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백년 전통 가래치기 행사 강진을 알리다
[특집] 백년 전통 가래치기 행사 강진을 알리다
  • 김철 기자
  • 승인 2021.12.18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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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죽생태순환로 세계관개시설물 유산 등재로 관심 고조
연방죽 생태순환수로 복원, 물 나눔의 지혜 보존

 

강진의 전통 어업 유산인 가래치기 행사가 지난달 26일 병영면 중고저수지 일원에서 이승옥 군수와 김재찬 병영면 지역발전협의회장 등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행사는 기념식과 가래치기 체험으로 꾸려졌으며 영상권의 날씨 속에 가래를 이용해 전통 방식 그대로 물고기를 잡는 주민들의 환호성이 행사장 곳곳에 울려 퍼졌다.

병영면 가래치기는 어업 유산의 가치를 계승하고 명맥을 유지하기 위한 백년 전통의 행사로 올해는 가래치기 행사장인 강진 연방죽 생태순환수로가 국내에서는 7번째로 세계관개시설물 유산에 등재되며 전통문화로서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군은 가래치기 행사 당일인 지난달 26일 모로코에서 열리는 제72차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ID) 세계 총회에서 세계관개시설물 유산 지정 인증서와 함께 인증패를 받는다.

특히 시설물 유산 등재를 위한 요건으로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관개시설물, 관개농업 발전의 이정표 및 전환점 제시, 농민의 경제상황 개선, 농업발전과 식량 생산 증가 기여 여부 등 기술력 이외에 문화적 전통과 과거의 문명 상징 등 다양한 요건이 포함되어 있어, 병영 가래치기 행사도 세계 관계시설물 유산 지정에 주요한 요소로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가래는 삶은 대나무를 줄로 엮어 만든 원통형 바구니 모형으로 병아리를 가두어 놓은 농기구로 주로 쓰였지만 일년에 한 번 가래치기 날에는 물고기를 잡는 기구로 활용되었다. 좁은 윗부분과 아래로 내려올수록 넓게 뚫려있는 가래로 물이 빠진 저수지 바닥을 눌러 바구니 안에 물고기를 가두어 잡는 방식으로 손맛이 일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래치기는 추수가 끝난 농한기에 저수지 물을 빼고 고기를 잡은 뒤 마을 잔치를 벌이는 행사로 농부들이 고단한 노동의 현장에서 벗어나 친목을 다지고 화합하는 시간이었다. 먹거리가 귀하던 시절, 가래치기를 통해 얻은 물고기를 호박이나 감자와 함께 끓여낸 찌개는 소중한 단백질의 보급원이기도 했다. 병영 가래치기 행사를 통해 주민들은 저수지의 물을 빼서 붕어, 잉어, 가물치, 우렁, 토하 등을 채집했으며, 채집한 어패류 등은 병영시장에서 거래되었다.

세계관개시설물 유산으로 지정된 강진의 연방죽은 연(蓮)이 자생하고, 주변에 높은 산이 없어 얕은 언덕과 언덕을 가로질러 둑을 막아, 수심이 깊지 않아 퇴적물이 유입되면서 물고기들이 먹을 수 있는 충분한 양분이 공급되어 어류가 풍부해 더 활성화되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가래치기 행사는 소박한 마을 잔치에서 입소문을 타고 주민들과 함께 관광객들의 참여도가 높아지며 병영면을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 잡았지만, 올해는 코로나 방역 수칙 준수를 위해 99명까지로 참여 인원을 제한했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으로 돌과 흙을 이용해 담을 쌓아서 만든 병영천의 100여 개의 보와 농가로의 유입수로는 일부 사라졌지만, 병영천 주변 수리시설의 큰 골격은 예전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복원과 보존에 대한 전망은 밝다. 연방죽 생태순환 수로는 콘크리트로 보완돼 있어 현재까지 원형을 잘 유지하고 일부는 활용 중이다.

현재 강진군에는 연방죽과 저수지, 둥범 등 약 200개소가 있으며 이 가운데 자생하고 있는 연방죽은 7개소이다.

강진 연방죽 생태순환 수로농업시스템은 1417년 전남 병영성이 지금의 전남 광주에서 강진으로 옮겨오며 폭발적 인구 증가와 함께 물 부족의 가속화에서 출발했다.

병영성내 기본 주둔 병력이 1천명에 달했고 병영성을 중심으로 경제권이 형성되면서 많은 주민들이 이주해왔다. 특히 병영 주변에는 병역을 면제해주는 구역이 있어서 인구가 한층 더 폭증했다. 하지만 물을 공급할 수리시설은 턱없이 부족해 전라병영성 해자와 5개 연방죽의 수로를 연결하는 생태순환 수로 시스템이 고안되었다.

 


병영성을 둘러싸고 물길을 낸 '해자'의 용수는 지금의 지로리 입구에서 면 소재지를 관통해 성의 동쪽으로 들어오며 수인산에서 내려오는 하천과 병영천물이 소재지를 관통해 생활용수로 사용되다가 이 물이 다시 해자로 유입해 군사용으로 활용되는 시스템이다. 물이 귀한 시절, 물의 나눔과 순환의 철학을 구현했다.

병영 일대는 기존의 축조된 방죽을 비롯한 소규모 수실 시설은 물론, 비교적 큰 방죽들도 최대한 활용하는 과정에서 독특한 수자원의 순환관리 시스템이 크게 발달했으며, 당시 물 관리 선진국이었던 네덜란드 출신의 하멜과 그의 일행의 병영에서의 7년간의 유배 생활이 각종 수리 체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승옥 군수는 "농사가 생활의 근본이었던 우리 민족에게 병영 가래치기 행사는 물의 쓰임에 대한 지혜와 함께하는 나눔에 대한 오랜 문화유산으로 앞으로도 면면히 지켜가야 할 가치가 있다"며 "특히, 올해 강진군의 생태순환수로가 국내에서 7번째로 세계관개시설물 유산에 등재되는 쾌거를 거두며, 하멜촌 조성사업과 함께 병영권 일대를 새로운 문화유적관광지로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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