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자, 향교를 담다
[기고] 청자, 향교를 담다
  • 이승표 _ 도예작가
  • 승인 2021.09.1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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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표 _ 도예작가

프랑스 파리의 일간지, '르몽드'지의 편집국장은 한국의 3가지 보물 중 첫 번째가 맑은 가을 하늘이고, 두 번째가 다산 정약용 선생의 정신, 그리고 세 번째가 고려청자의 푸른빛이라고 말했다. 강진을 대한민국에서 더 나아가 세계 속에 주목받는 우월한 문화적 도시로 각인시키는 중심에 청자가 있다.

귀촌 한지 10여 년, 도자기로 빚어내는 예술을 업으로 삼은 도예가로서 명품 청자의 고장 강진에 정착하게 된 것은 너무도 영광스러운 일이다. 더불어 학생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체험 교육을 통해 천년의 비색이 뿜어내는 청자의 오묘한 아름다움과 우수한 문화적 가치를 알리고 강진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시킬 수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우리 부부는 문화재활용사업의 일환으로 강진향교에서 '청자 만들기 체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작은 강진문화원 문화재활용팀의 전화였다. 현재 진행 중인 '폼生폼士 강진 향교'의 프로그램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싶은데 강진의 지역색도 살릴 수 있고 더불어 흥미와 참여도도 높일 수 있는 체험으로 청자 만들기가 적절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청자 찻잔에 무늬를 새기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기에 제안을 받아들여 '폼生폼士 강진향교'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다.

수업은 다양한 도자기의 형태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옛날 선조들이 사용하던 토기부터 자기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진화와 미학적 관점에 따른 도자기의 색, 형태의 변화에 대해 설명한다. 특히, 강진에서 생산된 고려청자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에 대해 집중해 알리고 있다.

청자는 우리 지역의 가장 유명한 특산품 중 하나지만,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뿐 실질적으로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 청자에 대해 색과 모양, 무늬를 새기는 다양한 방법까지 자세히 설명해 주면 아이들은 흥미로워 하며 큰 재미를 느낀다. 특히 오랜 역사성을 가진 청자의 주산지인 곳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강진임을 알려줄 때는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새삼스레 신기해하며 놀라는 반응도 많다.

청자에 대한 설명이 끝나면 점토 준비과정부터 성형, 장식(상감), 가마에 굽기까지 청자의 제작 과정에 대해 알아보고 이후 흙으로 빚은 찻잔에 무늬를 새기는 체험을 진행한다.

청자 찻잔이 주어지면, 아이들은 다양한 상상력을 무늬로 새겨 만들어 낸다. 유행하는 만화 캐릭터부터 시작해 동식물, 자연의 모습까지 각양각색으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펼쳐나간다. 한 친구는 영랑의 시를 통해 더욱 유명해진 '모란'을 청자 찻잔에 그려 넣기도 한다. 스스로 도예가의 마음이 되어 작품을 새기다 보면 지루함 없는 체험의 시간이 완성된다.

청자에 대해 배우고 찻잔에 직접 무늬를 새길 때 아이들의 눈이 반짝반짝한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음각 칼을 들어 밑그림을 파내는 작업 모습을 보면 예술가의 아우라마저 느껴지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 또한 뿌듯하다.

지식의 영역에서만 바라보던 청자를 경험의 영역으로 불러들여 아이들의 사고 속에 안착하게 만들어 주는 것, 체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히고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수업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청자 만들기 수업은 강진문화원의 문화재활용사업의 '폼生폼士 강진 향교'를 통해 상시 접수를 받고 있으니 원하는 누구든지 신청해 참여할 수 있다. 이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강진과 청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알아가는 계기를 만들어가길 바란다.

나 또한 도예가로서의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더욱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성공적인 귀촌 생활을 꾸려나가리라 다짐한다. '폼生폼士 강진향교'의 청자 만들기 수업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청자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갖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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