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봄비 내리는 날
[기고] 봄비 내리는 날
  • 강진신문
  • 승인 2021.03.2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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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_ 온누리문학 회원

아침부터 나의 일손이 바빠졌다. 전에는 참새들이 아침을 깨웠는데 참새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 많던 참새들이 사라진 것일까? 아마 처마 끝에 달아 놓은 풍경소리 때문은 아닐까? 풍경을 떼어내고 다시 새들을 불러들여야 할 것 같다.

풍경소리보다는 참새 소리가 더 정겹고 사랑스럽다. 잠시 자연이 준 선물을 소홀히 대한 것같아 못내 부끄러웠다.

오늘 아침부터 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있다. 나는 이 비를 꽃비라고 부른다. 봄에 내리는 비는 잠자는 식물을 깨우는 비가 맞는가 보다. 며칠 전 내렸던 비를 시작으로 정원에 잠자던 식물들 기지개 켜고 있다. 며칠 전 날씨가 더워 긴 옷과 두꺼운 옷을 벗어 던지게 하였다.

겨울부터 정원을 새로 꾸밀 계획에 마음 분주했고 삼월 오기 전부터 꽃씨를 파종하기 시작하였다. 지인이 많은 꽃씨를 보내주었고 카페에서 부지런히 꽃씨와 나무를 구입하였다. 꽃으로 가득 찼던 정원에 과일나무와 상록수를 구입해서 심으니 한결 안정된 느낌이 들었다.

내가 키운 나무에 달리는 과일을 따 먹을 생각에 벌써 침이 고인다. 작년 이맘때는 그렇게 많던 제비꽃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이른 봄 정원을 가득 채웠던 작고 귀여운 보라색 꽃들을 다시 못 보면 어떡하지?

정원 여기저기에서 초록 잎들이 올라오는 모습을 관찰하며 그 신비에 떨리는 가슴. 봄은 환희며 생명의 계절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찾아온 봄에게 나도 최선을 다해 대접하리라.

돌담 아래에 황금빛 찬란한 얼굴로 나팔을 불어 줄 수선화, 향기와 그 꽃에 맞는 이름 히아신스 와 튤립, 하얀 크로커스가 지고 나니 보라색과 노란색이 꽃대를 물고 있다.

그동안 모종판에 있던 팬지를 정원에 옮겨 심었다. 작년에 우리 정원을 화려하게 물들였던 팬지를 다시 기대하고 있다. 돌절구에 피어줄 연도 봄맞이에 빼놓지 않았다.

어제는 집에 자라는 달맞이꽃 모종을 저수지 앞 공원에 옮겨 심었다.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려 바람 부는 저수지로 갔다.

공원에 수차례 꽃씨를 뿌렸지만 아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 성급한 나의 마음엔 벌써 꽃이 피었는데.

가운데엔 원을 그리고 원 밖에 모종을 간격 맞춰서 옮겨주었다. 잘 자라 주면 올해도 꽃이 피어 공원이 핑크색으로 물들 거야.

원 안에 테디 베어 해바라기를 30센티 간격으로 파종하였다. 키 작은 노란 해바라기와 분홍색이 잘 어울려 줄 것 같다.

일을 끝내고 나니 팔뚝이 심하게 아팠다. 팔뚝에 알이 배겨서 등 뒤로 팔을 돌리지 못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등이 가려워 긁고 싶었지만 팔이 닿지를 않아 남의 손을 빌려서 긁어야 했다. 어제 옮겨 심은 모종들에게 도움이 되는 비가 내린다.

꽃씨를 파종하고 모종을 옮겨 심었다고 하늘이 주시는 맛있는 양식이다.

올해는 많은 꽃들과 나무가 새로 이사를 왔다. 모두 잘 적응하고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길 기도하며 봄비를 온 몸으로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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