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전합니다"
"고향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전합니다"
  • 김영미 기자
  • 승인 2021.01.15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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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포커스] 경작한 유기농쌀 이웃나눔 갖는 성전면 상월마을 문맹종 씨

귀촌후 농사지어 매년 마을 고령주민에 쌀 전달

성전면 상월길의 한 80대 농부가 자신이 지은 쌀을 농사를 짓지 못하는 고령주민들과 나눠 6년째 섬기고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그는 성전면 상월마을에 살고 있는 문맹종(82)씨로, 지난 겨울에도 함께 추위를 이겨내고자 고령이웃 6명에 쌀 20㎏씩을 전달했다. 그도 고령의 나이에 심장협착증으로 시술 받은 몸이지만 병을 이겨내고 건강을 되찾으면서 농사를 짓게 되었고, 봉사하면서 살다 가겠다는 마음으로 이웃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것.

문 씨는 지난 2015년 35년간 서울에서 개인택시업에 종사하던 생활을 정리하고 노년을 고향에서 보내고자 귀촌했다. 귀촌은 갑작스레 찾아온 심장질환 병마였다. 심장 시술을 받았고 고향으로 내려가 봉사하면서 살다 가겠다는 마음을 먹고 오게 됐다. 곧바로 600평의 땅에 잡초를 뽑아내고 일궈 농사에 적합한 부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친환경 유기농을 선택하고 모내기 후 우렁이를 넣어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하루면 아침, 저녁 두 번 논에 나가 잡풀을 일일이 뽑아내고, 예초기를 매고 논두렁 잡풀도 베어 냈다. 농사일이 힘들 법도 하지만 문 씨에게는 하루하루 커가는 벼를 보면서 보람을 느꼈고, 그러면서 몸도 더 건강해져갔다.

힘들게 경작해 수확한 나락은 햇볕에 3일간 말린 후 방아 찧어 매년 11월 동절기를 앞두고 고령의 나이로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주민과 나눠오고 있다. 첫 해 수확물은 눈여겨 봐 둔 나이든 이웃주민 4명의 집을 찾아가 각각 20㎏ 쌀 한 포대씩을 전했다. 이후로도 매년 주민 4명에게는 햅쌀을 전달해왔다. 하지만 600평에 경작한 쌀은 이웃, 자녀, 아내의 형제들에게 이리저리 보내고 나면 부부가 먹을 일 년치 식량만 겨우 남았다. 이러한 가운데 문 씨는 이웃나눔을 가지면서 주지 못해 서운한 주민 2명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

이에 지난 2020년에는 농사짓는 땅을 1300평 두 배로 늘렸다. 그리고 땀 흘려 경작한 쌀은 2가정을 더 늘려 6명의 이웃에 각각 20㎏ 한 포대씩을 전했다. 이와함께 문 씨는 자신보다 더 나누기를 좋아하는 부인 박정자(78)씨와 땅 60평에 감자농사도 지었다. 감자는 고령이웃들이 반찬으로 드시도록 하고자 10㎏~20㎏씩 15가정에 전달했다. 

봉사하면서 살다가겠다는 문 씨는 결혼하고 10년을 고향 상월마을에서 살았다. 하지만 시골에서 아이들과 먹고 사는 것이 힘들어 광주로 이주했다. 타향살이는 녹녹치 않았다. 누나가 아파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6살, 8살 딸 둘이 남겨졌고 장남인 자신이 키우게 됐다. 자신의 자녀도 5명과 시어머니에 사촌조카 아들까지 3칸짜리 방에서 11명의 대식구가 살았다. 당시 어깨에 짊어진 대식구로 한 달이면 쌀이 80㎏가 들어갔고, 돈이 없어 김장을 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이렇게 어려웠지만 운전업에 종사하면서 열심히 일해 알뜰살뜰 절약하며 내자식, 남의 자식 따지지 않고 공평하게 키웠고 누나의 딸은 대학교수로 성장시켰다. 물론 자녀들은 대학까지 뒷바라지했다. 문 씨는 자신이 어렵게 살면서 쌀의 소중함을 그 무엇보다 알기에 농사지은 쌀은 고령의 나이에 농사지을 땅이 없는 이웃과 어려움을 나누고자 시작하게 된 것이다.

문 씨는 "고령이웃을 도와주고 싶지만 내가 농사지은 쌀 밖에 줄것이 없다"며 "고향에서 내생이 다할 때까지 농사지어 이웃과 나누면서 한집 가족처럼 오손도순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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