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생지사, 새옹지마(塞翁之馬)
[기고] 인생지사, 새옹지마(塞翁之馬)
  • 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 승인 2022.01.1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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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다사다난했던 신축년(辛丑年)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다가왔다. 금년은 육십간지 중 39번째로 임(壬)이 흑색, 인(寅)은 호랑이를 의미하는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 한다.

예로부터 호랑이는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인 동시에 경외의 대상이지만, 한편으로는 용맹하고 기백이 뛰어나며, 인간을 수호하고 권선징악을 판별하는 신통력있는 영물로 인식되어 왔다.
거기다가 '검은 호랑이'는 호랑이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리더십, 독립성, 도전 정신이 강하고 열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아무쪼록 2022년 임인년 새해에는 지긋지긋한 코로나가 검은 호랑이 위세에 물러나길 바라고, 새로 탄생할 대통령도 검은 호랑이를 닮은 훌륭한 지도자가 되길 바란다.

그런데 지난 한 해 여러분의 생활은  어떠셨는지요? 어려움 속에서도 뜻을 이룬 사람도 있을 것이고, 더욱 어려움을 겪은 분도 있을 것이다. 성공하신 분들이나 실패하신 분들은 '인생지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성어를 가슴에 새기시길 바란다. '인생지사, 새옹지마' 란 무슨 말인가? 한번 알아보자. 중국 한(漢) 나라 황족인 유안이 쓴 '회남자'의 인생 교훈 편에 나오는 고사 중의 하나로서, 세상살이가 좋기만 한 것도, 나쁘기만 한 것도 없으니,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교훈이다.

중국 변경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한 늙은이를 새옹(塞翁)이라고 불렀다. 새옹은 훌륭한 말 한 필을 길렀는데, 어느 날 그 말이 국경 밖으로 달아나고 말았다. 이웃들은 그 일을 애석하게 생각했지만, 새옹 자신은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표정으로 이웃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말 한 필을 잃었다고 해서 걱정할 일이 있겠습니까? 어쩌면 좋은 일 일지도 모르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말이 다시 돌아왔는데, 혼자가 아니라 준마들을 거느리고 왔다. 이웃들은 새옹을 찾아와서 말을 얻은 걸 축하했지만, 새옹은 역시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이웃들에게 말했다.

"반드시 좋은 일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이 말(馬)로 인해 화를 당할지 누가 안다는 말입니까? "아닌 게 아니라 얼마 후에 새옹의 아들이 이 말을 타고 놀다가 떨어져서 불구가 되었다.

새옹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들의 액운을 불행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라에 이웃 이민족들이 대거 침입해오자, 변방의 청장년들은 모두 징병이 되어 나가서 대부분 전선에서 전사하였다. 하지만 새옹의 아들은 다리가 불구였기에 전선에 나가지 않았고, 그로 인해 생명을 보존할 수 있었다.

이 새옹의 일화는 인간 세상의 길흉과 화복은 변화무쌍해서 인간이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걱정과 기쁨, 길한 것과 흉한 것은 본래 한 뿌리에서 나온 것이며, 어지러움은 다스림에서 생기고 위험은 안정에서 온다고 한다. 맛있는 우물은 쉽게 말라붙으나, 떫고 신 과일은 오래 보존되며, 귀한 옥돌은 심산 속에 묻혀있지만 오히려 도끼에 찍히고 망치에 부서지나, 깊숙한 골짜기에 자라는 난초는 보는 사람은 없지만 오히려 자기의 향기는 오래도록 보존 할 수 있다.

나무는 숲 속에서 비와 이슬을 맞고 햇빛을 받아서 아름답게 자라지만, 성대하게 자라서 가지가 많아지면 바람 잘 날이 없는 법이다.

이처럼 길흉과 화복은 서로 교호(交互) 하는 관계이니 복 가운데 화가 있고, 화 가운데 복이 있음으로, 세상살이가 비록 험난하더라도 너무 실망하거나 비탄에 잠기지 말라고 한다.

채근담에서는 "복은 억지로 추구할 수 없으니, 즐거운 정신을 기르는 것으로 복의 근본을 삼고, 화(禍)는 억지로 피할 수 없는 것이니, 살생의 기미를 제거하는 것으로 화를 멀리하는 방도로 삼을 뿐이다"라고 하였다. 결국 세상의 모든 복과 화는 자신의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것이라고 한다. 아무쪼록 임인년 새해, 세상 사람들이 행복한 한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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