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돼요
[기고] 안돼요
  • 강진신문
  • 승인 2021.07.1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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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제 _ 수필가

내가 사는 옴천면, 이 고장은 地勢가 모난 악산 바위산이 없어 산이 유연하고 긴들 따라 흐르는 시냇물이 소곤대며 유유히 흘러서인가 山紫水麗 하여 예로부터 사람이 유순하고 인정 많고 순박하다. 또한 이 고장은 인구가 적고 읍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어릴 때 읍내 나가면 촌놈 왔다고 무시하고 텃세 부리고 놀리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도 강진만 주변 관광 문화 시설보다는 많이 낙후되어 있다. 이런 것이 차별이나 텃세가 아닐는지,  疏外됨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이 고장 支社에는 예전에는 "안 돼요" 직원을 많이 보내왔다 그 사람 중에는 돌고 돌아 올 때 갈 때 없는 사람과 그만둘 사람들이 들어와서 대낮 근무시간에도 술을 드신 사람도 있었다.

어떤 이는 점심시간이면 마을 이장 집을 찾아가면 없이 사는 시절에 쌀밥에다 반찬 걱정해서 차려주면 먹고 한숨 주무시고 반복하여 온 사람도 있었다 한다. 그런 사람 중에는 사무실에 찾아가면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사정 이야기를 하면은 그때부터 태도가 달라진다. 새우 눈을 뜨며 "안 돼요" 이런 일이 많아 오죽하면 본사 사장을 만나서 "돼요" 직원 좀 보내 달라고 사정할 때도 있었다 한다. 그래서 인가 이 고장에 찾아온 본사 사장님이 이번에는 "돼요" 직원을 많이 보냈다고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다산 선생 저서에는 국가에 녹을 먹는 자는 민원이 와서 부탁하면 절대로 안 되요 해서는 안 된다 했다. 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할 수 있는 방법을 민원인 입장에서 말해줘야 한다고 했다.

회사에 근무 횟수가 오래되고 높은 직책에 오를수록 민원인으로 돌아올 시간이 가까워짐을 짐작해야 한다.

그러는 어느 해에 돼요 지사장이 취임했다. 이분 또한 머지않아서 민원인으로 돌아올 분이었다. 서울에서 귀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농촌 사정이 어두울 때 부탁할 일이 생겨 담당한 사람을 찾아가서 인사드렸다. 이야기를 몇 마디 드리니 듣더니 안 돼요. 하는 것이다.

실 날 같은 희망을 안고 지사장님을 찾아뵙고 이야기를 하니 듣고 계시다가 담당 직원을 불러서 지사장님의 오랜 경륜으로 설득하고 본사로 연락해서 해결해준 지사장님을 잊지 못한다. 이런 말을 남긴다. 내가 나가서 저런 친구와 만날까 걱정이 다고. 인심 순박한 이 고장을 부임하기 싫어서 유배지라고도 했다. 그러나 여기서 살아보고 다른 곳으로 가기 싫어한 사람도 있었다.

이런 이야기는 먼 옛날이야기다. 지금은 시국이 많이 흘러서 모든 것이 많이 변했다. 친절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넘친다.

最近에 어느 날 부탁 일이 생겨서 서류뭉치를 들고 본사 높으신 나리를 찾아뵙고 인사드리니 "무슨 일로 오셨냐"고 다정히 맞이해 주신다. 몇 마디 들으시더니 여자 담당자를 불러서 사건 이야기를 말씀드리니 첫마디부터 "안 돼요" 前提로 깔고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들어주기를 설득하며 같은 이야기를 두 번 하니 신경질은 담당자가 먼저 낸다.

그래도 설득하니 계속해서 높으신 나리 눈치를 봐가며 깊은 생각과 들어 줄 수 있는 이야기는 하지 않고 안 되는 말만 해서 더는 이야기해봐야 소용없음을 알고, 일어나 나오는데 듣고만 계시든 높으신 나리께서 시원하다는 표정으로 "잘 가십시오" 한다.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오는 길에 그 옛날의 "안 돼요" 이야기가 생각났다.

작은 고을에 조그마한 경사가 한꺼번에 두 경사가 있어서 지방단체에서 플래카드를 걸어주었는데 다음 날 지사에서 연락이 왔다. 플래카드 걷어서 보관하고 있으니 가져가라는 것이다. 

순간 곰곰이 생각했다. 가져다가 이불을 만들까 아니면 옷을 해 입을까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플래카드 거는 곳에는 사철 본사 홍보물이 가득하여 마땅히 걸 자리도 없다. 걷어다가 강진읍 잘 보인 곳에 걸어두는 성의를 보이면 인물난 해소에 작은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사려 깊은 생각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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