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은산 공동묘지화 막아야 한다
[사설]보은산 공동묘지화 막아야 한다
  • 강진신문
  • 승인 2004.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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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산에 묘지들이 세를 확산해 가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한다. 원래 묘지라는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서는 것이라 어느순간에 과감한 칼을 대지 않으면 손쓸 기회조차 없어지게 된다. 성전에서 작천으로 가는 도로변이나 강진읍 영파리일대 도로변은 최근 몇 년 동안 순식간에 공동묘지화가 되어 버렸다. 지금 이를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주민들의 공원인 보은산은 어떻게 해서든 그렇게 돼서는 안되고 이를 위해서는 하루속히 대책을 세워야 하는 긴급성 마져 느끼게 된다.

문외한이 보더라도 보은산은 묘지가 들어서기에 좋은 산이다. 멀리 강진만이 시원스럽게 펼쳐져있고 앞으로는 탐진강이 흐리고 있다. 좌측으로는 군동 금사봉이 있고 우측으로 만덕산이 조화를 이루어 배치돼 있다. 이미 오래전에 조성된 몇 개 묘를 보면 보은산의 이같은 산세에서 큰 권력이라도 누리려는 듯 엄청난 규모로 묘자리를 잡고 있다.  

여기에 몇 년전 산허리를 감고 뚫린 임도는 보은산의 묘지화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묘를 쓰고 싶어도 산이 높아 포기했던 사람들이 임도를 따라 각종 장비를 실어 나르고 있다. 예전에는 꿈도 못꿀 장소에 납골당이 들어서고, 임도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묘꾸미기에 너도나도 나서고 있다.

결과는 보은산이 공동묘지가 되는 것이다. 강진읍 주민들이 하루에 수십번씩 바라보는 보은산이 묘지천하가 되는 것은 기가 막힌 일이다. 보은산은 도시계획 구역이여서 상대적으로 묘지관리법을 덜 적용받은 지역이지만 주택이나 도로변으로부터 상당히 떨어져 있어 일반 지역이나 마찬가지다. 일정 규모 이하로 허가만 받으면 누구나 묘를 조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읍내지역과 이토록 가깝게 위치하면서 주민들에게 좋은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산이 보은산 말고는 없을 정도라고 하지만, 역설적으로 보은산은 읍내지역과 너무 가까운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묘지문제가 다른 곳보다 심각한 곳이 됐다. 

당초 보은산에 임도를 낼 때는 주민들의 산책로 기능이 컸지만 이 일대를 개발하려는 의지도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망이 좋은 보은산 일대는 기업의 연수원이 들어와도 좋을 곳이라는 설도 있고, 종교기관의 수련원자리로도 안성마춤인 곳이라는 말도 있다.

그 일대에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임도를 중심으로 한 보은산일대는 묘지를 빼고는 어떤 용도로든 활용해도 좋은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에는 주민들의 주요 산책로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경남 남해군의 묘지정책 사례는 강진군이 지금이라도 배워서 도입해야 할 사안이다. 섬지역인 남해군은 넘쳐나는 묘지를 방치할 경우 관광개발도 헛수고가 된다는 것을 미리파악하고 묘지문제에 꾸준히 대응해 왔다.

중간에 자체적인 조례도 정하며 주민들을 설득해 갔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과의 격렬한 마찰은 물론 자체조례가 묘지관련 상위법과 배치되면서 적잖은 곤혹도 치렀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남해군은 함부로 묘를 조성해서는 안된다는 주민들의 합의를 도출해 냈고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묘지행정을 시행하는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조성된 묘들도 하나하나 정리해 가며 공동묘지로의 이장이나 화장을 유도해 갔다.

강진군도 자체적인 규정이라도 만들어서 보은산의 공동묘지화를 막아야 한다. 묘지문제는 법으로도 막을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설득과 대화가 법보다 더 통할 때가 많다고 한다. 현재 조성돼 있는 묘지들도 가능하면 다른지역으로 이전을 유도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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