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공자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본다.
[다산로] 공자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본다.
  • 강진신문
  • 승인 2020.06.2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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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권 _ 수필가

사람들은 대개 나이를 말할 때 숫자로 말하기보다는 다른 표현을 즐겨 쓴다. 가령 마흔 살은 '불혹(不惑)'이라 하고 쉰 살은 지천명(知天命)이라 하며, 예순 살은 이순(耳順)이라 말한다. 이것들은 공자의 <논어>에서 유래된 표현이다.

공자는 73세에 생애를 마쳤는데, 세상을 떠나기 두어 해 전에 자신의 생애를 뒤돌아보며 담담한 심정으로 일생을 여섯 단계로 나눠서 간결하고 명료하게 기록해 놓은 글이 있다.

"나는 열다섯 살 때 학문에 뜻을 두었고, 30세가 되자 학문의 기초를 확립했고, 40세에는 사리판단에 혼돈을 일으키지 않았고, 50세에 이르러 천명을 깨달았고, 60세가 되자 어떤 말을 귀로 들으면 그 뜻을 알았으며, 마침내 70세에는 마음대로 행동을 해도 도에 벗어나지 않았다."

이 글은 공자의 정신적 발전사이며 내면적 자서전으로 그의 생애를 진지하게 설명해 놓은 것이다.

유년시절을 어렵게 보내던 공자가 15세의 청소년 시절에 공부에 뜻을 세운 후에 학문이 점점 깊어지며 점진적으로 인격 수양되어 감을 선명하게 표현했다. 10대는 두뇌 활동이 왕성하여 원대한 뜻을 세우는 때이다. 옛날에는 나이 열다섯이 되면 대학(大學)에 들어가 공부를 했다. 세상에 태어나 큰일을 해 내려면 뜻을 세우는 것처럼 중요한 것이 없다.

조선조의 위대한 학자 율곡 선생이 42세 때 쓴 <격몽요결(擊蒙要訣)>의 첫머리에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먼저 뜻을 세우는 것이라 고 했던 것도 이와 같은 것이다.

입지(立志)가 없다는 것은 내가 나아갈 방향과 목표가 없는 것이다. 공자는 15세에 뜻을 확고히 세우고 학문으로 길을 갈고 닦아 인격을 완성하고자 일생 동안 노력했다.

공자는 30이 되어 모든 분야에서 자주 독립의 경지에 도달했다. 인생의 확고한 가치관을 정립하고 자신이 서야 할 자리에 당당하게 섰다. 입(立)자는 상형문자로 땅(一)위에 사람이 두 팔을 펴고(大) 늠름하게 서있는 모양이다.

공자는 40이 되어 불혹(不惑)의 경지에 도달했다. 불혹이란 온갖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요지부동한 상태를 일컫는다. 사계절 중 여름이라 할 수 있는 인생의 전성기 40이 되면 물욕. 색욕, 권력욕, 명예욕 등 많은 유혹에 직면하게 된다. 공자는 40대에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떳떳하고 의연하게 자기가 가야 할 길을 갔다고 소회했다.

공자는 50이 되어 천명(天命)을 알았다. 천명이란 하늘이 나에게 맡긴 사명과 운명이다. 사람이 목숨이 끊어지면 천명을 다했다고 한다. 하늘의 명은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불가항력인 것이다. 공자는 50대에 모든 의혹과 번뇌를 버리고 안심입명하며 구국제민을 위해 분골쇄신했다.

공자는 60이 되어 이순(耳順)을 느꼈다. 그동안 남이 자신에게 충고해 주는 말이 귀에 거슬렸지만 60이 넘어서는 무슨 말을 들어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너그러움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남의 이야기를 조용히 경청하고 내밀하게 이해하려면 넓은 도량과 원만한 인격을 갖췄기 때문이다.

공자는 70이 되어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의 경지에 이르렀다.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해도 도덕의 규범과 윤리의 울타리서 벗어나지 않았다.

공자는 평생 동안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14년간 천하를 주유하던 중 세 차례 죽을 고비와 상갓집 개와 같다는 혹평까지 들었다.

그 때마다 하늘이 나에게 천명과 운명을 주셨으니 그 들이 나를 어떻게 하겠느냐고 스스로 다독였다. 그가 주창하는 학문적 태도가 실현가능한 신념으로 확고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자의 나이 표현을 나 자신에 비추어 생각해본다. 예순을 넘긴 지금 나는 과연 어느 정도 이순의 경지에 도달해 있는가. 남이 무슨 말을 하면 그것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는가.

인생이란 미완성에 출발하여 완성에 이르기 위해 분투노력하는 과정이며 하나의 예술품을 만들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여정이다. 우리는 저마다 독특한 빛과 향기를 내뿜는 하나 밖에 없는 걸작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

그 길이 소중한 내 인생을 값지고 아름답게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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