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역천국
[사설] 용역천국
  • 강진신문
  • 승인 2004.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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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현창사업도 신중히 검토하길

행정기관이 어떤 사업을 추진할 때 부족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활용하는게 용역이다. 설계를 할때 용역을 맡기기도 하고 사업계획을 세울 때 그것을 대신 해달라고 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하기도 한다. 잘 활용하면 사업의 효율성을 기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다.

그러나 용역(用役)이 用役(용역)이 아니라 用逆(용역)이 된다면 문제가 많아진다. 용역이 잘못사용되면 잘못되는 일을 합리화시키는 도구가 될 뿐이다.

그런의미에서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된 용역의 문제점은 잘 곱씹어 봐야 할 문제다. 사업을 벌인다며 툭하면 설계를 맡기고, 중간보고라고 해서 갖가지 어려운 말로 평가자들의 귀를 어지럽게 하여 결국은 사업비를 확보해 사업을 추진한 후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용역회사가 잘못한 것이라고 하면 그만인 경우가 많다. 용역회사가 어떤 법적인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니니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이다.  오죽했으면 군의회에서 “강진군은 용역천국이다”라는 말이 나왔을까 싶다.

사업계획 연구용역도 그렇다. 돈을 주기 때문에 용역을 맡는 용역회사야 갖가지 이론과 미사여구로 용역 발주처의 기분을 맞추어 주겠지만 그 사업에 투입해야 할 시간과 돈은 모두 주민들과 연관돼 있다.

축구전용경기장의 설계변경 건도 그렇고 다산현창사업도 타당성을 조사하는 연구용역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 해야 할 사업이다. 

축구전용경기장 설계용역의 경우 당초 사업비가 31억원이었는데 설계용역비 2천900만원이 너무 적어서 지질조사를 못했다고 한다. 그 결과 계약 후 3개월만에 10억원의 설계변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최소한 31억원 규모의 사업에는 1억원 정도의 설계비가 책정돼야 한다고 주무과장이 군의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다산현창사업의 경우 1천200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이라는데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비가 3천만원 뿐이었다고 한다. 설계용역과 연구용역이 다른 부분이 있겠지만 다산현창사업 타당성조사 연구 또한 부실함이 많고 발주처의 구미를 맞추기 위한 대목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실제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보고회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연구용역이 현지 사정을 전혀 감안하지 않았고, 손에 잡히는 사업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질책했다고 한다.

일반인의 눈으로 잠깐 용역보고서를 검토해 보더라도, 이 사업의 가장 큰 목적중의 하나가 다산 정약용선생의 유물등을 체계적으로 보존하는 일이라고 돼 있는데 지금 있는 유물전시관에도 진품하나 확보하고 있지 못하면서 어떻게 현창사업을 통해 유물을 보존관리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정도의 용역자료를 중앙부처에 올려본들 전국에서 올라오는 연구용역을 검토하는 중앙부처의 공무원들이 갖가지 허점을 간과할 리가 없다.
다시말해서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이 진행됐다고 해서 이 사업이 시작이라도 된 것처럼 생각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지역에 1천200억원이라는 국비를 가져와서 다산과 관련된 사업을 이것저것 펼치겠다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겠지만 정부는 이같은 성격의 사업을 추진할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데 강진에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담당자들은 최대한 노력은 해보겠다는 식의 자화자찬이 벌어진다면 웃음거리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래서 제안하고 싶은 것은 이 사업 역시 군 내부적으로 신중한 논의도 하고 중앙정부의 의중도 파악해서 사업추진 여부를 다시 한 번 검토하라는 것이다. 강진에서 다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다산현창사업을 강진의 전략사업으로 추진할 것이냐의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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