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세상의 흥망성쇠, 하늘의 뜻에 달렸다.
[다산로] 세상의 흥망성쇠, 하늘의 뜻에 달렸다.
  • 김점권 _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 승인 2022.05.3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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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권 _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동양의 고전 채근담에 "하늘의 복을 구할 수는 없으나 즐거운 마음으로 복의 근원을 삼고, 하늘의 재앙을 피할 수는 없으나 살생의 기미를 제거하여 재앙을 멀리할 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세상살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특히 나이가 먹을수록, 지위가 높아질수록 세상사에 대해서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점점 '운칠기삼' 혹은 '사람의 흥망성쇠, 하늘의 뜻에 달렸다' 라고 자조 섞인 말을 하게 되어있다.

송나라 홍매가 쓴 '용재수필'에는 역사적 영웅들의 고사를 통해 인간사에 대한 허망함을 서술했다. 자,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천하를 꿈꾸던 동탁의 허망함, 후한 시절 동탁(董卓)이 국권을 찬탈하였지만 평판이 좋지 못해 따르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는 위주(渭州)에 대형 창고를 지었다. 그리고 그곳에 족히 30년은 먹을 수 있는 식량을 비축하여 두었다. 동탁이 흐뭇하여 말했다. "만약 천하를 얻게 되면 이 식량만 갖고도 여생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동탁의 미몽은 하루아침에 깨지고 말았다. 그의 양아들로 삼은 여포(呂布)가 함정을 파놓은 것이다. 동탁은 여포의 배신으로 허무하고 비참하게 죽었다. 하늘도 무심하지, 애써 정권을 탈취하고 30년간의 식량까지 마련해 놓았는데, 그렇게 허무하게 데려갔으니 말이다. 세상사 마음대로 되지 않은 것, 확실하다.

자신만 아는 공손찬의 천하, 삼국지에 등장하는 공손찬(公孫瓚)이 성벽을 쌓고 그곳을 도성으로 정했다. 성곽에는 수많은 망루를 지었으며 넉넉하게 식량을 비축하였고 군사력도 강대하였다. 공손찬은 이만하면 그 어떤 침공도 막아 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조조의 습격을 받고 하루아침에 성곽을 빼앗기고 말았으며 자신의 생명도 부지하지 못했다. 하늘의 뜻이 무엇인지, 공손찬이 어찌 알았겠는가?

내일을 모르는 조상의 천하, 삼국지에서 제갈공명과 지혜 대결을 벌였던 사마의 (司馬懿)가 조조가 세운 위나라에서 쿠테타에 성공한 이후, 당시의 실세 조상 (曺爽) 대장군이 모반을 꾀한다고 상주하였다. 대사마 환범이 조상에게 천자의 어명을 빌려 군사를 일으킨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권고하였다. 조상은 그의 진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하늘의 부귀영화를 누리는 이 사람을 누가 함부로 건드릴 수 있겠는가!" 하며 눈앞에 죽음이 닥친 것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 결과 조상은 처형당했으며, 천하 권력과는인연이 그리 길지 않았다.

모략만으로는 하늘의 뜻을 알기 어렵다. 서진(西晉)의 장화 (張華)는 아주 유명한 모략가였다. 그를 두고 '당세 자산(當世子産)'이라고까지 높이 평가하였다. 서진 2대 황제 혜제(惠帝) 사마충이 집권할 때 실권은 가 황후와 그의 측근들이 장악하였다. 그때 장화는 광록대부 대사공이라는 높은 관직에 있었다. 장화의 막내아들이 조정의 혼란한 정국을 감안하여 아버지인 장화에게 진언하였다.

"하늘에는 삼태성이 있고, 인간 세상에는 삼공 (三公)이 있사옵니다. 지금 하늘의 삼태성 중 중태성이 분리되었사옵니다. 이는 불길한 조짐이옵니다. 아버님께서는 하루빨리 퇴직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장화는 막내아들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하늘의 도리란 현묘하고 심원하느니라, 내가 조용히 변화를 기다려 보겠노라." 그 결과 장화는 조왕 사마륜에 의해 살해되었다. 형세가 이미 급박함에도 조용히 변화를 기다려 보겠다고 하다니, 천하의 모략가라고 볼 수 있겠는가? 장화와 같이 지식이 많고 지혜가 출중한 사람도 세상일에 대해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데, 하물며 평범한 사람들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 지역에도 긴장감이 팽배하고 있다. 선거에 출마한 당사자는 물론 지지자들 역시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제 3자인 일반 군민이 바라보는 선거판은 썩 달갑지가 않다. 도대체 이 좁은 지역에서 선거가 끝나면 어떻게 하려고 이렇게 과열되고 상대를 비방하고 있는가? 선거가 끝나면 그 분들은 별일 없다는 듯이 선거는 원래 그렇다고 탁 털어버릴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반 군민들의 머릿속에는 그렇지 않다. 선거에 당선되는 사람은 지역의 어른이자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내일을 위해서 살아간다. 혹자는 오늘 하루도 모르는데 내일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강변할 수도 있겠지만, 건전한 사람이라면 내일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인내하며 상호간에 불편함을 조정하고 살아간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함은 맞지만, 세상사가 인간의 머리와 의지로서만 꼭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진인사 대천명(盡人事待天命)은 최선은 다하되, 즐거운 마음으로 행운을 대신하고, 남을 해치려는 살생의 기미를 만들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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