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참다운 우정
[다산로] 참다운 우정
  • 김제권 _ 수필가
  • 승인 2022.02.01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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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권 _ 수필가

친구는 청소년기 자아형성 과정에 부모와 스승 다음으로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관포지교(管鮑之交)'와 같은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한 사람만 있어도 그 사람의 삶은 최소한 실패하지는 않은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참다운 우정은 신뢰와 배려로 생기는 것이다.

제(齊)나라 희공(僖公, BC.731∼BC.698)은 태공망 여상의 13대째인데, 제아(諸兒), 규(糾), 소백(小白) 등 세 아들이 있었다. 태자인 큰아들이 왕위를 계승했는데 친누이와 근친상간을 하는 등 사생활이 문란해 정치도 따라서 쇠퇴해갔다.

이즈음 둘째 아들 규의 스승이 은퇴하자 포숙이 규에게 관중을 추천했다. 이때부터 관중과 포숙은 각각 규와 소백을 섬기게 되었다. 왕의 행동이 갈수록 더 포악무도해 지자 공자 규와 소백도 안전을 염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침내 규는 관중과 함께 노(魯)나라로 피했고, 소백은 포숙과 더불어 거나라로 망명했다.

날이 갈수록 양공을 원망하는 신하들이 늘어났다. 그를 가장 원망한 사람은 사촌 동생 무지(無知)였다. 그들은 무지를 앞세워 궁중에 침입하여 양공을 죽이고 왕이 되었지만 그 역시 포악무도하게 정치를 하다 수개월 만에 살해 됐다. 이때부터 제의 주인 자리를 놓고 규와 소백 사이에 피비린내 나는 골육상쟁이 시작되었다. 전쟁의 결과는 노나라의 패배로 끝나고 제나라에 화의를 청하자 화의의 조건으로 규를 잡아 죽이도록 요청했다. 조건을 받아들여 규를 죽이고, 관중까지 죽이려 하자 제나라 사신이 관중은 우리 임금을 사살하려는 사람이므로 자기 임금께서 직접 처단할 것이라면서 관중을 죽이지 못하게 했다.

관중은 제나라로 압송되었는데, 자기를 살려 주기 위한 포숙의 계책임을 알고 있었다. 죄인 관중이 제나라에 도착하자 그의 친구 포숙이 직접 맞이했다. 포숙은 환공에게 말했다. 정권을 잡은 것으로 만족한다면 나만으로 괜찮지만, 중원의 패자가 될 생각이 있다면 자기 혼자만으로 부족하다며 관중을 추천했다.

환공은 포숙의 추천을 받아들여 자신을 죽이려 했던 관중을 재상으로 등용하여 패자의 지위를 확보했고, 천하를 바꿀 수 있었다.

관중이 제의 재상이 되어 국정을 맡은 후 제나라는 크게 바뀌었다. 관중은 지리적 이로움을 살려 해산물을 팔아서 군비를 튼튼히 하였음은 물론, 고락을 민중과 함께하였다. 재상이 영을 내리면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민심이 잘 순응했다. 나라에서 의논한 정책은 백성들이 쉽게 행할 수 있었고, 백성이 바라는 것을 나라에서 잘 들어주며, 백성이 싫어하는 것은 제거하여 백성들의 불편을 덜어 주었다.

포숙은 관중을 재상으로 천거한 후 자신은 늘 관중의 말석에 들어가 일을 했다. 세상 사람들은 관중의 현명함보다 친구의 의리를 지키며 사람의 능력을 알아봤던 포숙을 더 칭찬하고 존경했다. 여기서 유래하여 사람들은 목숨을 나눌 수 있는 절친한 친구 사이를 가리켜 '관포지교'라고 하게 되었다.

매우 가까운 친구 사이 일수록 세심한 배려와 신뢰가 필요한 것 같다. 나도 얼마 전 절친한 친구에게 절교 단계까지 이를 정도의 커다란 실수를 한 적이 있다. 발단은 사소한 것으로 시작되었지만 누적되어 오해로 변한 것이다. 아무리 절친한 친구라도 잘못을 했으면 자존심을 내세우지 말고 재빨리 사과해야 하는 것이 오랫동안 우정을 유지하는 방법임을 깨달았다.

요즘 친구와 사소한 다툼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사건을 TV.보도를 통해서 자주 접한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좋은 말도 있는데, 벗끼리 극단적인 상황에 이른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 관중과 포숙처럼 생명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성공적인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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