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암 이쁜이
[기고] 도암 이쁜이
  • 김옥희 _ 영랑생가사랑방이야기꾼
  • 승인 2021.08.23 1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옥희 _ 영랑생가사랑방이야기꾼

보고싶은데, 가고싶은데, 또 하나의 이름 듣고 싶어서 그 이름은 도암 이쁜이
"어른신들, 내가 누구에요?"
"아따 도암 이쁜이제"

당신들이 지어주신 또 하나의 내 이름, 정말 뵙고 싶다. 손 한번 잡아드리면 그리도 좋아하신 어르신들,

모든 것 다 내려놓은 그 모습, 순진한 얼굴에 번지는 아름다운 미소! 그 모습에 반해 몇 년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먼 길마다 않고 찾았었다.

요양원 어르신들과 이 나이에 애기가 되어 노래하고 춤추며 놀고 싶어 1주일에 한 번 요양원을 찾아가는 내 발걸음은 너무나도 가벼웠다.

마음은 어르신들이 반가워할 모습을 그려보며 내 얼굴을 내밀고, 소파에 앉아 계시는 어르신들께 큰절 올리면서

"나, 누구일까요?" 하면
"와, 도암 이쁜이 왔네"하고 반기시던 그때 어르신들, 지금까지 살면서 이쁘다는 말 처음 들었는데 애들처럼 기분이 좋았었다.

그 어르신들이 궁금하고 걱정되고 뵙고 싶은데 불청객 코로나19 때문에 못 뵌 지 많은 시간이 지나 버렸다. 우리 어르신들께서 날 도암 이쁜이를 잊으시기 전에 어서 찾아뵙고 인사드려야 하는데 답답한 마음이다.

또 한 어르신이 생각난다. 어느 날 나는 "엄니 이 옷 참 예쁘네" 했더니 너무 좋아하셨다.

한 주가 흘렀다. 어르신은 검정 비닐봉지를 가만히 건네시면서 "선생님, 깨끗이 빨았응께 입어요" 한다.

세상에 내가 한 그 말 한마디에 그 옷을 선뜻 내게 주시다니 얼마나 고맙고 미안했는지 모른다. 사실 그 옷은 내게 너무 컸었다. 몇 주가 지났는데 "왜 내가 준 옷 안 입어?", 아차 싶어 "다음에 꼭 입고 올께요. 엄니"말했다.

다음 주에 그 옷을 가방에 챙겨 넣어 가지고 가서 화장실에서 갈아입었다. 나를 본 그 어르신의 행복해 한 그 얼굴, 그 미소를 잊을 수가 없다.

"그 옷에는 이 바지가 좋아" 그 어르신은 또 빨강 바지를 주셨다.

그 자리에서 입은 옷 위에 바로 입어도 커서 허리춤을 추켜 올리고 손을 떼면 바지가 줄줄 내려가니 어르신들은 그 모습을 보시고 얼마나 큰소리로 웃으시든지....

여기서 또 하나의 감동이 시작된다. "일로 묶어봐" 다른 어른이 건네주신 허리띠를 보고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어르신이 요양원에 들어오시면서 짐 챙기실 때 애지중지 아끼신 남편의 유품인지, 아니면 사랑했던 아들의 넥타이를 꼭 갖고 계셨을 텐데, 그 아까운 넥타이를 내 허리띠 하라시며 주신 어르신, 그날의 그 감동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우리 어르신들 앞으로 무엇이든 주시면 이제 난 절대로 안 받아요. 받으면 나 여기에 못 오게 한데요"(어르신들은 애 같아서 나를 즐겁게 하려고 너도나도 주실까 봐서)

어서 찾아뵙고 어르신들과 예전처럼 손잡고 춤도 추고 노래도 불러드리고 또 하나의 내이름 도암이쁜이 왔다며 박수받을 때가 어서 왔으면 한다.

우리 어르신들 모두 다시 만날 그때까지 지금 이대로 아프시지 마시고 건강하게 계시기를 바랍니다 라고 마음에 늘 기도한다.

정말 보고 싶은데, 사무실 선생님들도 한 가족처럼 저에게 잘해 주셨는데 감사합니다. 내일은 안부 전화를 드려야겠다. 아 참! 어르신들과 즐거운 시간 끝내고 집에 오는 길은 누구보다 내가 제일 행복할 거라고 다짐하면서 또 하나의 이름, 도암 이쁜이가 어르신께 인사드립니다. 건강하십시오. 사랑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