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여민동락(與民同樂)
[다산로] 여민동락(與民同樂)
  • 유헌 _ 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 회장
  • 승인 2022.03.3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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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헌 _ 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 회장

세상이 어수선하다. 선거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얼마 전 대통령 선거를 치른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이 그렇다. 절반은 네 편, 나머지 절반은 내편이다. 0.73% 차의 승자는 세상을 다 얻은 듯 벌써부터 전쟁통의 점령군처럼 기고만장이다.

한 표라도 더 얻는 쪽이 승자가 된다는 걸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게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기 때문이다. 당선자의 당선 일성은 국민통합이었다. 그럼에도 국정의 큰 그림을 그려야할 중차대한 시점에 대통령 집무실 문제로 국론이 크게 분열돼 국민은 불편하다.

궁금한 게 있다. 정말 청와대에서 근무하면 제왕적 대통령이 되고 국방부에서 업무를 보면  민주적 대통령이 된단 말인가. 당선자는 기자회견에서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했다. 꼭 그럴까. 이해하기 힘든 말이다. 그게 어디 장소만의 문제일까. 결국은 제도이다. 제도의 문제이다. 중요한 건 사람이고 사람의 생각이다.

광화문 대통령 집무실 공약으로 당선됐으면 그걸 실천하도록 노력하고, 아니라는 판단이 서면 국민의 의견을 묻는 게 도리가 아닌가. 전임 정부에서 불가 판단을 내렸는데도 그걸 공약으로 내건 것도 이상하고 갑자기 국방부로 가겠다고 하니 더 이상하다. 이해관계가 얽히면 군민회관 하나 옮기는데도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다. 면사무소를 옮기는 데도 공청회를 한다. 밀어붙인다고 어디 되는 세상인가. 시작도 전에 불통의 그림자가 짙게 보여 가슴이 답답하다. 

위정자란 누구인가. 국민을 편안하게 모셔야 할 책임과 의무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국민을 불편하게 하면 안된다. 국민의 편에서 신중하게 생각하고 사심 없이 처신해야 한다. 말보다는 합리적인 실천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내가 사는 우리 강진의 경우는 일단 안심이다.

'더불어 행복한 강진, 군민이 주인입니다'라는 군정 슬로건을 실천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공직자들이 있고 군정 책임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군 단위 최초 4년 연속 '일자리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군정 전반에 걸쳐 큰 성과를 내고 있는 게 결코 우연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강진군청 2층에 가면 군수실이 있다. 그곳 이승옥 군수 집무실 벽에 '與民同樂'이라는 글귀가 붙어있다. 그렇다보니 강진 군민들에게 여민동락은 어느 정도 익숙한 말이 됐다. 익히 알다시피 여민동락은 전국시대 맹자(孟子)의 양혜왕 하(梁惠王 下)에 나온다. 백성과 동고동락하는 통치자의 이상적인 자세를 비유할 때 자주 인용하는 사자성어가 여민동락인 것이다. 

"왕께서 사냥을 하시는데 백성들이 그 행차하는 거마 소리와 화려한 깃발을 보고는 골머리를 앓고 이맛살을 찌푸리며 원망한다면, 이는 백성들과 즐거움을 함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왕께서 사냥을 하시는데 백성들이 거마 소리와 화려한 깃발을 보고 모두들 기뻐하는 빛을 띠며 '왕께서 질병 없이 건강하신가 보다. 어찌 저리 사냥을 잘하실까'라고 한다면, 이는 다른 이유가 아니라 백성들과 즐거움을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왕의 행차, 같은 사냥 행차지만 한편에서는 백성들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불평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백성들이 모두 기뻐하며 왕의 건강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내용이다. 전자는 왕이 백성들과 즐거움을 함께 하지 않았고, 후자의 경우는 백성들과 즐거움을 함께 하기 때문인 것이다.

국정은 물론 군정(郡政)도 다를 바가 없다. 기쁨도 고통도 함께 나누는 지도자라야만 군민들이 믿고 따르게 된다. 일시적인 인기 영합이나 즉흥적인 행보보다는 정직하고 사심 없이 행동하는 지도자상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그래야 나라가 편안하고 지역이 발전한다. 지역민이 행복하다. 차분하게, 차근차근 그렇게 가야 멀리 간다. 

여민동락(與民同樂),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하다. 백성과 더불어, 군민과 더불어. 군민이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지금처럼 군정 책임자가 이끌고, 공직자들이 열심히 뛴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 강진의 미래는 밝다. 편안한 고장, 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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