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쌀귀리와 묵은지에서 찾는 로컬의 미래
강진 쌀귀리와 묵은지에서 찾는 로컬의 미래
  • 김철 기자
  • 승인 2021.04.12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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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기회로 만들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지역 농업을 살리고 소비자에게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제공하는 대안으로 로컬푸드 붐이 일어난 지 10년이 지났다. 한발 더 나아가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 지역의 농특산물을 활용한 가공유통 관련 산업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강진산 쌀귀리와 묵은지, 여기에 전국 최초 생화 온라인 판매까지. 위기를 기회로 바꾼 강진군의 농특산물 유통 사업을 소개한다. / 편집자 주


예측과 비전으로 준비된 로컬 가공식품 쌀귀리

강진군의 쌀귀리 고추장 1천800개 세트가 지난 3월 24일 공영홈쇼핑에서 매진되며 1억4천만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기대보다 큰 소비자의 반응에 홈쇼핑 측은 즉각적으로 재방송을 결정하고 추가 판매에 나섰다.

강진의 쌀귀리 가공식품이 주목받은 것은 지난해부터 이승옥 군수의 7개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인 '농림축수산업 고부가가치산업'으로의 육성을 위한 장기 플랜에서 출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승옥 군수는 취임과 함께 농산물 제조와 가공, 유통과 체험을 통한 6차 산업화로 농림축수산업의 고부가가치산업 육성을 내걸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당초 강진된장영농조합법인(대표 최향심)은 된장만 판매하려던 것을 강진의 특산품인 쌀귀리를 활용한 고추장(직접 만드는 DIY)도 함께 팔 것을 군에서 먼저 제안해 아이디어가 현실화 되며 의미 있는 성과로 연결되었다.

쌀귀리는 그동안 농가에서 농협이나 대형마트를 통해 대량으로 직거래하거나 박람회와 서울·경기권의 소비자를 찾아가 직접 판매를 펼치는 방식으로 유통되어 왔다. 하지만 팬데믹 상황 속에서 각종 박람회를 비롯한 대면 행사들이 하나둘 취소되었고 서울·경기 등에 직접 판매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

강진군은 위기를 기회로, 발상의 전환을 통해 다양한 판로 개척에 나섰다. 수도권 위주로 전단지와 지하철 광고는 물론, 오직 강진군 식품의 온라인 홍보만을 위한 '강진 식품 서포터즈'를 지난해 새롭게 선정하고 올해 1월 40명으로  정비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서포터즈는 인근 전남·북은 물론 서울, 경기도 등 다양한 지역의 거주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의 게시물은 매월 담당부서의 평가를 받는다. 군에서 한 달에 한번씩 식품을 발송하고 서포터즈들이 직접 맛보고 체험해 개인 SNS에 올리는 방식이다.

강진은 전국 쌀귀리의 최대 재배 면적을 자랑하는 쌀귀리의 메카로 농촌진흥청의 원종을 보급받아 철저한 품질관리로 낟알이 고르고 맛이 뛰어나 전국 최고의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쌀귀리는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 수용성 베타클루칸과 함께 식이섬유도 함유하고 있어 세계 10대 수퍼 푸드 중의 으뜸으로 평가받는다.

대부분의 수입귀리인 겉귀리는 별도 도정이 필요하고 거친 식감을 가진 것에 비해 강진 쌀귀리는 도정이 필요 없고 식감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강진 쌀귀리로 제공되는 가공식품은 총 10가지로 통쌀귀리 선물세트부터 칼국수 면, 고추장, 된장은 물론, 선식과 빵, 떡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군은 이달 안에 강진 쌀귀리 선식을 애틀란타에 위치한 남대문 마켓을 통해 미국 시장에 테스트 입점할 계획이다. 향후 시장 반응의 추이를 지켜보며 정기 입점과 함께 도소매 시장 개척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이승옥 강진군수는 "귀리는 미국에서 오트밀로 불리며 아침 식사 대용으로 일반화 되어 있어, 시장 개척은 장기적으로 낙관한다"며 "특히 최근 아마존에서 칠리 파우더 부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김치 시즈닝' 사례에서 보듯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방법을 찾는다면 K-푸드의 전망은 밝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진 묵은지' 농특산물 가공 유통 새로운 도전

강진군은 쌀귀리에 이어 '강진 묵은지'로 지역 특산물 가공 유통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강진 묵은지'가 쌀귀리 가공과 다른 것은 기존에 없었던 '강진 묵은지'라는 새로운 콘텐츠 자체를 창출해 냈다는 점이다. 가장 지역적인 것에서 킬링 콘텐츠를 발견하고 상품화하는 일은 모든 지자체의 숙제이지만 성공한 케이스는 드물기 때문이다. 

군은 전라도의 손맛을 대표하는 '강진 묵은지'를 대표 특산물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 2월부터 사업 참여자를 모집해 설명회를 개최하고 교육에서 시설구비, 영업 신고에 이르기까지 지역의 손맛을 최적의 상품으로 창출해 내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파오차이', '기무치' 등으로 잊혀질만 하면 김치 해프닝이 일어나는 가운데 지자체와 주민이 함께 하는 강진 묵은지의 개발과 유통은 세계 최고 발효 식품인 김치 종주국의 위상도 높였다는 평가이다. 한국의 김장 문화는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재에 등재되며, 한민족의 소울푸드를 넘어 인류의 자산이 된지 오래이다.

강진 묵은지는 100% 국내산 원료 사용을 원칙으로 일반 김치보다 많은 소금과 젓갈을 넣고 6개월 이상을 숙성시키는 등, 2020년 기획 단계부터 조리법에 대한 기본적인 매뉴얼을 강진군 주민의 손 맛에서 찾았다. 현재 강진군에서는 16개 업체가 영업 신고를 완료하고 강진 묵은지를 판매 중이다.

 

강진 묵은지는 1kg당 1만원(택배비 별도)으로 초록 믿음 직거래 지원센터 061_433-8844, 080-434-2070를 통해 주문 가능하다.

새로운 콘텐츠 개발은 기획 단계부터 철저하게 민관이 똘똘 뭉쳐 '농림축수산업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육성'이라는 비전을 공유하고 적극 대처한 결과로 분석된다. 발효 미학 '한국 김치'의 명성을 '강진 묵은지'에서 찾는 것은 지역의 로컬 푸드의 성장을 넘어서 대한민국의 김치 유통 산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승옥 강진군수는 "앞으로 생산에서 가공은 물론, 도시와 농촌의 연계를 온텍트(ontact) 기반의 다양한 사업을 통해 농업의 본격적인 6차 산업으로의 변모를 꾀할 것"이라며 "팬데믹이 끝나고 대면이 일상화되면, 강진 묵은지와 다양한 가공 쌀귀리를 '강진 일주일 살기'와 연계해 직접 마케팅도 강화해 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밖에 강진군은 전국에서 최초로 생화 온라인 판매를 통해 연일 완판 행진을 이어가는 등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화훼농가 살리기에 나서며 발상의 전환을 통한 위기관리능력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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