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박(梁山泊) 영웅호걸들의 얘기, 수호지(水滸誌)는 역사적 사실인가?
양산박(梁山泊) 영웅호걸들의 얘기, 수호지(水滸誌)는 역사적 사실인가?
  • 강진신문
  • 승인 2022.03.3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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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권의 다시 보는 중국의 고전(9)

김점권 전 센터장은 도암출신으로 전남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포스코 및 포스코건설에서 25년간 근무하면서 포스코건설 북경사무소장을 거쳐 중국건설법인 초대 동사장을 지냈다. 이어 광주테크노피아 북경 센터장을 거쳐 교민 인터넷 뉴스 컬럼리스트로 활동했다.
중국에서 25년간 생활한 역사와 고전, 문학류를 좋아하는 김 전 센터장을 통해 중국고전에 대해 새롭게 접근해본다. 편집자주/


 

 


중국에 "어릴 때는 수호전을 읽지 말고, 나이 먹어서는 삼국연의를 읽지 마라"는 속담이 있다. 말하자면 혈기왕성한 젊은 시절에 <수호전>을 읽으면 쉽게 흥분하여 난을 일으킬 수 있고, 나이 든 사람은 이미 연륜과 속셈이 깊은데 만약 <삼국지>까지 읽는다면 쉽게 노회하고 간교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수호전은 중국 4대 기서 (삼국연의, 수호전, 서유기, 금병매) 중 하나로서 삼국연의와 함께 동양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소설이다. 수호전은 단순한 창작 소설인가, 혹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했다면 어디까지 사실인가? 한번 알아보자.

<수호전(水滸傳)>, 일명 수호지(水滸誌)는 원나라 말기서 명나라 초기에 쓰여진 중국 최초의 백화문(白話文)으로 쓰인 장회 소설이며,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형성, 발전하였다. 남송 때 양산박 영웅호걸들의 얘기가 널리 유행하였는데, 당시 사람들이 모두 즐겨 들었기 때문에 이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소재로 거리 연극을 하고 문자로 기재하였다. 그 중에서 <대송 선화 유사(大宋宣和遺事)> 중에 오늘날 <수호전>의 대략적인 줄거리와 인물이 갖추어졌다.

송 말에 이르러서는 양산박의 영웅들을 주재로 한 극본만도 33종이었으나, 지금은 극본의 이름만 남아있으며, 이후 많은 문인들이 수호전을 편역 개작하였으나 그중에 시내암(施耐庵)과 나관중(羅貫中)에 의해서 오늘날의 수호전으로 완성되었다고 전해진다.

<수호전>에는 무려 108명의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들 각 개인은 사회에서 도태되어 죄인이 되었거나 암흑가 출신이거나 관료 생활을 했지만 죄를 지어 도망 다니는 사람, 문인 출신이든 하층 출신이든 하나같이 불합리한 사회 질서에 반항하며 약자를 도와주는 용감한 싸움꾼들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민중의 억울한 마음을 통쾌하게 대신 풀어주는 영웅 칭호를 받았고, 민중의 가슴에 친구처럼 각인되었다.

반면에 이러한 요소는 지배층 관료와 문인들로 하여금 <수호전>을 금서(禁書)로 낙인찍게 하였고, 수호전의 내용을 수정해서 조금씩 다른 내용으로 변형시켰다. 즉, 조정에 투항하고 황제를 위해 반란 전쟁에 참여한다는 설정이다. 그로인해 <수호전>은 중국 4대 기서 중 가장 복잡한 판본을 지닌 작품이 되어 버렸다.

<수호전>은 얼마나 역사적 사실에 가까운가? <수호전>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하지만 <삼국연의>가 '실제가 70% 허구가 30%' 라면, <수호전>은 '허구가 70% 실제가 30%'에 해당한다고 한다. 즉 수호전의 중심 인물인 송강(宋江) 등 36인에 대한 기록이 <송사(宋史)>에도 간략하게 기재되어 있는데, "송강은 36인과 함께 제, 위 지역을 횡행하였다. 관군 수만이 감히 대항하지 못했으며, 그 재주는 뛰어났다"라고 기록되었다.

그럼, 기록에 드러난 실제 인물 36인은 누구인가? <대송 선화 유사(大宋宣和遺事)>에 따르면, 36명은 호보의 송강, 지다성 오용, 옥기린 노준의, 대도 관승, 활염라 완소칠, 적발귀 유당, 설우전 장청, 낭자 연청, 병위지 손립, 낭리백조 장순, 반하얼 장횡, 입지태세 완소이, 화화상 노지심, 행자 무송, 쌍편 호연작, 혼강룡 이준, 구문룡 사진, 소이광 화영, 벽뢰화 진명, 뇌황, 신행태보 대종, 급선봉 삭초, 단명이랑 완소오, 청면수 양지, 병관소 양웅, 쌍창장 동평. 양두사 해진, 미염공 주전, 목홍, 석수, 해보, 조천왕 조개, 금창수 서녕, 복천조 이응 등 이다.

자, 그럼 36명의 역사적 결말은 어떠했는가? 설이 분분하지만, 1119년 양산박 호걸들은 조정에 귀순 상소를 올렸지만 최종 실패하고 다음 해에 군사를 이끌고 산동, 하북,강소성 북쪽 일대를 점령하였으며, 동시 시점에 남쪽에서는 방납(方?)이 기의하여 정국이 어려워 지자, 당시 호주 지현이 조정에 상소를 올려서 송강의 투항을 받아들이고 송강으로 하여금 방납을 진압하도록 건의했으나, 성사되기 전에 호주 지현이 병사하여 무산됐다.

