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와 거래자 모두 만족하는 값 결정해야죠"
"농가와 거래자 모두 만족하는 값 결정해야죠"
  • 김영미 기자
  • 승인 2020.06.14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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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포커스] 오른손 장애 극복하고 32년째 강진축협한우평가사로 일하는 김갑동씨

 

노력하면 안되는 일 없다는 신념...우시장에서 배우고 거래소 구입해 복습

어릴적 불의의 사고로 입은 장애를 극복하고 32년째 한우평가사로 삶을 개척해 나간 김갑동(70·신전면 용월리)강진축협 한우평가사.

지난 9일 강진우시장. 각지의 한우농가에서 사육한 소가 거래되는 삶터에 매의 눈으로 한우를 살펴 값을 매기고 있는 김갑동 한우평가사가 분주히 움직였다. 새벽 4시에 시장을 나온 그는 강진우시장에 출하되는 한우 값을 매기는 평가사이다. 그는 32년째 한우 값을 정확히 매겨 농가와 거래자가 손해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을 철칙으로 여겨온다.

김 평가사는 말한다. 똑같은 10개월령 한우라도 혈통, 품종에 따라 골격 등 모든 게 달라 미세한 차이도 잡아내야 한다고. 꼼꼼하고 예리하기로 소문난 김 평가사도 초장기에는 직선발톱을 놓쳐 매수자가 항의해 농가와 다시 가격을 조정하는 실패도 겪으며 더 단단해졌다. 

한 팔로 일을 척척해내는 김 한우평가사는 오늘이 있기까지 수 없이 고생했다. 그는 8살때 불의의 사고로 오른손목을 잃은 장애를 입었다. 성장했지만 한 팔로는 농사도 짓지 못했고 직업도 구할 수가 없었다.

24살 되던 해 시장 노점상을 시작했다. 새벽 3시면 일어나 해남 좌일장 등을 1시간 걸어가 장사하고 삶을 개척해 나갔다. 꼬박 10년을 장사했다. 한푼 두푼 모은 돈에 농협에서 5백만원 빚을 내 시장 장옥을 임대했고, 소 2마리도 구입했다. 이후 장날에 잡화상을 운영하고 소를 키우면서 장이 서지 않는 날은 인근 시·군의 한우농가를 돌아다니면서 소를 구입해 우시장에 되파는 중간 판매업 일도 시작했다. 그때 그의 근면 성실함을 지켜보았던 축협 김호남 전조합장이 강진우시장한우중개사를 권유했고 시작하였다.

소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값을 매기는 평가사 일은 달랐다.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에 수첩을 들고 매일 우시장이 서는 영산포, 함평 등 10곳을 찾아가 중개사들의 한우 평가를 지켜보며 적었다. 또한 중개사가 평가해 거래된 소는 사가지와 줄자로 두상부터 엉덩이까지 길이, 둘레를 재고 자세 등을 살펴 현장에서 보고 배운 것을 다시 공부했다. 또 구입한 소는 키우면서 매일 저울에 재보고 보면 몇 킬로인지 알도록 연마했다.

오른손장애로 수백킬로 나가는 소를 다루는 일은 녹녹치 않았지만 포기는 없었다. 우시장에서 팔리는 소를 구입해 공부하고 다시 되파는 일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그러면서 손으로 젖을 짜보고 임신우가 몇개월지, 임신우 판정까지 배우고 또 배웠다. 여기에 소가 10년이 넘어가면 입술이나 항문에 검버섯이 하나둘 보이는 등 지식도 습득했다. 그 노력의 시간이 무려 10년이다.

지금도 공부는 계속된다. 장마다 찾아가 한우 시세를 살피고 농가와 거래자가 원하는 가격이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피나는 노력으로 한우를 평가하고 받는 돈은 마리당 6천원이다. 이 돈으로 소를 사 공부하고,  키워 50마리까지 늘려 사육중이다.

김 평사가는 "이 분야에 최고는 아닐지라도 못한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며 "정말 말로는 다할 수 없이 배우고 배워서 소 평가에 한 평생 삶을 바쳤다. 지금처럼 농가와 거래자 모두가 만족하는 평가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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