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행복한 노후를 꿈꾸며
[다산로] 행복한 노후를 꿈꾸며
  • 김제권 _ 수필가
  • 승인 2022.01.05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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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권 _ 수필가

현대의학 발전으로 백세 시대가 열렸다. 따라서 수명 연장으로 노인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해졌다. 정부와 지방자치는 노인들 삶의 질 향상에 힘을 쏟지만 역부족이다. 집약적 농경사회서 계승되어 오던 대가족 문화가 무너지고 핵가족 문화로 바뀐 지가 오래됐다. 자녀들 의식 수준도 변하여 옛날처럼 한 지붕 밑에서 부모와 함께 살기를 꺼려하며 부모와 근거리에 거주하며 돌보는 수정확대가족이 증가하고 있다.

자식이 부모를 부양할 능력이 없어 돌봄 서비스를 받으며 홀로 쓸쓸하게 지내는 독거노인, 약값을 벌기 위해 종일 폐지를 수거하러 다니는 노인, 끼니 해결을 위해 무료급식소를 찾는 노인이 늘고 있다.

조류 중에 흉조라며 천히 여기는 까마귀도 어미가 늙어 힘을 못 쓰면 둥지에 모셔두고 새끼들이 먹이를 물어다 준다고 한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새보다 못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딱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젊어서 매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노후를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취미'를 갖는 것이다. 취미란 남은 시간을 재미있고 보람 있게 보내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흥미롭다면 종일 매달려도 힘들거나 지루하지 않다. 어린애들이 장난감 가지고 노는 놀이에 몰입되어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고 밥 먹으라 해도 아랑곳 하지 않고 몰두하는 것과 같다. 나이 든 사람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무료함과 무기력이다.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혼자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면 노화를 재촉하여 수명을 앞당길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정신을 집중하여 놀이를 하는 동안 몸도 긴장을 유지하며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취미활동을 꾸준히 하다보면, 그 분야에 실력도 향상되어 전문가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TV 프로그램 "세상에 이런 일이"에 출연한 사람들 모두가 공통점이 있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작은 취미로 시작해서 전문가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노후를 무료하게 살거나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가랑비가 촉촉이 내리는 날 친구들과 어울려 삼겹살에 소주 한잔 마시다 흥이 오르면 노래방에서 즐기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게 생활의 전부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말이다. 무기력한 내 삶을 활력 넘치게 변화시켜주는 취미를 갖는 것은 연금에 가입하는 것 이상으로 유익하다.

노화와 함께 갱년기가 시작될 무렵이면 호르몬 변화로 인해 신체 기능이 약화되어 보조식품을 섭취하게 된다. 이때부터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놓고 하고 싶었던 취미 생활을 시작한다. 이때부터 테니스나 축구처럼 재빠른 순발력과 순간적으로 방향을 바꾸는 격렬한 운동은 삼가야 한다.

패기 넘치던 지난 날 활동적인 운동을 했다면 이제 산책, 걷기, 수영, 맨손체조 등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은 운동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동적 취미생활에서 정적 취미생활로 바꿔가는 것이 좋다. 인지기능 향상을 위해 열손가락을 활용하는 악기연주, 혈액 순환을 위해 손뼉치고 노래 부르기, 다양한 색상을 사용하여 그림 그리기, 책 읽고 글쓰기 취미는 정서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우울증, 노인성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나도 행복한 노후생활을 위해 소박한 꿈을 하나 간직하고 있다. 경제적 형편에 맞추어 작은 도랑에 물이 사철 졸졸 흐르는 곳에 텃밭을 일구고, 흙과 나무로 작업실을 지어 남쪽으로 큰 창문을 내고 싶다.

더 욕심을 낸다면 미래의 손자들이 도심의 소음에서 벗어나 여름이면 그늘진 웅덩이 돌 밑에 숨어있는 가재를 잡고 겨울이면 아궁이 불에 고구마를 구워먹으며 유년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

거자일소(去者日疎)라는 말이 있다. 죽은 사람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은 날이 갈수록 멀어진다는 뜻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도 만남이 없으면 소원해지기 마련이다. 나이가 들수록 가족 간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많이 나누며 살아야 노후생활이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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