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춘대학의 벗
[기고] 청춘대학의 벗
  • 고인선 _ 신전주간보호센터 요양사
  • 승인 2022.02.1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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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선 _ 신전주간보호센터 요양사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00친구 생일 축하합니다" "와~우"

오늘 우리 청춘대학(신전주간보호센터)에서는 2월 생일을 맞은 어르신들을 위한 생일잔치가 열렸다.

매일 자리에 눕는 것을 좋아하시던 어르신도 오늘만큼은 반짝반짝 호기심 어린 눈으로 생일상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계신다. 황혼의 길을 함께 걷고 있는 우리 어르신들의 생일을 공동으로 축하해드리고 있다.

생일 축하 자리에선 알록달록 반짝이가 달린 고깔모자를 쓰고, 케이크 위의 촛불을 '후'하고 불던 어르신은 연신 고맙다며 눈물을 글썽이신다.

오전 오락 시간에는 서툰 솜씨지만 손수 만든 축하 카드의 메시지를 복지사님이 하나하나 읽어 내려갈 때는 어르신들이 울다가 웃다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가 되었다.

생일 케이크, 보호자들이 보낸 떡, 우리가 준비한 과일 등으로 푸짐하게 잔칫상을 받으신 오늘만큼은 어르신 이마의 주름살이 하나쯤은 활짝 펴지신 것 같다.

코로나19로 움츠렸던 어르신들의 마음에 마음을 치유하는 행복의 일곱 빛깔 무지개가 떴다. 우리 어르신들은 처음 청춘 대학에 입소하셨을 때는 서로가 어색하고 서먹서먹해하셨다. 하지만 금세 어르신들만의 특유의 친화력으로 이젠 서로 나이 순서 따라 언니 동상(동생)하며 잘 지내신다.

테이블에 네일아트숍을 차리면 서로 먼저 전번보다 더 고운 색을 바르고 싶어 하신다.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고 살았던 어르신들이 안 하신다하면 어쩌지 생각은 나의 기우였다. 빨강, 자주색 등 화려한 색을 손톱에 발라 드리니 손톱이 점점 예뻐진다며 좋아하는 모습이 소녀다. 

손 마디마디가 불거지고 손톱은 두꺼워도 오늘만큼은 열일곱 소녀, 꽃처럼 고우시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자녀들은 외지로 나가고, 혼자 쓸쓸하게 지내는 어르신들이 이렇게 청춘 대학에 모여서 웃고 떠들며 지내시니 보살피는 우리들(요양보호사, 이하 직원) 마음도 조금은 가볍다.

장기자랑 시간에는 한평생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를 하시느라 꼭꼭 가슴에 숨겨왔던 끼를 유감없이 발휘하신다. 허리는 구부정하고 손발은 예전 같지 않으나, 열심히 율동을 따라 하시는 모습을 바라보면 나의 20년 후를 보는 듯하여 연민의 정을 느낀다.

"여기 와서 맛난 것 먹고 춤추고 집에 가면 밤에 잠도 잘 자고, 글구 화장실에서 볼일도 시원하게 본다니께"

어르신의 말에 행복함이 그대로 묻어 나와 흐뭇했다. 오늘 오전 마지막 곡은 가요 100세 인생이다. 노래가 흘러나온다. 어르신들이 가장 힘주어 부르시는 대목은 "8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만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90세에 저 세상에서 또 데릴러 오거든 알아서 갈 테니 재촉 말라 전해라" 노래하며 율동하시는 어르신들 열 개의 손가락에는 복숭아빛 고운 색이 반짝반짝 빛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설 명절에 반가운 얼굴, 기다리던 얼굴들을 보지 못해 쓸쓸하시던 어르신들도 오늘만큼은 행복해 보이신다.

"어르신, 건강하게 오래오래 뵈어요" 청춘대학 어르신을 보살피는 나는 우리나라 일등 요양보호사입니다.

지금처럼 서로 안부를 나누고 노년의 동반자로 함께 걸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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