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의 지식 창고, 강진군도서관
[기고] 나의 지식 창고, 강진군도서관
  • 강진신문
  • 승인 2019.12.02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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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우 울산과학기술원 대학원

 

"책은 마음의 양식이다." "Today's Reader will be Tomorrow's Leader."우리에게 친숙한 위의 격언들처럼 책을 읽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은 모두에게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왜 책이 우리에게 중요한 걸까? 오랜 기간 공부해 왔던 학생으로서,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한 몇 가지 이유들을 적어 보았다.

우선, 책을 읽으면 머리를 굴리는 훈련을 할 수 있다. 여기서 머리를 굴린다고 함은, 책에 쓰여진 문장을 읽으면서 문장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상황이나 개념을 머릿속에 생생히 그려 보는 것을 말한다.

"당신은 현관 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갑니다." 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머릿속에 본인이 상상하는 거실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독자의 머리는 책에서 묘사된 세계와 책이 전달하는 개념들을 상상하고 구체화하는 능력을 학습한다.

만약 "문을 열고 거실에 들어가는 상황"이 문장이 아니라 영상 매체 또는 그림으로 전달된다면, 그 사람은 본인이 머릿속으로 그려낸 상황이 아닌, 영상이나 그림에 그려진 모습으로만 그 상황을 받아들일 것이다. 이처럼 책은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는 독자로 하여금 본인만의 세상을 상상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책을 읽는 사람은 책을 통해 표현력과 어휘 실력을 늘릴 수 있다. 특히 소설을 쓰는 작가들은 같은 상황을 묘사하더라도 그만의 독특한 문체로 설명한다. 내가 최근에 읽은 '한 강' 작가의 소설집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날카로운 주황색 빛은 그 여자의 두 눈꺼풀에, 얼얼한 망막 위에 해독할 수 없는 문자처럼 찍혀 번득였다. 『훈자』, 한 강"

태양을 잠시 동안 쳐다본 뒤 눈을 감았을 때 눈 앞에 빛의 잔상이 아른거렸던 경험은 거의 모든 사람이 겪어 보았을 것이다. 이러한 빛의 잔상을 작가는 '해독할 수 없는 문자' 라는 기발한 표현을 사용하여 묘사하고 있다. 이렇듯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다양한 문학적 표현을 접하며 작가들의 말솜씨에 익숙해지게 되고, 이를 통해 본인의 삶을 더욱 다양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된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책은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선사한다. 기술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책 한권을 만드는 데 시간과 돈이 많이 들었겠지만, 요즘은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좋은 책들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서 도서관에 가면 누구나 대출증을 통해 돈을 내지 않고도 책을 읽을 수 있다. 따라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보는 것은 돈을 내지 않고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정말 행복하게도 책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났다.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강진군 도서관에 자주 방문하곤 했는데, 연한 색깔의 천가방(에코백)에 책을 여러 권 빌려 담아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던 기억이 있다. 당시의 강진군 도서관 시스템은 한 사람 당 세 권을 2주 동안 빌려서 볼 수 있는 시스템이었는데, 내가 가진 대출증에 부모님의 카드 또한 같이 사용하여서 세 권 이상 빌려 보기도 하였다.

도서관에 가면 책 읽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책걸상에 앉아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많이 있었다. 군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책과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을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참 고마운 제도라고 생각된다.

도서관에 가면 누구라도 마음껏 읽을 수 있기에 책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또한 책을 읽는 것은 가장 적은 돈으로 가장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성인이 된 나는 지금도 학교 도서관을 즐겨 이용하는데, 저마다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책들이 줄줄이 정리된 책장 사이를 걸으면서 읽을 책을 고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책 읽기의 즐거움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만끽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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