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일
안개가 부연 간유리판 위로
애기섬 하나 떠 있고
그 넘어 묘뚱 같은 섬 하나
아련히 흘러간다
아직 물에 갇혀
홀로 사는 섬, 섬으로
비가 오면
아아, 따라 우는 유리벽
슬픔을 감출 수 없는 분홍나루
창가에 홀로 앉은 너
젖은 눈동자는
바람에 떨고 있는 아카시아나무를
말없이 바라보며
잎 하나에
그가 사랑을 했다
잎 하나에
그는 사랑 하지 않았다
잎 하나에
또, 사랑을
헤아리는 잎 끝에 달린 진실이
빗물과 함께
떨어지는
이별을 하고
너는
노을빛에 젖은 섬이 되었다
투명한 바위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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