이후 1121년에 조정은 해주 지현 장숙야(張淑夜)를 송강군 진압 대장으로 임명하고 대대적인 토벌 작전에 나섰으며, 송강 군은 대패했으며 투항했다. 이후 송강에 대한 설은 분분하다. 일설은 장숙야에 의해서 피살되었다고 전해지나 역사적 기록은 없으며, 일설은 송강이 거짓 항복하였으며, 이후 다시 봉기했고 실패하여 피살되었다고 했다. 민간 전설에서는 송강이 소설 수호지에 나오듯이 방납 진압군으로 동원되었다고 하나, 당시 주변 여건을 감안 시 신뢰성이 낮다고 한다.

<수호전>과 <삼국연의> 작가는 사제지간이었다. <수호전>저자, 시내암(施耐庵)과 <삼국연의>를 지은 나관중(羅貫中)은 어떤 관계인가?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수호전>의 저자는 시내암이며, <삼국연의>의 저자는 나관중으로 알려져 있으나, <수호전>은 시내암이 기초로 한 내용을 나관중이 문장을 다듬고 재정리하여 완성했다고 알려졌다. 그럼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떠했는가? (최근 중국 인터넷 상에 발표된 내용을 활용함)

시내암(施耐庵)은 1296년 강소성 출신으로서 원나라 말기 19세에 수재에 합격하고, 36세에 유백온과 함께 진사에 합격하여 잠시 관직에 몸담았으나, 혼란한 시기에 소주를 근거로 한 반란군 수장 장사성 (張士誠) 휘하에 합류하여 막료로서 역할을 하다, 장사성에 실망하여 관직을 고사하고 소주에서 은거하며 <수호전>을 집필하였다.

나관중(羅貫中)은 1330년 생으로서 14세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서 소주, 항주 지역을 바탕으로 장사를 하다가, 타고난 문학적인 재능으로 인근 지역 문인들과 교류를 하고 작품을 썼다. 나관중이 30세를 넘었을 즈음에 당시의 명사였던 시내암을 존경하고 스승으로 모시고 사사했으며, 시내암이 장사성의 막료로 활동할 때, 나관중을 추천하여 합류하고 같이 근무했다고 했으며, 장사성의 몰락으로 고향으로 귀향하여 <삼국 연의>, <수당 연의>, <잔당 오대사 연의>등을 저술했다고 한다.

이런 인연으로 시내암은 70여 세에 자신의 작품<수호전>을 집필할 당시 34살 아래인 나관중은 스승의 원고 집필을 도왔으며, 76세에 사망한 시내암의 뒤를 이어서 <수호전>에 대해 재 가공 및 자신의 생각을 추가 보충하여 <수호전>을 완성했다고 한다. 사실 최종 <수호전>은 나관중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호전>에서 민중에게 가장 사랑받고 있는 인물은 누구인가?

최근 중국 인터넷에서 <수호전> 108명의 영웅호걸 중 가장 민중에게 사랑받는 인물을 인터넷 투표로 선정했는데, 순위는 1위는 화화상 노지심, 2위는 행자 무송, 3위는 군관 출신 임충이라고 했다. 노지심은 불의를 못 참고, 의리에 투철하며, 자신을 돌보지 않고 정의를 위해 싸우는 스님의 모습이 만인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며, 행자 무송은 술 취한 상태에서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는 호기와 두주불사의 호걸 정신이 민중에게 어필했기 때문이며, 임충은 그야말로 당시 송대의 부정부패의 희생자다. 무예가 뛰어나서 80만 금군의 무술 지도자였으나, 당시 실세 고태위 아들에게 모함을 당하여 미인 아내가 죽고, 유배지에서 핍박을 당하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영웅의 뒷모습이 안타깝기 때문일 것이다.

<수호전>은 이 세 사람 말고도 매력 있는 호걸은 많다. '급시우(及時雨)' '때맞춰서 비가 온다'라는 미명에 맞게 남을 위해서 할 것 다하는 송강, 다소 거칠고 무뢰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이규, 피리와 무술로 거친 세상을 낭만적으로 살아가는 연청, 멋진 귀공자 타입이지만 화살의 달인 화영 등 많고도 많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드라마, 영화 소재 중의 하나가 <수호전>이다. 지난 98년에 방영된 43편 <수호전>, 2011년에 방영된 2탄 86편 <수호전>, 행자 무송에 대한 수많은 단편 영화, 드라마, 노지심의 영웅담을 담은 드라마 영화, 나머지 인물들에 대해서도 영화의 소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아마도<서유기>는 손오공과 적팔계, 사오정 등 소수 주인공 중심이며, 삼국지는 등장 인물이 너무 많아서 제한적이지만, <수호전>의 인물은 108명이나 되는 각자 개성이 독특하고 뛰어난 무공 소유자인 영웅호걸들의 기상천외한 얘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 어린 자녀들에게 독서의 습관을 기르게 할려면 본인이 좋아하는 책 중심으로 닥치는대로 보게 하는 것이 좋다. 흔히 말해서 만화, 무협지, 위인전, 순수 문학, 탐정 소설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다보면, 자신의 주관이 생기고 다양한 세상살이에 대해서 예방주사를 맞게 되는 효과를 보게 되는 것이다. 세상 살아가는데 '어느 구름에 비가 올지 모른다'는 말은 사실이다. 세상의 모든 일을 직접 경험해 볼 수는 없다.

독서를 통해 간접 경험을 해보는 것, 절대 필요하다. 필자는 수호전을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접했다. 책을 보고 나서 느낌은 독서의 맛을 만끽할 수 있었으며, 어른이 되어서 중국 일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혹자는 <수호전>을 '젊어서는 보지 말라' 라고 했지만, <수호전>은 젊어서도 나이 들어서도 볼 만한 멋진 소설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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