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도척의 개가 요임금을 보고 짖다.
[다산로] 도척의 개가 요임금을 보고 짖다.
  • 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 승인 2022.05.0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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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도척(盜跖)은 춘추시대에 유명한 도적의 우두머리로서, 악인의 상징적인 대명사다. 요임금은 '요순시절'이라는 미명을 가지고 있는 현인의 대명사다. 도척의 개가 요 임금을 보고 짖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별거 없다.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데, 왜 그런 말이 나왔는가? 다음의 유명한 고사를 들어보자.

괴통의 항변, 도척의 개가 요임금을 보고 짖는 것은 덕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고조 유방이 반란군을 평정한 후에 한신(韓信)이 죽은 것을 보자 즐겁기도 하고 비감하기도 하여 여후 (呂后)에게 물었다. "한신이 죽을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소?" 여후가 대답하길, "그는 괴통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하더군요" "괴통은 제나라의 유세객으로 지모가 뛰어난 자요." 유방은 괴통을 잡아오라고 명령을 내렸다.

괴통이 잡혀오자 한고조가 물었다. "네가 회음후(한신)를 모반하도록 사주했는가?" 괴통이 답하길, "그렇습니다. 제가 분명히 권하기는 했지만, 그 작자는 저의 의견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멸망의 최후를 맞게 되었죠. 그 작자가 저의 의견을 채택했었다면, 폐하가 어찌 그를 없앨 수 있었겠습니까?" 한고조가 화가 나서 명했다. "저놈을 삶아 죽여라"

그러자 괴통이 외쳤다. "아아, 원통하구나, 나를 삶아 죽이다니 !" " 네놈이 한신을 모반하도록 부추겼다고 인정하지 않았느냐? 무엇이 억울하단 말인가?" 괴통이 말하길, "진(秦) 나라의 기강이 추락해서 정권이 와해되기 직전에 여러 호걸들이 각기 거사를 하여 천하가 혼란에 빠졌습니다. 그리하여 천하의 호걸들이 마치 까마귀 떼처럼 달려와서 제왕의 지위를 차지하려고 했는데, 능력이 월등하고 행동이 민첩한 사람이 그 자리를 먼저 얻게 되는 형세가 되었죠. 도척의 개가 요임금을 보고 짖는 것은 요 임금이 덕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개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당시 한신만 알고 있을 뿐 폐하가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게다가 천하에는 날카로운 칼날을 잡고서 폐하와 같이 천하를 얻으려고 하는 자가 얼마나 많았습니까? 단지 힘이 모자랄 뿐이죠. 폐하께서는 그 많은 사람을 모두 삶아 죽여야 하겠습니까?" 한고조는 괴통의 말을 들어보니 과연 일리가 있는지라 그의 죄를 사면해 주었다.

주인을 위한 일이 모두 옳은 일인가? 괴통은 유명한 모사로서, 한신에게 3국 정립 (유방, 항우, 한신)을 적극 권장하였으나, 한신은 유방으로부터 받은 은혜와 우유부단함으로 결단하지 못해 결국은 여후에게 잡혀서 죽고 말았다. 언변과 지혜가 뛰어난 괴통으로서는 죽기 직전 유방에게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중국 역사상 전쟁 중에는 주군을 위해서 적장을 가장 괴롭혔으나 패망하자, 적장에게 등용되어 역사에 길이 남을 자취를 남긴 인사가 꽤 있다. 춘추 시대 춘추오패의 선두주자인 제환공의 일급 참모 관중, 괴통과 같은 시대의 항우의 일급 장군 계포, 당나라 이세민 시절의 위징 등이 있다. 하지만 그들의 특성은 결코 그들 스스로 목숨을 구걸하거나 의리를 저버린 것이 아니고 적장이 그들의 절개와 능력을 높이사서 등용한 경우다. 하지만 정권만 바뀌면 자신의 안녕과 권력유지를 위해 카멜레온처럼 색깔을 바꾸고 신정권과 군주를 위해 소신을 헌신짝처럼 버린 인사도 많다. 그들의 철학은 나라와 백성을 위한다고 하지만, 속내는 개인의 이익과 권력유지였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도래했다. 정권이 바뀌면 옷을 갈아입고 색깔을 바꾸어야할 사람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해당 분야에 대한 일관성 있는 정책유지와 실행은 필요하다. 이것은 계절이 바뀌면 옷을 갈아 입듯이 적절한 변신으로 무죄다. 하지만 개인의 영달과 이익을 위해서 수시로 옷을 바꿔입고 정권에 기웃거린다면, 어찌 정상적인 인격체라고 볼 수 있겠는가? 먹이를 위해서 상갓집을 기웃거리는 한 마리 개에 불과 할 것이다. 차라리 주인을 위해서 맹목적으로 짖어대는 도척의 개가 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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