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햇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다
[다산로] 햇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다
  • 황호만 _ 전 의정동우회장
  • 승인 2022.03.0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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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만 _ 전 의정동우회장

이승만 초대 대통령 이후 영남 출신들이 국가의 최고 권력을 휘둘러왔다. 박정희 18년 6개월, 전두환 7년, 노태우 5년, 김영삼 5년, 노무현 5년, 박근혜 4년, 문재인 5년 등 49년 6개월을 집권했으며 차기 5년을 합하면 54년 6개월을 집권한다. 호남 출신은 김대중 5년이 전부다. 대선의 유력후보인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모두 영남 출신이며, 비영남 출신인 심상정 후보가 있지만 영남 후보가 또다시 대권이라니. 이런 영남 인재 독점 구조를 보면서 유권자의 한사람으로서 한숨이 먼저 나온다. 나만의 한숨이기를 바라면서 긴 한숨을 또 쉬었다.

길고 긴 영남 패권시대 영남 대권은 또다시 연장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한 지역 출신들이 번갈아 가며 집권하는 중에 지역감정이 생겨나고 지역 불균형 발전이 이뤄졌으며, 특정 지역의 인재 등용이 이루어진 것이 현실이다.

이번 대선은 영남 출신이 재집권 할 수 밖에 없다. 호남, 경기, 충청, 강원, 제주 출신의 대선후보, 즉 비영남 출신의 대선 후보인 심상성 후보가 있으나 당선권 대상이 못 되기 때문이다.

대통령 후보 텔레비전 토론을 보면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만의 말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이번 대선 결과는 뻔하다. 木女木(뻔할 뻔). 출신지가 영남이 아니면 힘을 쓸 수 없는 차별이 일상화된 나라라면 곤란하다. 대선이 끝나기도 전에 성급한 지적일지 모르나 차기 정권 기간에 또다시 한 지역 출신끼리 해먹는 것은 곤란하다.

한지역 출신이 지속적으로 국가의 최고 권력을 독차지하면 국가의 균형이 상실되기 마련이다. 한 지역 출신들끼리 권력을 남용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은 검찰, 경찰, 정보기관, 청와대 등 국가 요직을 영남 출신으로 채워 왔다고들 했다. 다른 지역 출신들을 믿지 못해서였을까?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의 비운을 맛보게 됐다. 그 과정에서 국격이 하락했고 "이것도 국가냐!"라는 비아냥적인 비판을 받아야 했다.

전국 각지의 인재를 고르게 등용하는 인사탕평책이 마련돼야 한다. 청와대가 영남향우회여서는 아니 된다. 국가 주요 권력기관의 상층부를 영남 출신들로 채워 국가권력을 영남 출신들이 장악해서도 아니 된다. 출신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아니 된다. 공평한 국가이기를 국민은 기대한다.

"새정치를 실현하겠다"고 말로는 강조한다. 그래서 더욱 걱정스러운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깊이 생각할 사항이 태산같이 많다. 인품의 옥석을 가리지 못하고 능력의 유무를 판단치 못한다면 우리는 방관자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 책임은 결국 유권자가 져야 한다. 과거의 잘못된 정책과 제도를 바로 잡겠다는 공약은 좋지만 그것이 분노와 복수심에서 비롯되거나,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한 것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국가의 번영과 국민의 책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

사회학자 로베르트 헤틀라게는 오늘날 사회가 거짓말에 너무 관대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요즘 거짓말은 세상을 살아가는 에티켓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책임은 정치인에게 있는 것 같다. 정치인들의 거짓말을 너무 자주 듣다 보니 이들 거짓말에 대해 내성이 생겼다고나 할까. 마키아벨리는 '군주는 거짓말 잘하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정치인의 거짓말을 합리화하기까지 했다. 정치인의 거짓말은 무심하면서도 그 결과가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선거때마다 거짓 공약을 남발해 당선된 뒤 오랫동안 승승장구한 정치인이 죽어서 저승에 갔다. 저승사자와 함께 저승길로 들어서는데 입구 주변에 수많은 등불이 이름표를 단 채로 깜빡거리고 있는 것을 보고 무엇인지 물었다.

저승사자가 설명하길 죽는 사람은 모두 등불이 하나씩 정해져 있는데 생전에 거짓말을 한 횟수만큼 깜빡인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등불을 자세히 살펴보니 자주 깜빡이는 게 있는가 하면 거의 깜빡거리지 않는 것도 있었다. 정치인은 자기의 등불이 어디에 있는지 황급히 저승사자에게 물었다. 그 정치인의 등불을 저승의 교통신호등으로 쓰고 있다는 저승사자의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전문가의 전망을 참고해 최종적인 의사결정은 본인 스스로가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소 자기에게 성실하게 조언해 줄 수 있는 조언자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조언 결과에 시비를 걸지 말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세상을 살면서 즐거운 일도 겪고 즐거운 일도 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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