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건진료소장이다. 보건진료소에는 보건진료전담공무원인 보건진료소장이 1인 근무를 한다. 빠른 고령화로 노인 인구 비율이 증가하는 현실에 의사가 없는 농어촌의 의료취약 지역 주민들에게 보건진료소는 일차 보건의료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여 건강 수준 향상을 위한 역할을 하기에 더욱 중요하다.
진료소 내에서 환자 진료지침에 따라 일차진료와 약 처방을 하고 기존 약물과의 중복이나 약물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다시 설명하고 약 봉투에도 크게 써드린다. 그러나 나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병원에서 다리가 아파서 처방 받은 약이 있지만, 어깨가 아프면 다른 약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진료소 문을 두드린다. 이런 문제가 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하여 처방 시 중복 약을 걸러주는 DUR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으나 과거 처방받았던 약을 모아두셨다가 복용하기 때문에 노인에게서 약물 오남용은 정말 심각한 문제이다.
또 관할지역 주민들의 가정이나 마을 경로당을 방문하여 건강 상태를 살피고 보건교육을 하며 건강증진 업무, 방문보건 업무, 치매 업무, 정신보건 업무, 감염병 업무를 하며 지역 주민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일한다. 또한 1인 근무기에 진료소 내부, 외부 관리를 혼자 담당하여 정비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사회 각 계층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보건소 소속인 나 역시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해 새롭게 맡은 업무가 많아졌다. 선별진료소 및 상황실 근무, 자가격리자 관리, 역학조사, 자가격리 시설 근무 등 군민의 안전을 위하여 직원들이 돌아가며 비상근무를 했다.
작년 하반기 우리나라에도 코로나19 백신이 도입되어 주민들에게 접종 홍보를 하며 예방접종센터에서 백신 접종을 위한 업무를 했고, 작년 12월부터는 면 소재지로 '찾아가는 백신버스'가 시행되어 담당 면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했다. 모두가 협조해 준 덕분에 우리 마을도 대부분의 어르신이 추가 접종까지 마친 상태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주민들이 겪는 어려움은 크다. 마을 어르신들에게 있어 경로당은 그냥 마을회관이 아닌 삶의 터전이고 중요한 모임 장소이다. 거동이 불편하여 읍내까지 다니지 못하고 경로당까지만 겨우 나오셔서 하루를 보내는데 장기화 된 코로나 상황에 사회활동이 제한되고 모일 수 있는 장소가 축소되고 폐쇄되니 혼자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며 어르신들의 답답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르신들의 고충은 당신들만의 일이 아니다. 이러한 걱정으로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우리 또한 밤잠을 못 이루게 한다. 강진군 보건진료소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나 우울감, 불면증을 극복해보기 위해 최근 수면 유도물질인 락투신이 일반 상추에 비해 124배 높아 천연 수면제로 각광 받고 있는 흑하랑 상추를 이용하여 보건진료소 특화사업으로 '꿀잠 프로젝트'도 진행하였다.
그 결과 직접 흙을 만지고 상추를 재배하여 나물이나 주스도 만들어 먹어보고, 스마트 밴드를 이용한 걷기운동도 할 수 있도록 격려하여 실제 효과를 보았고 어르신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낼 수 있었다. 또한 다중 집합이 어려운 상황에 유연히 대처하여, 마을 내 소모임 활동으로 '진료소 중심 기억쉼터'를 운영하여 원예, 공예, 운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어르신들의 사회적인 활동 장려 및 삶의 활력을 불어 넣어 드리기도 하였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지쳐 있지만 군민의 건강과 한층 더 나아질 내일을 위해 강진군 공무원들을 비롯하여 각 분야의 모두가 열심히 힘을 합하고 있다. 나 역시 40년의 역사를 지닌 보건진료소에서 그 책임을 느끼며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의 본분을 잊지 않고 주민들의 말을 경청하며 보건진료소장으로서 모든 지역 주민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일차보건의료의 최전방에서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하여 힘차게 나아갈 것을 오늘도 다짐해 보는 나는 보건진료소장이다.
강서영 _ 송천보건진료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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