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의 재능을 찾아 그리고 재능기부를 하는 그날까지
[기고] 나의 재능을 찾아 그리고 재능기부를 하는 그날까지
  • 오혜주 _ 강진청년일자리카페 수강생
  • 승인 2021.08.2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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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주 _ 강진청년일자리카페 수강생

대학에 진학한 후 강진을 떠나 살던 내가 깨달은 건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빽빽한 건물들, 너무 많은 사람들, 생각할 여유도 없는 삶은 나와 맞지 않는다는 거였다. 숨이 막혔다.

'나다운 삶'을 살고 싶어 다시 돌아온 강진. 나의 선택으로 돌아온 곳에서의 생활은 만족스러웠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강진은 지방이라 문화생활 즐길 거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연극, 뮤지컬, 전시회, 원데이 클래스, 콘서트는 물론이고 그 좋아하는 영화 한 편을 보고 싶어도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해야 했다. 마음의 여유를 찾은 대신, 도시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취미 생활과 자기 계발을 이곳에서는 정말 마음먹고 해야 하거나 포기하는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우연히 보인 '청년 일자리 카페 제과 기능사 국가 자격증반 모집' 플래 카드 하나가 이러한 갈증을 해소해주었다.

강진에 내려온 뒤 베이킹에 관심이 많아져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지만 타지역까지 가야하는 이동 시간과 부담스러운 비용에 홈베이킹으로 만족하고 있었는데 강진에서 무상으로 제과를 배울 수 있다니!

청년 일자리 카페의 교육은 절호의 기회였다.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다음날 바로 강진 청년 지원 센터로 달려가 신청을 하고 나왔다.

빠르게 신청한 덕에 다행스럽게 선정되었고, 주변이 유채꽃으로 노랗게 물들던 4월, 제과 기능사 자격증반이 시작되었다. 제과 기능사반은 제과 실기 품목이 총 20가지로, 1주에 2번씩 총 20번의 수업이 대구면 청년문화창작소에서 진행되었다.

첫 수업 시간, 배웠던 제품은 초코 머핀이었다. 제과는 크게 크림법, 변형 반죽법, 별립법, 공립법, 머랭법, 시퐁법 등으로 반죽법이 나뉘는데 이 반죽법에 따라 공정이 달라졌다. 초코 머핀은 크림법을 활용한 제품이었다.

크림법은 믹싱볼에 실온 버터와 설탕과 소금을 넣고 걸죽해질 때까지 믹싱을 해준 뒤 실온에 둔 달걀을 하나씩 넣어가며 완전히 유화시키는 반죽법이다. 이후에 체 친 가루류와 초코칩을 넣고 섞어준 뒤 머핀 팬에 팬닝을 하고 미리 예열해둔 오븐에 넣어주면 초코 머핀이 완성된다.

수업은 선생님의 설명 뒤에 실제로 해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홈베이킹을 자주 해와서 자신만만했었던 거와 달리 실전 제과는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우리 조는 첫 날 버터와 계란의 온도가 너무 낮아 믹싱 중 반죽이 분리되어버리고 반죽도 잘못 치대서 초코칩이 다 가라앉아 실패한 머핀을 맛보아야 했다.

제과는 반죽 순서, 재료 온도, 손의 스냅, 굽는 온도, 청결 습관 등 생각보다 섬세하게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뒤로는 조원들과 정신을 바짝 차리고 매 수업 선생님이 짚어주시는 중요 포인트들을 잘 숙지하고 만들었다.

교육이 진행될수록 조원들과 친해지고 손발도 맞아가고 제품도 잘 만들어져 좋았었는데 시험 볼 생각만 하면 무섭고 아찔해졌었다.

교육을 받는 동안에는 3인이 한 조가 되어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 안에 제품을 만드는데 어려움이 없었고, 반죽 순서가 헷갈린다면 책을 봐도 돼 큰 부담이 없었다. 하지만 실전 제과 기능사 시험은 혼자 공정을 다 외워서 정해진 시간 안에 제품을 완성해야 하니 시험 생각만 하면 자신이 없어졌다.

상담 시간에 강진 청년일자리카페 수행기관 대표님께 고민을 말하니 감사하게도 교육 시간이 끝난 뒤에도 실전처럼 혼자 연습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고 제과 선생님께서도 함께 봐주셔서 실전처럼 연습해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실기 시험장에 가서 떨지 않았고 차분하게 시간 안에 잘 끝내고 나올 수 있었다.

청년일자리카페를 알게 된 후 제과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었고, 최근에는 취미잡고(job go)프로그램을 통해 조향 과정도 배우게 되었는데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 덕분에 교육과 문화생활을 강진에서도 충분히 누릴 수 있었다.

이러한 교육과 경험을 통해 내가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고 노력해, 나도 언젠가 한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면, 내가 받은 수혜만큼, 아니 그보다 더 전남지역과 강진에 있는 또 다른 청년들에게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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