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생각하는 글
가을에 생각하는 글
  • 이홍규
  • 승인 2002.10.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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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들의 아픔을 함께하는 가을이 되자.
여름날의 거친 태풍과 폭우(暴雨)가 모두 지나간 가을들녂은 평온하기만 하다. 고난의 시간들을 견디어 굳굳한 모습을 간직한 잘익은 벼는 마치 인생의 참다운 도를 깨달은 지인달사(智仁撻士)의 모습과 같다. 실오라기 같은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들녂은 온통 황금물결로 출렁이며, 보는 이에게 한없는 기쁨을 주는것이 바로 가을의 정겨운 모습이다.

인간이 시간의 흐름을 거역할수 없듯이 올해도 가을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가을을 맞이하기 위해 농부들은 봄부터 노심초사(勞心焦思) 온갖 정성을 다하여 씨뿌리고, 눈물과 땀을 흘리며 친자식 키우듯 그렇게 키워왔다. 잘익은 벼가 지인달사(智仁撻士)의 풍모(風貌)라면, 농부들의 모습은 땅과 하늘의 사이에서 자연의 힘에 순응하고 땅을 다스리는 생명의 관리자이다. 어쩌면 그들은 천명(天命)을 받은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이땅의 문명이 인간의 삶의질을 향상시키고, 첨단문명의 이기(利器)가 많은 편리함을 줄지라도, 일용할양식인 먹거리를 가꾸는 농부들의 땀방울이 없이는 인류의 생존도 기대할수가 없다. 땅은 인간처럼 남을 속이지않고 정직하기 때문에 심는데로 거두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인간은 바벨탑을 쌓아 하늘끝까지 올라가려는 헛된 욕망 때문에 결국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스스로 욕심의 포로가 되어 미움과
갈등을 유산으로 계속 물려받았다.

근래(近來)들어 첨단산업이 발전하고, 정보화가 촉진되고, 인간의 생활은 편리해지고 과거보다 한층 풍족해졌다. 먹거리또한 풍족해져서, 먹거리의 참다운 가치를 경시하는 풍조마져 만연하고 있어서, 앞으로 위기와 시련이 다가오면 어떻게 대처하려고 그런는지 걱정이 된다. 지금 우리의 생활이 계속 풍요로울수만은 없다.

만약에 기근(饑饉)이 들어 식량대란이 발생하면, 그모습은 참으로 참담(慘憺)할 것이다. 도처에서 굶어죽는 사람들이 발생할것이며, 약탈과 방화 등 범죄가 발생하고 사회는 극도의 혼란으로 인하여 아수라장이 될것이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요셉의 지혜가 필요하다. 애굽(이집트)에 노예로 팔려가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기고 총리가 되어 7년동안 풍년이 들었을땐 전국에 많은 창고를 건축하여 식량을 비축하여 7년동안의 흉년을 이겨낸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선견지명(先見之明) 사천년이 지난 지금의 사람들에게 큰 교훈이 되고있다.

들녂의 잘익은 곡식들은 수확을 기다리고 있지만 농부들은 수확의 기쁨보다는 긴 한숨을 쉬면서 깊은 번뇌(煩惱)에 잠겨있다.
작년(昨年)에 수매한 벼가 미처 처분되지 못하여 금년도에도 쌀대란이 예상되기 때문에 농부들의 걱정거리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쌀농사를 짓기위해서는 농부들의 엄청난 노고와 많은 생산비가 투입이 된다. 그러나 쌀값이 하락되어 생산원가 이하의 수입으로 인하여 수많은 농부들이 도산하고, 결국은 쌀 재배를 포기하게될 상황이 지금 우리 코앞에 닥친것이다.

이러한 참담한 상황을 그대로 수수방관(袖手傍觀) 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정부당국의 시원한 조치가 있어야 하고, 소비자들의 쌀소비촉진 운동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한다.

들녂에 일렁이는 황금물결을 마냥 목가적(牧歌的)인 풍경으로만 지나치지 말고, 그속에 숨겨진 농업인들의 땀과 정성 그리고 긴 한숨과 절망의 목소리를 올바르게 들어야 한다.

농업인들의 얼굴은 뙤악볕에 검게그을리고 근심의 주름살이 그어져 있다. 그분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의 부모님과 형제들의 모습이다. 그분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날수 있도록 우리 모두 올해 햅쌀은 꼭 고향의 농업인들이 생산한 햅쌀을 구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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