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눔보다 통합의 결단이 아름다울 때가 있다
[기고] 나눔보다 통합의 결단이 아름다울 때가 있다
  • 강진신문
  • 승인 2020.11.25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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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갑 _ 전 강진군 기획홍보실장

예전 이맘때면 농촌은 보리갈이로 분주할 때다. 보리재배가 줄어들면서 지금의 농촌은 어느 때보다 한가로울 때지만 단체로 단풍구경 가기도 어려운 시국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바깥나들이도 주저하게 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생활패턴을 겪고 있다.

우리 군은 한때 13만여 명의 인구를 보유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농촌이 그러하듯 인구가 줄고 줄어 지금은 4만 명도 못되는 안타까운 현실에 처해있다. 단순히 인구만 줄어든 게 아니라 고령화되어 가고 있다. 강진읍내권을 제외하고는 초고령화가 된지 오래고 농촌마을에서 아기울음소리 듣기가 힘들다.

필자가 사는 마을만 해도 70년대 중반 130여 가구에 750여명이 거주하였으나 지금은 80여 가구에 겨우 100여명이 거주한다. 퇴직 후 고향에서 텃밭을 일구며 사는 필자가 제일 젊은 층에 속할 정도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업종별위안잔치가 벌어진다. 회원들끼리 모여 즐기고 단합하는 건 좋은 일이고 권장할 일이다. 문제는 군민의 세금으로 이러한 행사를 한다는데 있다. 지금의 농촌은 과거 벼 위주의 단순경종농업이 아닌 복합영농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게 보편화되어있다.

축산인이라지만 매일 축사에 머물지 않고 소 먹이용 볏집을 생산하는 농삿꾼이기도 하고, 임업인이라지만 축사와 밭을 가꾸기도 하며 어업인이라지만 콩과 감자를 재배하기도 하는 복합농가가 대부분이다. 시내에서 가게를 운영하면서 시골에 논밭을 두고 고추와 배추를 재배하기도 한다.

물론 대규모 축사나 과수원, 양식장만을 주업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농촌에서는 대개 복합영농체제이다. 한 가족이면서 축사에 소 먹이 주러 가면 축산인, 표고버섯 하우스에 들러 버섯을 따면 임업인, 물때를 기다려 바닷가에서 조개잡이하면 어업인, 몇 마지기의 논에 벼를 경작하면 농사꾼이 된다. 이런 경우 통상적으로 농림어업인, 줄여서 농업인으로 통칭하기도 한다. 여기에 관내에 주소를 둔 학생과 직장인, 상인까지 아우르면 군민이라는 단어에 다 포함되는 것이다.

농가경영체라는 법적기준에 의해 등록되는 농업인은 통상적으로 농사꾼이 어업인도 되고 축산인도 되며 시내에 작은 가게라도 하고 있으면 상공인이 되는데 굳이 직종별로 수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해가며 농업인, 임업인, 축산인, 어업인의 날을 개최할 필요가 있을까. 어업인의 경우는 좀 덜하겠지만 농업, 임업, 축산인 행사에 나오는 사람은 전혀 다른 얼굴들이 아니다. 대개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그런데도 직종을 구분하여 예산지원을 해가면서 행사를 치르는 것은 낭비일 뿐 아니라 군민화합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현실을 보자. 과거 10만인구가 넘던 시절 군민의 날에는 읍면대항 축구 배구도 했었지만 요즘은 투호나 윷놀이 등과 같은 간단한 민속경기 인원선발도 어려운 실정이다. 군민의 날 옥외행사는 격년제인데 소규모 군민이 참여하는 직종별 행사는 매년 예산지원을 통해 개최하는 것이 타당한 것일까. 차라리 여러 직종으로 나누어 지원되는 예산을 통합하여 차라리 군민의 날에 전 군민이 함께 모여 즐기는 군민위안잔치로 성대하게 개최하는 게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본다. 그럴 경우 각 직종별행사지원비의 절반이면 충분하리라 본다.

각종 행사가 많이 개최됨으로써 광고나 식당 등 부수적인 면에서 오는 지역사회의 선순환적인 경제효과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개별개최보다는 통합개최가 효율적인 측면이나 군민화합, 무엇보다도 예산절감 차원에서 더 효과적이리라 생각한다. 광역자치단체인 광주와 전남의 통합이 이슈화되고 있는 마당에 실제 경제활동인구는 주민등록 인구의 절반도 되지 않은 자치단체에서 직종을 세분화해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옳은 방향일까. 올해는 코로나 분위기로 인해 행사를 축소하거나 내년으로 미뤄놓은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를 계기로 의회와 집행부가 머리를 맞대고 내년부터는 과감히 통폐합하는 것을 검토해 봤으면 한다.

매년 해왔던 행사를 일시에 중단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현재 옥내와 옥외 격년제로 개최되는 군민의 날 중 옥외가 없는 해에 상공인까지 포함하여 세부업종별행사에 지원되는 예산의 일부를 가지고 현재 행사를 주관하는 기관단체가 돌아가면서 전 군민가족이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도록 가칭 「통합군민위안잔치」를 격년제로 추진하는 방법도 괜찮을 것 같다.

나눔의 미학이 아름다울 때도 있지만 통합의 결단이 용기 있게 보일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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