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위대한 간언자
[다산로] 위대한 간언자
  • 강진신문
  • 승인 2020.09.04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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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권 _ 수필가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다.'는 말이 있다. 태평성대를 이룬 임금 곁에는 간언하는 충신들이 많지만, 패망의 길을 걸은 임금 주위에는 아첨하는 무리들이 들끓었다.
국민의 선택을 받아 국정을 운영하는 최고 책임자가 올바른 정책을 펼 수 있도록 신하는 직언을 해야 한다.

지난날 대통령 측근이란 사람들이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을 갖고 국정을 농단하며 주머니를 챙기려다 걸려 포승줄에 묶인 채 재판장에 나오는 모습이 TV를 통해 방영되었다.
이들을 바라볼 때마다 안타까움과 허탈감이 밀려온다. 한편 왕과 신하가 지기상합하여 중국
사상 가장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웠던 정관(貞觀)의 치(治)를 살펴본다.

고구려를 침공하려다 명장 양만춘의 활약으로 실패했던 당나라 제2대 황제 이세민(李世民, 598~649)은 골육상쟁으로 왕위를 찬탈했지만, 중국 왕조사에 최고 현군으로 꼽히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는 하루에 이백 리 길을 달리면서 여덟 번의 싸움에서 모두 이겼으며, 싸움터에서 이틀 동안 눈을 감지 않고 사흘 동안 갑옷을 벗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난세를 평정하고 부국강병을 이룰 수 있었던 배후에 위징(魏徵, 580~643)이란 훌륭한 신하가 있었다.

당태종이 위징에게 군주가 백성을 다스리는 원리에 대해 묻자, "임금은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습니다. 물은 배를 뜨게 해주지만 반대로 전복시킬 수도 있습니다"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그의 간언은 얼음같이 차갑고 태산처럼 준엄했기에 당태종도 두려워했다.

어느날 위징이 당태종을 향해 군주가 큰 뜻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분노를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간언했다. 그러자 당태종은 촌놈이 자신을 능멸한다며 "위징의 목을 단 칼에 베어 버리겠다"며 분노했다. 이를 지켜보던 문덕 황후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야 성군이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황제 앞에 목숨을 아끼지 않고 직언을 할 수 있는 신하를 두셨다는 것은 바로 성군임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그 후 당태종은 위징의 간언을 대부분 받아들였고, 그의 예측 또한 모두 적중했다.
위징이 죽자 당태종은 이렇게 한탄했다.

"내게는 거울이 세 개가 있었다. 하나는 의관을 바로 고치면서 들여다보는 거울이며, 다른 하나는 패망한 나라의 역사가 정치의 거울이었으며, 마지막 거울은 위징이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 가장 값진 거울 하나를 잃었다"

당태종은 고구려와의 전투에서 대패하고 퇴각하면서도 그의 죽음을 다시 한 번 안타까워했다.
"위징의 말을 들어 고구려 정벌에 나서지 않았더라면 이런 쓰라린 아픔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권력자 곁에는 목숨을 내걸고 올곧게 간언하는 위징과 같은 충신이 있지만,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아첨하는 간신도 있기 마련이다.

현명한 통치권자가 되기 위해서는 감언이설로 귀를 즐겁게 해주면서 사리사욕을 챙기려는 모리배들의 술책에 현혹되지 않고, 목에 걸린 가시처럼 거슬리는 쓰디쓴 충신의 충고에 귀를 기울이고 수용해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국민들의 삶은 그만큼 행복해지고 국가도 부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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