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다산 정약용의 기록을 통해 강진김치를 바라보다
[특집] 다산 정약용의 기록을 통해 강진김치를 바라보다
  • 김철 기자
  • 승인 2021.08.23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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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방죽 만들어 직접 키워 미나리김치 전해져

전국 최고 묵은지를 꿈꾸다
최근 국령애 다산명가(주) 대표가 제2기 숙명여자대학교 김치 최고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묵은지 산업으로 새롭게 뜨고 있는 강진에서 올해 묵은지 사업을 시작한 국령애 다산명가(주)농업회사법인 대표가 이 교육에 참여하여 이론과 실습, 출석과 과제 등을 평가한 최종 평가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국령애 다산명가(주) 대표는 이미 2016년 세계김치연구소가 발간한 <한국 종가의 내림발효음식> 책에 집안 내림 음식인 풋마늘 홍갓김치와 전복볶음고추장으로 소개되어 청와대 사랑채에서 40일간의 전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발효식품 전문가이다. 이번 최고전문가 과정에서 발표한 다산선생과 관련한 김치이야기를 발췌해 게재한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의 김치는 지방에 따라, 그리고 각 가정에 따라 특유한 것이 있어서 실로 다양하다. 특히 지방에 따른 특색은 고춧가루의 사용량과 젓갈의 종류들에 따라 생겨나는 것이다.

북쪽의 추운 지방에서는 고춧가루를 적게 쓰는 백김치, 보쌈김치, 동치미 등이 유명하며, 호남지방은 매운 김치, 영남지방은 짠 김치가 특색이다. 젓갈로는 새우젓, 조기젓, 멸치젓 등이 쓰이는데, 중·북부 지방에서는 새우젓·조기젓을 쓰고 남부지방에서는 멸치젓·갈치젓을 많이 쓴다. 

다산의 시문에 정약선의 회갑을 축하하는 시가 있다. 이 시에서 보는 것처럼 잔치 등에서 떡과 김치를 동시에 제공하는 음식 습관은 아마도 역사가 매우 오랜 것으로 보인다.

『육십일 년의 나이가 어느새 돌아와, / 飛騰六十一秋回
떡과 김치로 손님에게 술잔을 권하누나. / 餠酸菹勸客杯』

다산의 시문에는 미나리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는 장면이 생생히 묘사되어 있다. 앞의 한문 어휘의 김치 종류에서 본 것처럼 이 미나리는 김치로도 먹었다. 

『미나리 푸성귀로 안주거리 삼았는데, 새로 거른 맑은 술잔에 넘치누나
뾰족한 송편 고기로 떡소를 만드느라, 한낮이 될 때마다 산가 아내 바쁘다네』

다산의 채소목록에 빠지지 않았던 미나리는 김치로 만들어 상식하였음을 보여주는 기록이 ≪경모궁의 궤·도설·설찬도설≫에 나온다. 이는 미나리가 백성들뿐만 아니라 궁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의 음식재료로 사용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미나리는 피를 맑게 해주는 대표적인 식품으로 궁중에 진상하던 식품이다. 정유 성분으로 인하여 독특한 향과 맛을 지니고 있어 여러 요리에 첨가해 주는 재료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비타민 A와 비타민 C, 칼슘, 철분 등 무기질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이다.

속담에 "처갓집 세배는 미나리강회 먹을 때나 간다"는 말처럼 날씨가 풀리기 전 얼음구멍을 뚫고 캐낸 미나리야말로 진짜 별미다.

 

봄 미나리는 계절을 앞서 알리는 전령사이며, 다른 채소에서는 맛보기 쉽지 않은 독특한 향기와 풍미가 있다. 특히 비타민 B군이 풍부하기 때문에 춘곤증을 없애는 데도 좋아서 미나리는 봄철이 제격이다. 요즘은 봄철에 미나리 김치를 별미로 담가 먹지만 조선시대 초기만 해도 조상들은 배추김치 대신 미나리 김치를 주로 먹었다.

조선 초기는 아직 배추가 널리 보급되기 이전으로 배추 대신 무를 비롯한 각종 야채로 김치를 담갔다. 그중에서도 미나리 김치가 대세였던 것 같다. 세종실록에는 제사 때 미나리 김치를 두 번째로 진열해야 한다는 대목이 자주 보인다. 그만큼 미나리 김치를 많이 담갔다는 뜻일 것이다.

성종 19년(1488년) 명나라 사신으로 조선을 다녀간 동월(董越)이 쓴 조선부(朝鮮賦)라는 글에는 "한양과 개성에서는 집집마다 모두 작은 연못에 미나리를 심는다"는 기록이 있다.

도교 경전인 열자(列子)에 미나리를 키우는 농부가 세상에서 미나리가 가장 맛있는 줄 알고 임금님께 바쳤다는 고사로 인해 미나리는 충성을 표상하게 됐다. 또 공자는 시경(詩經)을 인용해 인재를 발굴하는 것을 미나리를 뜯는 것에 비유했다. 이러한 연유로 우리 선조들은 자식이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인재로 커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미나리를 심었던 것이다.

다산도 강진유배 중에 다산초당에 미나리 방죽을 만들어 직접 미나리를 키워 먹고, 남은 것은 내다 팔아 문방사우를 구매해 썼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미나리김치는 아작아작 씹히는 맛과 향이 오래도록 남는 별미 김치로 봄, 여름에 잠깐 해먹는다.

6월 초순이 넘으면 미나리는 질겨지고 특유의 냄새 때문에 김치로 먹기 적당하지 않다. 잎을 잘라 낸 미나리를 살짝 데치거나 소금물에 간을 하였다가 물기를 뺀 다음, 통고추, 마늘, 멸치젓, 새우젓, 양파, 생강, 약간의 밥을 갈거나 찹쌀죽으로 만든 양념장으로 버무린다. 간을 할 때 세게 하면 줄기에서 수분이 빠져 질겨지기 때문에 연한 소금물로 간을 하여야 한다.

미나리는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 섭취하는 것이 플라보노이드 색소의 이용 측면에서 유용하다고 보고되고 있다. 사찰에서는 젓갈을 넣지 않고 무와 섞어 국물김치로 해 먹기도 한다.

미나리는 김치와 나물로도 먹었지만, 탕의 재료로도 썼다. 다산의 시문 중 ≪천진소요집≫에 있는 연대정에서 절구 십이 수를 읊다에 '미나리 쏘가리탕'의 존재를 보여주고 있다. 이 시에서 말하는 연대정은 아마도 남양주 부근에 있는 정자로 보이며, 한시 내에 등장하는 '남자주' 역시 남양주 지역의 모래톱을 지칭하는 지명으로 보인다.

『남자가주에 다리 부러진 솥을 걸고
미나리를 가져다 쏘가리를 넣고 끓이어라
일에 알건대 서쪽 변방 산전의 늙은이가
배 안에서만 살면서 일생을 지내는구려』

미나리는 찬 성질로 술의 열독을 풀어주고 소변과 대변을 잘 나오게 하는 효능이 있으므로 술을 즐겨 마시는 사람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그래서 쏘가리탕이나 복어탕, 대구탕 등에  미나리를 듬뿍 넣어 먹는 것이다. 특히 남도에서는 오리탕에도 미나리를 넣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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