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애별리고
[기고] 애별리고
  • 최희복 _ 활동지원사
  • 승인 2022.01.2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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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복 _ 활동지원사

헤어지기 싫어도 헤어져야 하는 아픔을 불법에서는 팔고의 하나인 애별리고라 표현 했습니다. 부부·형제·사랑하는 남녀·친구 등등.

3년전 장애인 활동지원사로 일 하면서 어느 장애인을 (대상자) 서비스하게 되었습니다. 그 대상자는 지적장애·신체적 장애는 있었지만 걷는 것은 할 수 있어서 운동을 잘 시키라는 보호자 뜻에 따라 근처 성곽·연못 데크길을 거의 날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한두시간쯤 걷기를 했지요.

"운동갑시다" 그 말 한마디면 습관적으로 신선한 바람을 쐬며 걷고 또 걷고 일년을 넘게 하루 중 3~4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종이접기·글씨쓰기·실내 자전거 타기 등등 취미 생활을 하도록 지도 전달 했지요. 어느날 보호자분께서 전화가 왔습니다. 밤에 갑자기 뇌출혈이 있어서 대학병원에 와 있다는 것입니다.

보편적으로 장애인들은 한두가지 질병이 따르게 마련이라는데 투석하므로 혈관장애가 온다는 것입니다.

수술도 못하고 피가 멈추기만 기다린다는데 애가 닳지만 코로나19시대라서 좋은 소식 오기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호자분의 간호와 대학병원의 최선을 다 한 치료 결과로 회복실로 나오셨다는데 여전히 상태는 퇴원하기 어려운 상태인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는 우리들의 문화생활도 동호회 모임도 무야유야로 만들었습니다.

참 어려운 난국입니다. 지금도 같은 장소를 혼자 걷고 또 걸으면서 하루빨리 이 길들을 함께 하기를 기원드립니다.

습관적인 만남·직업의식의 만남이었어도 일년 지나니 가슴이 아리고 슬픕니다.

대상자께서도 제 마음처럼 예전에 걸었던 그 길들을 기억하리라 믿어 봅니다.

애별리고 - 친구 마음이었든지 연민이었든지 제 마음은 그 시절로 돌아가 걷고 또 걷고 싶습니다.

기억하세요. 유총각과 김낭자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의전설 동상·얼음만 녹으면 쑥쑥 올라 오는 연잎사귀·봄이면 연푸른 나물들·미나리·머위때 어덕, 여름이면 욱어진 감나무, 가을이면 주렁주럼 열렸던 감·고추 따기· 콩 수확·메주 띄우기·절임배추 생전에 해 보지 못했던 일들을 대상자와 함께 도와 가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들에게 그런 시절은 또 올것입니다. 부디 정신 놓지 마시고 반갑게 만납시다. 가슴이 아려서 울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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