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전화위복
[다산로] 전화위복
  • 강진신문
  • 승인 2021.05.3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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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권 _ 수필가

우리는 지금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을 걷고 있다. 중국 우한 화난수산시장에서 최초로 발생했다는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는 제3차 세계대전을 능가할 화염을 뿜으며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비말과 공기를 통해서 감염되므로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 위력이 대단함을 실감한다. 코로나 초기엔 귀찮게 여겼던 마스크 착용과 체온체크 그리고 손 소독은 밥 먹듯이 일상화 되었다.

인간은 환경 적응력이 아주 뛰어난 것 같다. 매월 정기적으로 만났던 사람들도 1년이 넘어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이젠 반가운 사람과 만나 식사를 할 때도 같은 좌석에 앉지 못하고 멀리 떨어져 앉는다. 함께 모여 영화관을 가든지 스포츠 경기장을 찾아 관람할 수 없다. TV 화면으로 시청하는 것이 이젠 낯설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의 위력은 수 세기 동안 암묵적으로 고착 되었던 세계질서를 재편했다. 개발도상국 국민을 상대로 거드름을 피우던 선진국의 화려한 가면이 벗겨지고 민낮이 드러났다. 코로나19 초기에 마스크 구입을 위해 출생년도 끝자리를 홀수와 짝수로 나누어 해당된 요일에 맞춰 약국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던 적이 있다.

그 무렵 유럽 여러 나라도 정부가 지원하는 마스크와 생필품을 받기 위해 밤샘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자리다툼과 새치기를 하던 장면이 TV에 방영된 적이 있다. 그동안 일등국민이라 자부하던 그들도 생존 앞에 체면 따위는 생각하지 않은 이중성을 드러낸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국민의 국난극복의 의지는 대단했다. 노약자와 어린이에게 차례를 양보하는 미덕을 스스로 실천했다. 그 힘의 원천을 더듬어 올라가면 경험에서 얻은 학습효과 그리고 우리 몸속에 흐르는 흥(興) 때문인 것 같다. 우리 민족은 육체가 힘들어도 가락에 맞춰 흥을 즐길 줄 알았다. 고된 농사일을 하면서도 노래를 부르며 능률을 향상시켰다. 예부터 외세침략을 많이 받으며 살아온 우리 민족은 그 때마다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온 빼어난 민족이다. 몽고의 침략을 받아 소실되었던 <초조대장경>을 불심으로 물리치고자 민족의 염원을 담아 16년 만에 <팔만대장경>을 판각하여 세계문화유산 중 가장 완벽한 대장경으로 가치를 평가 받고 있다. 

코로나19 정국에 모든 분야의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다. 방역초기부터 일상이 힘들어도 불평하지 않고 정부 방역시스템에 일사천리로 따랐다. 대한민국 방역 현장을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며 역시 대한민국은 IT강국이며 일등국민이라는 자부심을 느꼈다.

여러 나라에서 바이러스 백신을 생산하여 공급하고 있다. 우리도 조만간 전체 국민이 예방접종을 받을 것 같다. 비말에 의한 바이러스 감염이 시작 된지 1년이 지났는데 그 전파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예방 접종을 마쳤다고 안심하지 말고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삶이란 아침 햇살 비추면 바람과 함께 사라질 풀잎 위에 맺힌 이슬방울 같은 것이다. 찰나(刹那)와 같은 생을 살면서 자자손손 몫까지 저장해 두려고 환경을 파괴하고 오염시켜왔다. 그 대가를 현대인들이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옛 속담에 '종두득두(種豆得豆) 종과득과(種瓜得瓜)'가 있다. 콩을 심으면 콩을 거두고 오이를 심으면 오이를 거두게 된다. 콩을 심었는데 팥이 나올 수 없고 팥을 심었는데 콩이 나올 수 없다. 많이 심으면 많이 거두고 적게 심으면 적게 거둔다. 악의 씨를 뿌려놓고 선의 열매를 거두려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말고 성실과 인내의 씨앗을 뿌리는 현명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무것도 심지 않고는 아무것도 거둘 수 없다.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1632~1637)는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다. 오늘을 생의 마지막 날처럼 소중하게 여기지 못한 사람은 내일도 귀하게 여기지 못한다. 그 누구도 불로장생 할 수 없다. 유한의 삶을 사는 나에게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아름답고 소중하다. 우리 조상들은 국난이 있을 때마다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극복했던 것처럼 대한민국 국민은 위대하기 때문에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영화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눈앞이 캄캄하지만 눈을 감고 잠시 기다리면 앞이 잘 보인다. 진한 먹구름에 덮여 출구가 보이지 않아도 불평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광명한 날이 올 것이다. 지금 이 시간이 미록 어둡고 차갑더라도 서로 흥을 돋고 도우면 기회의 나무에서 탐스러운 열매가 맺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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