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와 사랑의 온도탑
[기고] 코로나와 사랑의 온도탑
  • 강진신문
  • 승인 2021.02.0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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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_ 강진군의회 의원

폭설이 종일 내리는 오후, 나는 창가에 망연히 눈 내리는 풍경을 보며 자못 을씨년스럽게 앉아 있다.

마치 무언가에 잔뜩 심술 난 사람처럼 이것저것 할 일은 넘치는데 좀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어느새 2월 초입, 명절이 코앞에 다가온 시점이니, 다른 때 같으면 대놓고 내색이야 못하지만 어린아이들처럼 은근히 밀려오는 설레임, 말하자면 명절기대증후군 그 즐거움에 사로잡혀 있었을 내가 아닌가.

시장 골목마다 넘치는 떡 익는 냄새도 그렇고 꼬마들을 둔 어린 부모들은 유혹하는 색색의 꼬까옷들은 코끝을 간질하는 음식 냄새와 함께 나늘 취하게 했다. 그 무엇보다 내 가슴을 뛰게 하던 행복한 기다림, 오랜만에 만나는 손주 녀석들 재롱에 대한 기대감이다.

코로나, 그 대단한 기세의 역병의 폐해다. 이 모두를 이룰 수 없는 꿈으로 만들고 말았다.

"아이구! 집집마다 명절에 찾아온 자손들 싸주려고 이것저것 장만해야 대목장이 이루어지고 설 맛이 제대로 나지 할텐데, 엄살이 아니라 여영 사람 구경하지 못한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데 이 어디 설이라 이름이나 붙이것소"

이런 푸념들이 어찌 전통시장에서만 터져 나올까. 삼삼오오 떼 지어 일상의 묵은 스트레스를 풀던 노래방 불빛도 깜깜하고 특유의 맛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던 음식점도 휴업 상태, 거리는 일찌감치 소등하여 적막 그 자체이다.

생계 위험에 처했다는 게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자영업자라면 너 나 없이 힘든 상황, 5인 이상 모임 금지로 발이 묶였으니 일자리가 아예 사라진 실업자들은 일용근로자 모집소 출입조차 힘들단다. 간간히 마주치는 근로자 대기소 앞을 몇 몇 배회자들의 모습이 더덕욱 가슴이 아프다. 그나마 일자리를 만나 뽑혀 나가 하루 일당을 벌 수 있게 된 사람은 특혜중의 특혜를 입은 사람이란다. 

좀체 기세가 꺾이지 않는 코로나로 하여 정부는 현재 거리두기를 2주 연장하는 결정을 내렸다. 대목이라 칭하는 설 명절은 멀리 떨어졌던 친척들이 모여 서로의 안부를 나누는 절호의 기회 아닌가.

그런데 직계가족이라도 사는 곳이 다르면 5인 이상 모여서는 안 된다는 정부지침이 내려졌으니 사상 초유의 사태다.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없는 현실, 우리 모두 아픔이란 등짐을 진 채 고향 쪽으로 발걸음조차 뗄 수 없는 참으로 불행한 방랑자 신세로 전락했다.

명절이면 무료이던 고속버스 통행료도 또 다시 유료로 책정되었다. 부디 부디 고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이번엔 제발이지 점시 멈추소서! 권하는, 우리의 고향길을 말리려는 아픈 속내에서 나온 뼈아픈 결정이란 걸 누가 모를까.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것은 노랫말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이 어렵고 힘든 시기에 어느 때보다 기부 행렬이 이어진다는 뜻밖의 소식이다. 본디 100도를 달성해야 완성되는 사랑의 온도탑들이 각 지자체 모두가 하나 같이 목표치 온도를 초과했단다.

서울은 114,5도 되었고 광주 역시 101,4도로 책정한 목표 온도를 초과 달성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성과를 낸 곳은 우리전남이다. 농도(農道)인 탓에 사실 코로나로 인해 다른 지역보다 고통을 겪고 있는 지역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전남의 온도탑은 무려 140도를 기록, 목표액을 훌쩍 뛰어넘은 성금이 모금되었다.

한 숟갈 한 숟갈이 모여 밥 한 공기의 기적을 이룬다는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는 흔한 사자성어가 이토록 가슴에 와 닿을 줄이야! 한 술 한 술 뜨거운 사랑이 담겨 가득 넘쳐나는 고봉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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