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들은 지금 색깔 전쟁중
코스모스들은 지금 색깔 전쟁중
  • 주희춘
  • 승인 2002.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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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완패, 흰색. 분홍색 가을 평정
요즘 초등학생들에게 코스모스 색깔이 무엇무엇이 있느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까. 대부분은 흰색과 연분홍색이라고 말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어른들의 생각과는 사뭇다른 것이다. 어른들은 진한 빨간색을 떠올리고, 그 다음에 연분홍색과 흰색을 생각하게 된다. 어른들의 머릿속에는 코스모스 색깔이 세 개이고 아이들은 두가지인 셈이다. 그러나 이는 모두 틀린 대답이 아니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빨강 코스모스가 지천에 피었지만 지금은 거의 자취가 사라졌다. 코스모스 무리에서 빨간색을 찾는 일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그 개체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코스모스들의 색깔전쟁에서 빨강색코스모스가 완패한 셈이다.

관내 가장 많은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칠량면 일대 도로 주변에서도 빨간색 코스모스를 찾는 일은 보물찾기나 다름없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코스모스 무리를 눈여겨 살펴보면 일정한 비율로 아주적게 빨간색이 남아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코스모스 길을 따라 수백m를 가도 빨간색을 전혀 볼 수 없는 곳도 허다하다.

10여년 전부터 코스모스 종자를 채취해 봄에 다시 뿌리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 칠량면사무소직원들은 빨간색 코스모스의 실종이 피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영두씨는 “힌색과 분홍색속에서 조화를 이루던 빨간색 코스모스를 거의 찾아 볼 수 없다”며 “매년 그 수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대학교 원예학과 자생식물연구실 이철희 교수는 코스모스가 타가수분(他家受粉․같은 종류의 식물에서 한 그루의 꽃가루가 다른 그루의 꽃의 암술머리에 묻는 현상)을 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교수는 “벌이 흰색꽃의 꽃가루를 빨강꽃에 묻힐 경우 연분홍색이 나올 가능성이 놓고, 연분홍색은 갈수록 세를 확장해 간다”며 “이는 전국적인 현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럼 빨강색 코스모스는 이렇게 사라지는 것일까. 이교수에 따르면 빨간색 코스모스를 보존하는 일이 간단하지는 않다. 가장 완벽하게 보존하는 일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벌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붉은 코소모스의 꽃가루를 붓으로만 옮겨주면 가능하다. 물론 빨강코스모스의 꽃씨는 따로 받아두어야 한다. 상당히 어려운 방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빨강 코스모스의 실종이 학계의 큰 관심사는 아닌 것 같다. 코스모스는 원래 토종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보존해야할 가치가 높지 않다는 것.

이 교수는 “코스모스가 남미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이를 보존해야할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아마 외국회사에서는 전문적으로 빨강코스모스 씨앗을 판매하는 회사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대표적인 가을꽃으로 각인된 코스모스가 한가지 색깔을 잃어간다는 것은 결코 흐뭇한 일은 아니다. 특히나 빨강코스모스를 구경하기 위해 외국회사에서 생산한 씨앗을 구입해야 한다는 것도 가을의 한 정취가 실종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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