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행]성전면 월남리 상월마을
[마을기행]성전면 월남리 상월마을
  • 조기영 기자
  • 승인 2004.11.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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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바로앞 풀치 20여가구 생활

마을기행-성전면 월남리 상월마을

완연한 가을이 찾아왔다. 한풀 기세가 꺾인 가을 햇살을 받으며 찾아간 곳은 성전면 상월마을. 강진의 관문인 풀치재에 위치한 상월마을은 20여채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아담한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마을은 정면으로 월출산이 바라다보이고 마을 우측에는 월남저수지가 자리하고 있어 산자수려한 모습이다.


상월마을은 가소와 호암으로 일컬어졌으며 일제시대에는 마을 토지에 모래가 많아 사평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 69년 월남저수지 축조로 가소가 수몰지역에 포함되면서 높은 지역인 호암으로 주민들이 이주해와 현재의 마을을 형성했으며 마을 이름도 월남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다 하여 상월이라 개명했다.

상월마을은 지형이 소의 형국이라 전해지며 이와 관련된 지명을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소의 귓부리에 해당되는 곳인 귀먹쟁이, 큰골 논밭사이의 작은 동산으로 소똥에 해당된다 하여 불리워진 똥뫼산, 쟁기에 채우는 방애와 비슷하게 생겨 일컬어지는 방애다리, 소의 배에 해당하는 와우등, 마을 남쪽 들녘의 멍생이등은 멍에에 해당된다.

또한 마을의 뒷산으로 3개의 봉우리가 연이어 있어 불리워진 지명인 삼봉, 옛날 신호를 하기 위해 불을 피웠던 곳으로 정상에는 측량 기준점의 표시가 남아있는 불썬봉, 마을 북쪽에 위치한 골짜기로 지형이 뱀과 같아 불리는 배암골, 승려가 죽으면 화장하던 곳이라고 전해지며 쥐엄나무가 자생하고 있어 쥐엄나무골이라고 일컬어지는 버텅골, 작천 퇴동마을로 넘어가는 재로 떡을 이고 가던 아낙네가 떡을 빼앗겼다는 데서 유래된 떡다리골, 마을 앞 들로 장승과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서 일컬어진 장성배기 등의 지명이 마을 곳곳에 남아있다.


마을 안길을 따라 곳곳에 서있는 감나무에 매달린 감들이 빨갛게 달아올라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옛 모습을 간직한 돌담에는 초록빛 담쟁이덩굴이 수북이 덮여 마을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하다. 

수백년의 세월을 이겨낸 팽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 마을회관 앞 공터에는 재활용품 수거용기가 마련돼 있다. 24가구 50여명의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상월마을은 분리수거를 생활화하면서 쓰레기 발생량을 줄여 깨끗한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빈병, 플라스틱, 고철 등은 따로 모아 재활용센터에 보내 활용하고 있으며 음식물 쓰레기는 가축의 사료나 햇볕에 말려 농작물의 비료로 사용한다. 상월마을은 지난해 쓰레기분리수거 우수마을로 선정돼 군수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마을회관에서 문평식(46)이장을 만났다. 문이장은 “상월마을은 강진의 관문에 위치해 있으며 월출산과 월남저수지가 인접해 있어 산수좋은 고장”이라며 “마을의 환경을 지키기 위해 모든 주민들이 쓰레기분리수거에 동참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이장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상월마을은 7가구가 살고 있는 인근 신월마을과 통합돼 한마을을 이루게 된다. 신월마을은 원래 상월에 속한 마을이었으나 지난 67년 거리가 멀어 한개의 자연부락으로 독립되던 것. 이번 통합으로 상월마을은 풀치재를 넘어 강진의 첫 마을로 자리하게 된다.


마을 여기저기를 둘러보다 만난 박동신(69)씨에게서 마을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박씨는 “마을에 농토가 적다 보니 봄, 가을이면 인근 산에서 나물과 약초를 채취해 생활에 보태는 주민이 많았다”며 “지금도 1년에 1회 월출산 국립공원의 허가를 받아 취나물, 고사리 등을 채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산세가 좋아 주민들의 심성 또한 그에 못지 않다”며 “주민수가 많지 않지만 서로 친목이 깊고 어려운 일에 협동심을 발휘하는 마을”이라고 자랑했다.   

마을 앞에 펼쳐진 월남저수지는 낚시터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사시사철 강태공들이 손맛을 느끼기 위해 찾는 월남저수지는 주민들의 노력으로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주민들은 월남저수지 주변에서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정화활동을 펼쳐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내년에는 저수지 주변에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하고 주민들이 환경관리원으로 나서 쓰레기 불법투기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상월마을은 한때 굿물치기로 유명한 마을이었다. 매년 설날이면 마을에서 꽹과리, 징, 설장고, 태평소 등의 악기를 잘 다루는 주민들이 굿물팀을 만들어 성전뿐만 아니라 작천 갈동리 등에 가서 굿물을 쳤다. 이 때 사례로 받은 곡식 등을 모아 동답을 구입하기도 했으며 칠석, 유두에 마을잔치를 여는 비용으로 사용했다. 현재도 징, 꽹과리 등이 마을회관 옆 창고에 보관돼 있지만 50여년 전부터 굿물치기의 전통이 사라져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상월마을 출신으로는 한국전력공사 광주지점 시설부장을 지낸 김흥식씨, KBS 광주방송총국 직장예비군 중대장을 맡고 있는 임종준씨, 한국전력공사 서울본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광호씨, 한국전력공사 과장으로 흑산도에서 근무중인 김영철씨 등이 이 마을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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