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소요유(逍遙遊)와 마음의 자유
장자의 소요유(逍遙遊)와 마음의 자유
  • 강진신문
  • 승인 2021.08.2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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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권의 다시 보는 중국의 고전 (2)

김점권 전 센터장은 도암출신으로 전남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포스코 및 포스코건설에서 25년간 근무하면서 포스코건설 북경사무소장을 거쳐 중국건설법인 초대 동사장을 지냈다. 이어 광주테크노피아 북경 센터장을 거쳐 교민 인터넷 뉴스 컬럼리스트로 활동했다.
중국에서 25년간 생활한 역사와 고전, 문학류를 좋아하는 김 전 센터장을 통해 중국고전에 대해 새롭게 접근해본다. 편집자주/

 

 


소요유, 초월적인 해탈의 경지
추구하는 바가 서로 일치하는 천인관계


장자는 만물(萬物)과 시비(是非)와 생사(生死)를 하나로 보고자 하였는데, 언뜻 보면 매우 심오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게 신비한 것만은 아니다. 장자는 하나의 구체적 사물을 그것보다 훨씬 큰 체계 속에서 관찰한다.

그리고 그 체계는 끊임없이 무한하게 확대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안에 있는 구체적 사물의 의의는 점차 작아지다가 무시할 정도의 크기까지 이르게 된다. 이때는 생사와 시비에 대한 아무런 차이가 없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장자 철학을 이해하는 비결이라고 한다.

장자는 사회적으로 '무위(無爲)'의 다스림을 주장하고, 개인의 인생에서는 일체의 세속적인 가치를 포기하고 '소요하면서 노니는', 즉 '소요유'의 경지를 주장했다. 이 초월적인 경지는 '성인(聖人)은 공로가 없고, 지인(至人)은 이름이 없다'라는 말로 표현된다.

그럼, 장자의 소요유는 무엇이고, 어떻게 마음의 자유를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 알아보자.

<소요유>란 무엇인가? 먼저, 장자의 <내 편> 첫 장에 나오는 <소요유> 우화의 한 내용을 들어보자.

"대붕이란 새가 있는데, 이 새의 날개는 마치 하늘을 뒤덮은 구름과 같이 수천리였다. 바닷바람이 몰아칠 때 이 새는 바닷물을 박차고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하늘로 치솟아 9만 리 창공으로 떠올라 저쪽 남쪽 바다로 유유히 날아간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매미와 참새가 대붕을 비웃었다. 그들이 비웃는 내용은 이러하다. 우리는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날아다니다 힘이 부치면 그냥 땅으로 내려와 좀 쉬면 된다. 설사 높은 가지에 올라가도 힘에 부치면 그냥 땅으로 내려와 좀 쉬면 된다. 이런 생활이 너무도 즐겁고 맘에 든다. 그런데 저 대붕이란 새 좀 봐, 뭐 그리 대단한 짓을 한답시고 그 큰 날개에 바닷바람을 실어 창공으로 치솟길 9만 리, 구름을 가르고 하늘을 등에 진 채 남쪽 바다로 날아간담? 뭘 저렇게까지 힘들게 살아갈 필요가 있을까?"

여기에서 장자는 매미와 참새가 참으로 가엽다고 한탄한다. 매미와 참새는 대붕이 모든 속박을 털어버리고 하늘 높이 날고자 하는 자유의지를 근본적으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장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묻는다.

"대붕이 구름을 가르고 하늘을 등에 진채 저 멀리 남쪽 바다로 날아가는 것이 과연 진정한 자유의 경지인가?"

장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대붕이 하늘로 치솟으려면 회오리바람을 타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절대적 자유 경지가 아니라고 장자는 생각했다. 진정한 자유의 경지란 외부 조건에 구애받지 않은 절대적 자유를 일컫는다.

장자가 생각한 절대적 자유의 경지는 우주의 '道'를 타고 상하 전후좌우에 가득 찬 육기(六氣)의 변화를 꿰뚫어 무한 경지에서 노닐 때이며, 이때에야 비로소 근본적으로 외부 조건에 구애받지 않은 자유, <소요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절대적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장자는 사람이 태어나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무기 (無己: 아집이 없음)', ' 무공(無功: 업적이나 성과에 대한 욕심이 없음)', ' 무명(無名: 명예에 대한 욕심이 없음)'의 경지에 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자기 자신을 잊어야만 비로소 각종 의혹과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며, 아울러 일단 업적이나 성과에 대한 욕심이 있게 되면 업적이나 성과에 속박을 당하고, 명예가 있게 되면 명예에 구속을 받게 되어있다.

