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진 백운동 원림, 담백한 선비의 멋
[기고] 강진 백운동 원림, 담백한 선비의 멋
  • 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 승인 2021.10.24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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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2021년 추석 한가위 명절을 잘 보냈다. 금년에는 25년 만에 고향에서 맞이한 명절이었다. 명절 분위기야 코로나 때문에 썰렁할수록 더욱 모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찌 되었던 추석 연휴는 끝났다. 오늘은 어디로 가볼 것인가? 인터넷으로 '강진에 가볼 만한 곳'을 검색했다. 강진하면 역시, 다산초당 및 백련사, 가우도 출렁다리, 강진만 생태공원, 대구 고려청자 도요지, 남미륵사 꽃대궐, 영랑생가, 마량 수산시장,병영성, 백운동 정원, 무위사 등이 있었다.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은 성전면에 위치한 백운동 정원과 무위사였다. 어찌하여 강진이 고향이면서 이곳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는가? 사실 어릴 적에야 교통이 불편하여서 그렇고 이후 어른이 되어서는 타향살이 덕분 아니겠는가? 오늘은 백운동 정원과 무위사 일대를 무조건 가봐야겠다. 승용차로 집에서 25분이면 족하다.

오전 9시에 출발하여 백운동 원림에 도착하니 9시 반이다. 세상 참 편리해졌다. 초행길 걱정할 일이 별로 없다. 네이버 교통안내 켜놓으니 친절한 아가씨가 한 치의 오차 없이 안내해 주고 있다. 그렇다고 문명의 이기가 항상 좋고 편리한 것만은 아니다.

만약 승용차가 없다면 버스를 기다리고 우여곡절 끝에 탄 버스에 편안히 몸을 싣고 차창에 스치는 바람에 머리를 기대거나 졸 수도 있고, 어느 곳에서나 하차할 수도 있으며, 내린 곳으로 다시 오지 않아도 되고 가고 싶은 곳 어느 곳이라도 걸어갈 수 있으며, 생각나면 막걸리 한 잔 마시고 버스 안에서 단잠을 자는 재미, 어찌 이 재미를 문명의 편리함으로 바꿀 수 있겠는가?

강진 백운동 정원은 볼만한 곳이다. 우선 주변이 월출산을 끼고 자리 잡은 명소가 즐비하다. 모든 것은 남도의 명산이라는 월출산(810미터) 자락에 그 산의 기운과 명월의 영향으로 이런저런 명소가 탄생한 셈이다.

달이 떠오르는 모습을 가장 먼저 바라볼 수 있는 경치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천년 고찰 무위사, 지금은 터만 남아있지만 조만간 천년고찰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월남사, 월출산의 정기를 품고 자라는 설록차원, 월출산 달빛을 안고 자리 잡은 달빛 한옥마을 등은 명산의 그림자다. 즉 ' 수양산 그늘이 삼백 리를 간다'라는 말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백운동 정원은 내 입맛에 딱 맞는 곳이다. 너무 웅장하지도 않고, 너무 화려하지도 않고, 기이한 화초로 모습을 드러내려고 하지도 않고, 주변의 바위, 계곡, 물, 대나무, 감나무 등 남도의 자생 식물과 자연 모습 그대로를 활용하여 자연스럽게 정원을 이루는 모습이 너무나 신선하고 아늑하다.

백운동 정원은 조선시대 중기 복잡한 세상사를 피해서 자연에 은거했던 이 담로(李聃老 1627~?) 처사가 꾸민 정원이다. 백운동 정원의 모습은 억지로 꾸민 것이 없다. 500년 세월 동안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백운동 원림의 전체적인 윤곽은 변함이 없고 가급적이면 원형에 가깝게 복원 유지했다고 하니 더욱 편안함이 이처사의 품격을 느낄 수 있다.

백운동 정원은 담양 소쇄원, 완도 부용동 등과 함께 호남의 3대 정원으로 일컬어지며 조선 중기 정치를 떠나 자연에서 생활하는 은거문화를 알려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라고 한다.

백운동 정원이 유명한 것은 조선시대 후기 이름난 시인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경치에 취해 멋진 시를 남긴 것도 많지만, 정약용 선생이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1812년 제자들과 월출산 등산하고 이곳을 방문하여 하룻밤을 유숙하고 멋진 풍경과 분위기에 취해서 제자 초의 선사를 통해 <백운동도>를 그리게 하고 12가지 풍경을 시로 지어 <백운첩>을 남겼는데, 이것이 현재까지 백운동 정원의 옛 모습을 정확하게 알리는데 결정적 공헌을 하고 있다고 한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가히 강진의 스승이며 그분의 흔적이 역력한 다산 초당 및 백운동 정원 등 강진 문화 유적의 일등 공신임에 틀림없다.백운동 원림은 이담로가 '살아서는 집짓기에 마땅하고 죽어서는 넋을 묻히기에 마땅한 곳이다' 라고 한 곳이다. 정원의 뒤 마루에는 이담로 처사 부부 묘지가 아담하게 조성되어 있다. 묘지야 후세 사람이 조성했겠지만, 화려한 비석도 없고 거창한 묘지 조형물도 없이 소박하게 꾸며진 묘지는 처사의 생전 모습과 정원을 닮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백운동 정원 주변에는 볼만한 명소가 몇 군데 더 있다. 비탈진 산 중턱을 개간하여 조성된 한국 전통 차밭인 설록차원이 싱그럽게 펼쳐져 있고, 불과 1킬로미터 좌우로는 천년고찰 무위사와 최근에 조성한 전통 한옥마을이 있다.

무위사에서 백운동 정원을 거쳐 경포대 계곡 유원지, 그리고 전통 한옥마을까지 도보로 움직인다면 길어봐야 4킬로미터, 월출산 자락을 끼고 여유롭게 걸어가는 산보 코스로는 최고다. 강진군 성전면 월하리에 자리 잡은 월출산 자락의 백운동 정원, 무위사, 경포대계곡, 전통한옥마을은 강진의 명소임에 틀림없다.

중국 및 타지에서 찾아오는 우리 가족, 친구들에게 내 고향 강진을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는 명소를 또 하나 추가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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