문과 씨름하기가 곤혹스러워 고민 끝에 다시 성악을 전공하게 되었는데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이탈리아로 유학을 왔다고 한다. 현지의 만만치 않은 학비 조달을 위해 5년째 아르바이트로 관광 가이드를 한다고 했다.

집 나서면 개고생이라 했듯이 즐겁게 여행을 하려면 체력이 뒷받침 해줘야 한다.

나는 여행 기간에 컨디션을 잘 유지하기 위해 현지 음식을 가리지 않고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긴장을 풀기 위해 커피 한 잔을 마시던지 소주 팩 하나를 약봉지 털어 넣듯 마시고 잠자리에 들면 다음날 몸이 거뜬했다.

오늘 베네치아 여행은 참으로 즐겁고 행복했다. 세계 젊은이들이 여인과 함께 한번 쯤 가고 싶어 하는 곳, 그 곳에 숨 막히는 파도가 있고 뜨거운 태양이 있다. 음악이 있고 낭만이 있기에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하룻밤 사랑할 수 있는 개방과 자유가 꿈틀거리는 곳이다.

죽기 전에 꼭 한번은 구경해야 하는 곳 베네치아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다시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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