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평생학습인 공자
[다산로] 평생학습인 공자
  • 강진신문
  • 승인 2020.04.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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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권 _ 수필가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 인간이 어느 결정적인 시기에 결정적인 책을 읽고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면 한 권의 책이 한 인간의 운명을 변화시킨 것이다. 만약 나에게 책 중에 책 베스트셀러를 뽑으라 한다면 <논어(論語)>를 뽑지 않을 까 싶다. 그 책 속에 내재 된 깊은 지혜와 인륜을 밝히는 도덕성 때문이다. 논어는 인류의 삶에 영향을 가장 많이 끼친 불멸의 저서로 수천 년이 지나도 세상과 사회가 어둡고 힘들수록 진리의 빛을 더욱 밝히며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논어>의 주인공 공자(孔子, 기원전 551~479)는 노(魯)나라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났던 춘추시대 말기 주(周)나라 왕조의 국력은 쇠퇴하여 왕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나라를 어지럽히는 신하와 어버이에게 불효를 행하는 자식이 속출했으며, 열두 개의 제후국(諸侯國)이 난립하여 무력으로 패권을 다투는 약육강식이 난무했다. 중국 동쪽에 위치한 약소국 노나라에서 태어난 공자는 짧지 않은 생애 동안 어떻게 하면 혼란스런 나라의 기틀을 바로 잡고 천하를 태평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

51세에 현실정치에 참여하여 56세 되던 해 대사구(大司寇)에 임명되어 구국제민에 힘을 기울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10개월 만에 사직하고 노나라를 떠나 위(衛). 조(曺). 송(宋). 정(鄭). 진(陳). 초(楚). 채(蔡)나라 등에서 14년간 제자들과 함께 천하주유를 했으나 시대 상황과 맞지 않아 그를 받아 주는 나라는 없었고 오히려 상갓집의 개, 동서남북인이라는 등 놀림을 당했다. 세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고 68세 되던 만년에 노나라 왕의 부름을 받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공자의 소문을 듣고 노나라 뿐 아니라 위나라와 오나라 등 불원천리(不遠千里)하고 젊은이들이 모여들었다. 공자는 인류 최초의 학원(學園)을 만들어 인재 양성에 헌신하며 만년에 주역에 심취되어 위편삼절(韋編三絶)하며 6경을 정리하였다. 기원전 479년 73세(哀公) 16년 공자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가르친 제자는 3,000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 중 72명의 현인(賢人)과 10명의 철인(哲人)이 나왔다. 귀국하기 1년 전 부인을 여의고 고향으로 돌아온 지 1년 만에 아들 이(鯉)가 죽고 이듬해 훌륭한 덕성을 지녀 애지중지했던 수제자 안연(顔淵)의 돌연한 죽음은 더 할 수 없는 슬픔이었으며, 2년 후 강직한 성품과 곧은 인격으로 신망이 높았던 제자 자로(子路)가 위나라 내란에 휩싸여 순직하자 노년의 그를 더욱 마음 아프게 했다.

공자가 일생 동안 보고 느끼고 주장하고 고민하고 실천했던 것을 총망라하여 기록해 둔 책이 논어다. 논어는 구전(口傳)과 문서로 보존된 공자의 말씀을 바탕으로 편찬된 책으로 현대인들에게 지혜의 바다요, 진리의 요람이며, 인생의 길잡이라 할 수 있다.

<논어>는 공자가 세상을 떠난 뒤 제자 가운데 제2세대가 모여 공자의 말씀을 수록 편집했다고 하는데 누가 언제 완성됐는지에 관해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논어>의 구성은 조직적이거나 체계적이지 않고 각 편의 첫 글자를 따서 이름을 붙였기에 명칭 속에 뜻이 내포 돼 있지 않아 자유롭게 책을 펼쳐 읽더라도 뜻을 의미하는데 어려움이 없으며 문장이 짧고 간결하여 독자가 쉽게 다가 설 수 있다.

공자는 학문으로 원대한 목표와 이상을 확립했으며, 일생 동안 쉬지 않고 호학인(好學人)으로 한 길을 걸어왔다. 공자는 특정한 스승이 없었다. 배움에 막힘이 있으면 지위나 나이 학식 따위가 자기보다 못한 사람이라도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발분망식(發憤忘食)하고, 절차탁마(切磋琢磨)했음을 그가 보여준 불치하문(不恥下問)을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송(宋)나라 목암선경(睦庵善卿)이 편찬한 <조정사원(祖庭事苑)>에 나오는 '공자천주(孔子穿珠)'란 공자가 진(陳)나라에서 곤경에 처해 있을 적에 아홉 구비 구멍이 있는 구슬에 실을 꿰려고 하는데 구멍이 작아 실을 넣지 못하고 있자 뽕밭에서 뽕을 따던 아낙네가 한 마디 했다. "찬찬히 꿀을 가지고 생각해 보세요" 공자는 그 말뜻을 깨닫고 개미를 붙잡아 허리에 실을 묶어 구슬의 한쪽 구멍에 밀어 넣고 꿀로 유인하여 구슬을 꿰었다. 공자천주란 공자가 뽕을 따는 아낙의 지혜를 빌려 구슬을 꿰었다는 이야기다. 공자는 가리지 않고 누구한테서나 배웠으며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면 모든 사람이 나의 스승이라고 했다.

평생교육을 잘 실천해서 인류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인물이 미국 제16대 링컨대통령이다.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교육의 기회로 삼아라" 하고 말했다. 그는 시골 빈궁한 농가 통나무집에서 태어나 정규 학습이라곤 초등학교 1학년 밖에 다니지 못했지만 평생학습을 통해 마침내 변호사가 되고 미국 국민 뿐 아니라 온 세계인에게 존경받는 위대한 대통령이 되었다.

우리는 지금 평생교육 천국에 살고 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평생학습 기관에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설되어 있다. 부단한 평생학습을 통해 온 천하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내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열심히 갈고 닦아서 삶을 더욱 윤택하게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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