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모두 내 탓이오
[다산로] 모두 내 탓이오
  • 김제권 _ 수필가
  • 승인 2021.09.1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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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권 _ 수필가

나는 20대 중반부터 15년 동안 지역 청년봉사클럽 회원으로 활동했던 적이 있다. 나름대로 왕성하게 활동을 했었지만 지금까지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으로 경제대국의 대열에 들어 국내서 생산하는 제품의 질이 매우 향상되었다.

화장품을 비롯한 일부 품목은 외국 여행객들이 싹쓸이 쇼핑을 할 정도이지만, 40년 전은 그렇지 못했다. 유럽과 일본 제품만 판매하는 수입코너가 성황을 이루었다. 특히 담배, 양주, 커피는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정부는 품질향상을 통해 점유율을 높이기보다 행정력을 동원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산품을 애용해야 한다며 외국산 불매운동에 불을 지폈다.

내가 활동했던 청년봉사클럽도 회원들이 매월 두 차례씩 빨간 글씨가 새겨진 휘장을 두르고 수입담배 판매 점포 앞에서 외국산 담배 불매운동을 전개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기억에 남는 캠페인 문구가 있다.

"모두가 내 탓이오"이다. 무슨 일이 잘되면 내가 노력해서 잘된 것이며, 잘못되면 남을 탓하고 심지어 조상 탓까지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의 부족함을 남에게 탓할 것이 아니라 원인이 내게 있음을 생각하자. 우리 국민들은 장점이 많이 있지만 고쳐야 할 단점이 있다면 잘 못을 남에게 돌리는 습관이다.

오죽했으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우스갯소리로 "내로남불"이란 신조어가 탄생했을까 싶다. 남에게 신랄하게 비난하던 행위를 자신이 할 때는 지나치게 관대해지거나 궁색한 변명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

일제강점기서 해방을 맞이한 지 70년이 지났다. 아직도 친일청산을 하지 못하고 겉도는 것도 이런 연유이다. 당시 민족개조론을 주장했던 계몽운동가, 독립운동가 안창호(安昌浩)선생께서도 민족의 고질병폐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공(功)은 너에게 돌리고, 과(過)는 내게 돌리라고 하셨다.

그리고 "꿈에라도 성실을 잃었거든 통회(痛悔)하라."고 하셨다. 추상열일(秋霜烈日)과 같이 의기가 솟구치는 말이다. 성실은 가장 먼저 자신과 약속을 지키는데서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는 제자리에 머물거나 뒤로 물러서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금년보다 내년이 새로워지고 좋아지는 삶을 살아야 한다.

사람은 모두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남의 단점이나 허물은 이해하고 용서하려 노력하고, 나의 잘못은 엄격히 다스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하나라도 더 늘어나야 사회가 건강해지고, 희망의 싹을 찾을 수 있다. 상대의 칭찬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당돌벌이(黨同伐異)란 고사성어가 있다. 일의 옳고 그름은 따지지 않고 뜻을 같이 하는 무리나 사람끼리는 서로 돕고 뜻을 같이 하지 않은 무리나 사람에게는 시비(是非)를 가리지도 않고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다. 우리가 고쳐야 할 병폐 중 하나가 패거리 문화이다.

취모구자(吹毛求疵)란 고사성어가 있다. 남의 흠을 찾으려고 털을 불어 헤친다는 뜻인데, 남의 작은 허물을 억지로 들추어내 침소봉대하고, 나와 내 집단에는 관대하게  대했던 나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반성한다.

"모두가 내 탓이오." "내 잘못이 더 큽니다."
모두가 이런 생각으로 살아가면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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