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 간판이 모두 한글로 바뀐다면
강진의 간판이 모두 한글로 바뀐다면
  • 강진신문 기자
  • 승인 2002.10.1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56돌 한글날에 돌아보는 우리 한글의 모습이 흉하게 일그러져 있다. 농촌과 도시의 차이가 없다. 세계어 구사라는 추세로 영어바람의 강풍에 쓸려 한글의 중요성은 날로 희석되고 있다. 농촌학생들도 한글보다는 영어배우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입시 때문에 불가피한 일이다.

거기다 각종 상품명이나 간판에서 한글이름이 눈에 띄게 경시되고, 마을마을마다 깊숙이 침투한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에서 구사되는 젊은이들의 '통신언어'가 국적불명에다 암호에 가까운 식으로 변형되는 등 왜곡이 심하다.

한글의 국제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많은 나라에서 한국어 강좌 개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들 나라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당혹감도 느낀다고 한다.

인터넷이나 PC통신에서 막상 한국어 강좌에서 배운 언어를 쓰려고 하니 실제 구사되는 언어가 너무달라 어리둥절하다는 소리를 꽤 듣는다. 가정과 학교, 직장 등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한글의 홀대를 넘어서 한글의 학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특히 '통신언어'의 한글 파괴는 우려의 수준을 넘어선다. '슬포' '샤룽햅' '쫌이따각' '二卍'이 무슨 뜻인지 기성세대들은 알 수 없다. '슬퍼''사랑해' '조금 이따가' '이만'이라는 말을 변형한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참담한 심정을 누를 수가 없다. '흐흐흐 ㄱㄱㄱ☆ㅠㅠ'는 '흑흑흑'하고 눈물 흘리는 표정을 뜻한다. 'K:-' '&:-'는 각각'학사모 쓰고 웃는 모습' '곱슬머리 얼굴'을 뜻한다.

이런 말들이 농촌에서도 젊은이들은 물론 어린 초등학생들까지 예사로 구사되니 언어파괴는 물론, 세대간 소통 불능 상태까지 초래한다. 'ㅈH환or'(재환아)라고 한글과 영어를 형태나 소리나는 대로 조합한 경우는 더욱 심한 경우다.

정부와 한글 관련단체들이 통신언어 오.남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행사를 벌이지만 별 효과가 없다. 그나마 농촌지역에는 한글관련 단체하나 없으니 어찌보면 대도시보다 빠르게 한글이 사라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이를 이해하고 바른말 쓰기 운동을 벌여야 하는데, 한 쪽에서는 그렇게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들은 척 만 척하고 딴청이니 무슨 효과가 나겠는가. 지난해 7급 공무원 시험에서 영어를 필수과목으로 하고 국어를 없애기로 했다가 반발을 사 철회할 정도니 국어파괴에 대한 무지와 무대책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교육계는 물론 사회와 정부가 나서서 통신언어를 정화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아울러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되살리는 일에 지역사회에서도 많은 관심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강진은 문화관광분야에 많은 투자를 해야한다고 하지만 한글을 지켜가는 자치단체로 알려져도 큰 경쟁력을 선점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순 우리말 간판을 다는 업소에 대해서는 재정적인 지원을 한다든가, 나아가 강진의 모든 간판을 순 우리말로 바꾸어 간다면 아마 전국에서 유명한 강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까지 그런 지역이 없기 때문이다.

특정상표는 본사의 상호와 마크를 유지해야한다는 제한적 요소가 있겠지만 협의를 통해 충분히 해소될 수 있는 문제다. 머지 않아 한글을 지켜가는게 지역 경쟁력이되는 시대가 올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