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밤이 좋다
[기고] 밤이 좋다
  • 엄남섭 _ 농업인
  • 승인 2021.12.20 10: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엄남섭 _ 농업인

평균수면이 3~4시간이면 너무 적다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난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8시간을 누워서 잠을 자도 얼마나 깊이 드느냐, 얕게 드느냐가 문제이지 꼭 오랫동안 잔다고 좋다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다. 적은 시간을 자더라도 나처럼 깊이 드는 것이 좋다는 내 생각이 틀리지 않다는 거다.

일반인들이 거의 잠에 빠져 있을 시간에, 나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 듣기, 글쓰기, 독서를 하며 내 취미 생활을 하는 거다. 길지 않는 인생, 황혼기에 접어든 나이지만 나는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다. 내가 원래부터 욕심이 많은 자라서 그러는 걸까, 조용히 내 천성을 돌이켜 본다.

인간은 누구나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하는데 나는 그 완벽함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에 나를 항상 한가하고 차분하게 살게 두지 않는 것 같다. 자기가 부른 노래 모두를 작사 작곡한 가수 송창식의 노래 중'가나다라' 라는 노래에 "하고 싶은 일은 너무너무 많은데 이내 두 팔이 너무 짧고""일협 편주에~어허 웃음이나 한번 웃자" 어쩌면 내 마음과 똑같은 생각으로 이 가사 말을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를 더욱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내 호를 거암(巨岩)이라 자칭해 왔다. 중학교 국어책에 나왔던 '큰바위 얼굴'이 15살 어린 나이였지만 워낙 감명 깊게 읽은 글이라, 자기 호는 남이 지어준다는데 나는 내 호를 내가 지었다.

쉬운 말로 큰 바위 얼굴이라는 말인데 잘 쓰지 못했던 붓도 아닌 붓펜으로 쓴 좋아하는 글을 식당, 술집, 농약방 등 마음에 닿는 지인들에게 주면서 꼭 날짜와 거암(巨岩)이라는 호를 썼는데 전화하면 지금도 巨岩 선생, 큰 바위 얼굴이라고 불러주는 사람이 꽤 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내성적인 성격에 표현력이라고는 너무 서투르고, 말주변이 없었기에 말 잘하는 사람에게 관심이 많았었다. 그렇게 살아온 내 나이가 벌써 74세,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늙어가는 것이 아니고 조금씩 익어가고 있다는 황혼의 위로 자장가가 대중가요에도, 카톡에 실려 오는 내용에도 많이 있는데 나는 그 말을 실증하고 싶은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다.

모든 욕심 버리고, 매사를 긍정적이고 낙천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내가 내 현실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놈이라고 언제고 어디서고 큰소리칠 수 있는 게 아닌가.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부자라고 하는 내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난 마음이 부자니까.

"바쁠수록 시간은 많은 것이다"라는 산 증인이 되고 싶고, "담배는 백해무익", "침묵은 금"이라는 속담을 부정해 주고 설명해서 이해시키고 싶은 巨岩.

나는 말이 많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스스로 인정은 하지만 꼭 고치고 싶지는 않다. 왜냐면,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상대방에게 전달해 주려면 말을 적고 짧게 할 수도 느리게 할 수도 없다.
별로 전문 지식은 없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상대방에게 전부 알려주고 싶어서 때로는 식사 중에는 말을 하지 말라는 지적을 받아 가면서까지도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침 튀지 말라는 뜻인 줄은 알지만, 옛날부터 밥상머리에 온 가족이 모여 즐겁게 식사하는 자리가 조용하고 엄숙해야 할 필요가 꼭 있을까 자문하고 싶다.

엄숙하고 조용히 밥만 꾸역꾸역 먹다가는 체하기 십상이라는 농담도 내가 잘 쓰는 유머이다. 꼭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을까? 불과 3~4년 전에 처음 알았던 나보다 2살 연하인 지인이 있는데 나보다는 훨씬 말을 잘하고 모든 말을 함축해 표현하면서도 "내 말이 맞으면 내 말대로 하시고 내 말이 맞지 않다고 생각되면 안들어도 좋습니다"라는 말을 꼭 전재하곤 하는데 난 그 말이 얼마나 마음에 드는지 나도 타인들과 대화를 할 때 꼭 써먹고 싶은 생각이다. 누구에게나 대인 관계에서 꼭 필요한 말인 거 같다.

"나는 즐겁지 않게 보내는 시간보다는 즐겁게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다." 내가 쓴 첫 기고문에서 표현했던 그 말이 가장 좋은 말이고,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말이고, 꼭 맞는 표현력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