그런데 이 세 가지를 모두 떨쳐버리고 아무것도 없는 광대무변한 무(無)의 경지로 들어간다면, 인간은 비로소 진정한 초탈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장자는 이 무(無)가 바로 도(道)의 경지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인간으로서 어떻게 해야만 이러한 무의 경지로 진입할 수 있을까? 장자의 답변은 이러하다. '지식과 욕망의 질곡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라'라는 것이다. <장자> <응제왕> 편에는 다음과 같은 우화가 실려있다.

"우주의 중앙 부분을 통치하던 제왕이 있었는데 이름은 '혼돈(渾沌)'이다. 그는 본래 별 탈 없이 잘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남쪽 바다의 왕인 숙과 북쪽 바다의 왕인 홀이 혼돈에게 좋은 일을 해준답시고 혼돈의 얼굴에 구멍 일곱 개를 뚫어 주었다. 구멍 일곱 개가 완성되는 날 혼돈은 오히려 죽고 말았다."

장자는 이 우화에서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이것은 하나의 비유다. 인간은 무지한 혼돈의 상태에 있을 때 오히려 천성을 유지하며 영원히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일단 인간의 이지(理智)가 깨이면 이지의 속박을 받고, 또한 욕망이 깨이면 욕망의 포로가 되기 쉽다.

'식자우환(識者憂患)'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이 일단 지혜를 갖게 되면 각종 의문이 생기며, '사람의 욕심은 코끼리도 먹어 치운다'라는 속담처럼 인간이 무엇을 하고자 하는 욕망이 생긴다면 각종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하고, 이로 인해 갖은 고뇌와 고통이 따르게 되어 인간의 절대적인 자유를 누릴 수 없게 된다고 장자는 주장하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진정한 도(道)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

장자는 다시 한번 '무심 (無心)'을 강조했다. 장자는 <변무> 편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반 사람은 이익을 위해 목숨을 걸고, 사대부는 명예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심지어 성인까지도 세상을 위해 목숨을 건다" <장자>에 등장하는 우언 중에 이러한 '무심'의 경지를 설명한 것은 많다. '매미 잡는 노인', '소 잡는 백정', 등이 있는데 궁극적으로 장자는 절대적인 정신적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정치 문제든 개인의 명예나 지위 문제든 혹은 부모 자식 간 문제든, 심지어는 삶과 죽음의 문제든 모두 무심의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결국 앞에서 주장한 3무 (無), 무기, 무공, 무명을 실천해야 비로소 인생의 목적인 정신의 자유와 영원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장자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는 무엇인가?

장자에게 삶과 죽음의 문제는 그저 꿈을 꾸다가 꿈에서 깨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어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허망한 것인지 판별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살아있다고 즐거워할 일도 아니고, 설령 죽는다고 슬퍼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장자의 '호접몽'이나 아내가 죽었을 때 노래를 부른 사건 등은 이러한 달관과 무심한 경지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종합적으로 장자가 지향했던 인생의 바람직한 '소요유'의 경지는 초월적인 해탈의 경지로, 우주는 우주대로, 인생은 인생대로, 사회는 사회대로, 이렇게 '따로 국밥' 식으로 따로 노는 것이 아닌, 서로 통하고 서로 연관되고,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서로 일치하는 '천인 관계 (天人關係, 우주와 인간의 관계)'였다.

<소요유>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보통 사람이 장자의 '소요유'를 어렴풋이 이해하는 것은 학문적으로는 가능하나, 마음으로 이해하고 실천하기에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3무(무기, 무공, 무명)'를 실천하고 '무심'의 경지를 이루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인가?

단지, 누군가 장자의 '소요유'를 실생활에서 실천하기 위한 행동 지침으로 준 3가지, 즉 "살아가면서 억지로 하는 행위가 없어서 자연에 순종하며, 검약한 생활로 사치하지 않아서 자신을 기르기 쉬우며, 함부로 베풀지 않아서 내 것을 억지로 꺼내지 않아 스스로 손해 보지 않으니, 스스로 즐거이 노닐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다" 라는 것에 대해서 약간의 실천으로 자족할 뿐이다. [참고문헌: 사기열전, 지전, 장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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