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청명(淸明)과 한식(寒食)의 미묘한 차이
[다산로] 청명(淸明)과 한식(寒食)의 미묘한 차이
  • 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 승인 2022.04.0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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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하루 차이' 라는 말이 있다. 양력 4월 5일 전후로 하루 차이가 있는 한식과 청명은 어떻게 다른 것인가? 기본적으로 청명(淸明)은 봄 일을 시작한다는 농사력의 기준이 되는 24절기의 하나이며, 한식(寒食)은 고대의 옛 풍속으로 이날은 풍우가 심하여 불을 금하고 찬밥을 먹는 습관에서 비롯되었다는 설과, 춘추시대 진문공의 신하인 개자추 전설을 기리기 위함이라는 설이 있다. 조금 구체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다.

'한식절'의 유래 (개자추 전설) <좌전(左傳)>의 기록에 의하면 진(晉) 문공(文公) 중이 (重耳)가 천하를 망명하며 고생하다 왕으로 복귀하였다. 귀국한 진 문공은 고생한 신하들에게 후한 상을 내렸으나, 유독 개자추 (介子推)에게만은 상을 내리지 않았다. 개자추는 실망하여 모친과 함께 깊은 산에 은거하였다.

개자추가 은거한다는 소식을 들은 문공은 사람을 보내 그를 궁으로 불렀으나, 개차주는 끝내 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욱 깊은 산속으로 숨어 버렸다. 문공은 개자추를 기념하기 위해서 산시성(山西省) 면상 (綿上)의 개휴현 남쪽, 개산 (介山)일대를 개자추에게 식읍으로 추증하였다.

그런데 사마천은 <사기(史記)>에서 아래와 같이 서술했다. "개자추의 식객들은 진나라 궁문에 유독 뱀 하나만이 원망에 잠겼다" 란 글을 궁문 앞에 붙혔다. 문공이 이 글을 보고 개자추를 소환해 불렀다.

그러나 개자추는 이미 도망가고 없었다. 개자추가 면상 (綿上)으로 도망갔다는 소식을 들은 진 문공은 면상을 봉했다. 그리고 '개산(介山)'으로 개명하였다.

이 기록은 <좌전>의 내용과 비슷하다. 그러나 한나라 시대의 유향(劉向)은 <신서 (新書)>의 첫머리에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

"개자추는 문공이 자기에게 상을 내리지 않자 개산으로 들어가 은거하였다. 문공이 그를 궁중으로 소환하였지만 그는 하산하지 않았다. 문공은 개산을 불바다로 만들면 그가 부득불 하산할 것으로 생각해서, 수하를 시켜 불을 놓았으나 개자추는 결코 하산하지 않고 불에 타 죽었다."

그 뒤 태원군 (太原郡) 민가에서는 개자추가 불에 타 죽은 그 달은 신령이 불을 지피는 것을 꺼려한다고 생각해서 백성들은 겨울에 한 달간 생식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러나 생식 습관은 백성들의 건강을 악화시켰다. 이에 현지 부임한 병주 자사 주거(周擧)가 부임한 즉시, 벽에 주련을 써서 붙이고, 백성들의 생활에 지장을 주는 생식을 금하게 하였다.

이후 생식 습관은 고치기 시작하였으며, 한식날은 '손 없는 날', '귀신이 꼼짝 않는 날'로 여겨 종묘나 능원에 제사 지내며 산소를 돌보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럼 청명 (淸明)은 무슨 날인가? 청명은 춘분과 곡우 사이에 들며, 음력 3월, 양력 4월 5일 경이 된다. 태양의 황경이 15도에 있을 때로서 일년중 가장 맑은 날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이 날은 한식의 하루 전날이거나 때로는 한식과 같은 날이 된다. 동시에 오늘날의 식목일과도 대개 겹치게 된다. 대부분 농가에서는 청명을 기해서 봄 일을 시작한다.

농사력으로는 청명 무렵에 논 밭둑의 손질을 하는 가래질을 시작하는데, 이것은 특히 논농사의 준비 작업이 된다. 다음 절기인 곡우 (24절기 중 6번째로 4월 20일 정도) 무렵에는 못자리 판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농사를 많이 짓는 경우에는 일꾼을 구하기 어려워서, 청명 곡우 무렵부터 일꾼을 구하기도 하였다.

청명절은 땅에 물이 촉촉하게 올라오는 시기로서 나무를 심기 좋은 때인데, 우리 겨레가 즐겨 부르던 나무 타령을 보면 힘든 나무 심기도 흥겹게 일하려고 했던 민요다. 간단하게 서설만 들어 보자.

"청명 한식 나무 심자. 무슨 나무 심을래, 십 리 절반 오리나무, 열의 갑절 스무나무, 대낮에도 밤나무, 방귀 뀌어 뽕나무, 오자마자 가래나무, 깔고 앉아 구기자나무, 거짓 없어 참나무, 그렇다고 치자나무, 칼로 베어 피나무, 네 편 내 편 양편 나무, 입 맞추어 쭉 나무, 양반 꼴에 상나무, 너 하구 나하고 살구나무, 아무 데나 아무 나무...."

온 세상에 봄꽃이 만발하는 4월 초순에 맞이 하는 한식 청명은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절기임이 확실하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코로나 바이러스로 서로 만나고 이곳저곳 자유롭게 다닐 수 없는 불편함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이 또한 지나가지 않겠는가? 어려운 시기에 서로를 배려하며 마음이라도 여유를 가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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