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개교 기념비 앞에서 옷깃을 추수리며
[기고] 개교 기념비 앞에서 옷깃을 추수리며
  • 강진신문
  • 승인 2020.11.25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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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성 _ 강진고 교장

가끔씩 계단을 올라가서 야외학습장에 있는 조형물을 보곤 합니다. 1980년 3월 1일에, 그러니까 지금부터 40년 전에 세워진 기념비입니다. 이 기념비는 강진고의 개교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것으로, 강진의 근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셨던 차부진 씨가 작성한 것입니다. 이 기념비에 새겨진 내용을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그리고 학교장으로서 책임감이 밀려듭니다. 강진군민들이 얼마나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강진고를 세웠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념비를 보고 있으면 강진군민들의 애향심이 거대한 강물이 되어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로부터 우리 고장에 흐르는 애향의 전통'이란 글귀를 보면 확실히 강진군민들의 고향사랑 정신은 무척 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예로 강진의 인재들을 강진의 품에서 키우겠다는 강진군민들의 염원이 모아져 설립된 강진군민장학재단을 들어보겠습니다. 장학재단은 2005년 4월에 지역교육 발전과 우수한 지역인재 발굴 및 육성을 위해 설립됐습니다. 2005년부터 올해 10월 23일까지 169억1천700만원이 조성됐습니다. 특히 올해에는 작년에 비해 49일이나 앞서 기탁금 3억원이 달성됐다고 합니다. 지난 3월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로 인해 지역 경제가 침체된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강진군민들의 애향심과 인재 양성에 대한 뜻이 얼마나 간절하고 애틋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강진 군민들에게는 애향심의 DNA가 거의 본능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진고 30회 졸업생인 송현석 씨가 강진군민장학재단에 200만 원을 기탁했습니다. 강진고를 다닐 때 장학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다는 송 씨는 대학 졸업 후 한국전력공사에 취직해 강진으로 발령을 받고 장학기금으로 200만 원을 선뜻 내 놓은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장학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던 강진의 인재들이 장학금을 기탁하는 사례가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강진의 품에서 공부했던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취업한 후 강진의 품에서 공부하는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을 기탁하는 이 아름다운 전통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이들은 내 고향에 있는 학교를 다니면서 내 고향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됐을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내 고향을 떠나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공업계와 특수 목적고와 같은 강진에 없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는 있겠지만 강진에는 인문계 고교가 2개교, 농업계 1개교, 상업계 1개교가 있어 자신의 적성에 맞춰 선택해 자신의 꿈을 얼마든지 키워갈 수 있습니다.

이들 학교들은 특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알차게 학력을 키워가고 있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학생들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 고장 학교에 진학하면, 대학진학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내신성적 관리에 큰 도움이 됩니다. 실제 타지로 진학한 학생들이 내신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전학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또한 내 고향에서 부모님과 친지들의 보살핌, 오랜 시간 같이 한 친구들과 함께 있다는 심리적인 안정감 속에서 학업에 열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강진의 인재들이 강진의 품에서 학업에 정진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도 더욱 노력할 것이니 지역사회에서도 '내 고장 학교 보내기' 운동에 적극 참여해주시길 당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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