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타산지석(他山之石)
[다산로] 타산지석(他山之石)
  • 강진신문
  • 승인 2021.05.2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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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_ 수필가

「남의 산에 있는 돌이라도 나의 옥을 다듬는 데에 소용이 된다. 다른 사람의 하찮은 언행, 또는 허물과 실패까지도 자신을 수양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 어학사전에 있는 '타산지석'(시경:他山之石 可以攻玉)에 대한 해석이다.

몇 년 전 일본의 후꾸오까를 여행 하면서 겪은 얘기다. 식당에서 윗옷을 의자 뒤에 걸어놓고 점심을 먹었었는데 그걸 깜박 잊고 쌕만 들고 나와 버렸다. 그런데 다음 행선지로 가는 버스 안에서야 알게 되었다.

별로 비싸지도 않는 옷이어서 그냥 놔둘까 하다가 그래도 내가 입고 있던 옷인데 하는 마음에서 가이드에게 지나가듯이 한번 말을 해 봤다. 조금이라도 가이드가 언짢아하면 그냥 놔두라고 할 판이었다. 그런데 그가, 돌아오는 길에 그 식당 옆을 다시 지나가게 되므로 그때 찾아가자고 선선하게 대답을 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전화를 걸어 확인까지 해주었다. 거기에 옷이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돌아오는 길에 식당 옆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굳이 자기가 직접 가서 찾아온 옷을 건네주며 말했다. 식당에서 신분증을 확인하여 인적사항을 적고 난 후 옷을 주더라는 것이다. 그 말에 놀랐지만 옷을 받으면서 또 한 번 놀랬다. 그 옷이 무슨 신문용지도 아닌 깨끗한 종이에 반듯하게 싸여 있었던 것이다. 꺼내 보니 다림질을 한 것처럼 구김도 펴져 있었다. 그들은 그 옷을 곱게 손질하여 그렇게 싸서 보낸 것이다. 그때, 저것이 일본을 관광대국으로 만들고 일본 열도 전역을 관광지화 한 그들의 근성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언감생심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땀에 절은, 한 눈에 봐도 값싼 뱀 허물같은 싸구려 옷 하나를 어디 쓰레기통에다 처박아버리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때 있었던 또 하나의 얘기다. 유명 관광지인 태제부 천망궁을 갔다. 관광지의 입구는 다른 여느 곳이나 마찬가지로 식당과 기념품 가게가 즐비했다. 그 앞을 지나는데 가게 주인인 듯한 할아버지 한 분이 문 앞의 길바닥에 엎드려 무얼 하고 있었다. 일행들은 얘기를 나누면서 그냥 지나쳐 갔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혼자 떨어져 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그것이 눈에 띄었는지 모른다. 아니면 그곳이 신사(神社)라서 내키지 않던 곳이라 별로 경내로 들어갈 생각이 없어서였는지도 모른다. 말이 통하지 않아 무엇을 하느냐고 물어 볼 수는 없고 멈춰서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보도블럭위에 묻어 있는 껌을 떼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주위를 살펴봤다. 아침이어서 인지 물이 뿌려져 있는 보도가 먼지하나 나지 않게끔 얄미울 정도로 깨끗했다.

몇십년 전, 너무 오래 되어서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이 어령 씨가 쓴 「이것이 일본이다」를 읽고, 호·불호를 넘어 그들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해 본적이 있었는데 그때 직접 겪은 또 한 번의 인식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모 신문 기사 내용이다. 우리나라 해외문화홍보원에서 「2020년 국가이미지 조사 보고서」를 냈다. 그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국가이미지가 가장 좋은 나라는 러시아였고, 반면에 한국을 가장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나라는 일본이었다. 그리고 그 일본인의 10명중 4명은 한국이 싫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정치외교에 대한 긍정율이 전 세계 평균 53.3%였지만 유독 일본인들만이 8%로 나타났다고 했다. 숱한 날 그들은 우리나라를 침공하고 약탈했다. 긴 역사속에서 언제나 그들은 가해자였고 우리는 당하기만 한 피해자였다. 그런 그들이 아직도 우리를 싫다고 하는 것이다. 한편으론 괘씸하기도 하고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생각까지 든다.

그러나 소이(所以)는 그렇더라도, 미워해야 할 것은 별도로 하고 본 받을 것은 받아야한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3인행 필유아사언.(三人行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 세 사람이 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 좋은 것은 가려서 좇고 좋지 않는 점은 고쳐야 한다. < 논어 술이 편> - 우리나라의 '고사성어 백과사전' 에 나와 있는 해석이다. 한 개인이나 국가나 그것이 없으면 발전이 없다 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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