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커피와 농업
[기고] 커피와 농업
  • 강진신문
  • 승인 2019.12.0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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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_ 옴천면 부면장

어느 시골의 한적한 커피 판매점에 들어선다. 손님은 없다. 우리들 뿐이다. 주인은 아무런 표정이 없다. 주방에서 자기 일만 하고 있다. 들어서자마자 주문하고 요금은 먼저 지불한다.

나무로 만든 불편한 의자지만 좋은 경치를 볼 수 있는 자리를 찾아 앉는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종소리가 울린다. 주문한 음료가 준비되었으니 가져가란 소리다. 얼마간의 시간은 지나고 주문한 음료는 다 마셨다. 빈 잔을 치워야 할 것 같은데 치우질 않는다.

빈 잔은 마신 사람이 반납해야 한단다. 그 집을 나오는 순간 허탈하고 강탈당했다는 느낌이다. 마시기 전에 요금을 먼저 지불하고 음료는 스스로 가져다 마시고 마신 후 빈 잔은 손님이 반납하고... 주인은 돈만 받고 있다.

서비스를 받으러 간 것인지 장사하는 사람 돈 벌어 주러 간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임대료와 인건비가 비싼 서울이나 대도시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이해되지만 한적한 시골에서 대도시의 문화를 그대로 따라 하는 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다. 사람들은 요즈음 문화이고 시대의 흐름이라고들 말한다. 그런것이 좋다고 아무 생각 없이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짠하다. 커피전문점에 가면 음료 한잔이 종류에 따라서 3~5천 원 정도 하는 것 같다. 쌀 가격으로 계산하면 10 공기 이상이다(20㎏한포 가격이 6만 원일 때) 비싼 가격이다.

요즈음 읍내에 가보면 커피 전문점이 여러 곳에서 성업 중이다. 군청 주변에도 대여섯 곳이 있는 것 같다. 향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는 소문이 있어 커피가 기호식품으로는 단연 으뜸인 것 같다. 우리나라 원두커피 수입액이 1년에 7천억 정도 되고 국내 시장규모는 12조 원을 넘어섰다고 하니 주식인 쌀 소비금액을 넘어선 시장규모가 아닌지 모르겠다. 일부 지역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있지만 100% 수입농산물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몸에 좋은 농산물은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신토불이:身土不二)이 최고라 하지만 커피는 예외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몸에 맞지 않은 것 같아 커피음료는 거의 마시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밥을 먹은 후 커피를 마셔야만 속이 개운하고 소화가 잘된다고 한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공기를 마시고 밥을 먹는 것처럼 일상화되어 있는 것 같다.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것을 숙주(宿主)로 커피 축제를 몇 년째 진행하고 있다. 게다가 중앙정부에서는 유망축제로 선정하여 지원하고 있다.

지역경제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자존심도 지켜가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으면 좋겠다. 커피는 수입 농산물이다. 단순히 몸에 좋고 향이 좋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 농산물의 주권은 어디로 갔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이런 행사는 지역경제에 얼마간 도움을 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농업을 망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 농산물에 근간을 두지 않는 시장 상품은 외세에 쉽게 흔들리고 지속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외국산 기호식품이 쌀시장규모를 넘어서고 있고 쌀 소비 규모는 매년 감소하고 있는데 우리 농업의 현실은 어떠한가. 농가 소득이 4천만 원을 넘었다고 한다.

쌀 가격이 하락하면 직불금의 형태로 보전해주고 시장격리곡이라는 명목으로 매입하여 가격을 조정하는 등 벼농사짓기에 최적의 조건을 조성해 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역설적으로 현재는 벼재배 면적의 타 작목으로 전환을 권장하고 있다. 좌회전 깜빡이 넣고 우회전을 강요하는 것이 요즈음 정책이 아닌가 싶다. 혼란스럽지만 지금까지 이어온 농업은 내년에도 큰 변화 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보조금은 선거와 당파싸움으로 줄어들지 않고 관행처럼 지원되어 농업의 자생력을 잃게 만들고 농민들은 자기 계발을 거부하고 현실에 안주 하고 있다. 이런 사회에 농업의 미래는 있을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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