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진에도 로컬푸드가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기고] 강진에도 로컬푸드가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 강진신문
  • 승인 2019.10.27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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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자 _ 군동면 삼화마을

나는 전라북도 군산에서 태어났다. 당시 예비군 중대장이었던 남편과 결혼하여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갈 무렵 서울로 이사를 했다. 애들은 나름대로 잘 키워 모두 결혼까지 시키고 40여년 전 살았던 고향으로 2010년도 귀농을 결심했다.

당시 남편이 중대장으로 재직하면서 박봉을 모아 구입해 놓은 군동면 삼화마을 산 너머 큰 바위 얼굴 아래 2만 여평의 땅이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그냥 줘도 안 벌 땅 들이다. 그동안 밭은 묵혀져 산이 되었고 당시 심어놓은 밤나무들만 많이 자라 있었다. 귀농과 동시에 남편은 트랙터를 구입하여 아침부터 해질 때까지 우리 두 부부는 묵혀진 밭을 일구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귀농 1년차 남편이 갑자기 몸이 이상해 병원을 찾은바 피부암으로 3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판정에 눈앞이 캄캄했다. 그러나 우리 두 부부는 하늘밖에 보이지 않은 산속 밭으로 날마다 출근하여 맑은 공기 마시며 그냥 건강만 되찾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욕심 없는 나날을 보냈다.

하루, 이틀, 사흘, 1개월, 2개월, 3개월이 지나도록 절망감속에 우울한 나날들을 보내야만 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매일 하느님께 기도하고 산속의 맑은 공기마시며 남편의 몸에 좋다는 약초를 찾아 온산을 헤매기도 했다. 가슴 조이던 1년 만에 병이 완치가 되었다는 의사진단은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암에 걸리면 살기 어렵다고 들 하던데. 묵혀진 밭을 일구어 각종 채소류 등을 심기 시작한지 9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시장에 내다 판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서울 친구들에게 내가 산속 청정지역에서 재배한 것이니 마음 놓고 먹어라 하고 그냥 보내주는 재미로 살았다. 그간 초록믿음 직거래센터에도 가입하여 택배로 농산물판매를 시도해 보려 했지만 1차 신선농산물이라 그리 쉽지가 않았다. 신선야채류 등 소량이라 택배 등은 더더욱 어려운 문제였다.

금년 초 정옥태 강진농협장께서 집을 찾아오셨다. 민선7기 군수공약사업이면서 강진군 협력사업으로 농협에서 로컬푸드를 운영하게 되는데 참여할 의향이 있냐며 자세한 설명을 해 주셨다. 손수 재배에서부터 컴퓨터 라벨출력까지 모든 과정을 본인이 해야 한다고 했다. 그간 서울에서 사회복지사로 활동을 했기에 70나이지만 컴퓨터는 자신이 있었다. 또한 농협에서 교육도 한다고 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참여했다.

금년 초부터는 그간 9년간의 노하우를 살려 시기에 맞추어 종자를 파종했다. 내손으로 씨를 뿌려 가꾸고 수확하여 선별하고 포장해서 내가 받고 싶은 대로 가격을 결정하여 라벨지 붙여서 판매대에 진열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끝이었다. 다음날 가보면 내 물건은 보이질 않는다. 내 이름은 군동면 삼화마을 김명자인데 누가 내 이름을 알까. 나를 아는 사람이 사갔을까. 신기하면서도 나름 흥미를 느꼈다. 3개월이면 저세상으로 간다던 남편의 병도 1년만에 완쾌되고 자식들도 서울에서 걱정 없이 살고 있어 더 이상 욕심 없이 남편 공경하며 이웃과 오순도순 남은여생 살고자한다

처음에는 버스차비(왕복2,000원) 빼고 1만원 수입이 되면 좋겠다. 했더니 23,500원이 통장에 들어오니 너무 좋아서 홀딱 홀딱 뛰었다. 요즘은 한 달에 100여 만원 이상씩 통장에 입금되니 남부러울것이 없는 큰 부자가 된 것 같다. 우리 군에 로컬푸드가 생기면서 요즘 나의 하루 하루는 너무도 재미있고 보람차다.

오후에 수확을 해다가 밤새 선별하고 포장해서 다음날 아침 7시버스로 로컬에 진열하고 8시30분차로 집으로 돌아와 아침 먹고 또다시 산속농장으로 향하는 게 나의 일과이다. 교회를 다니기 때문에 1주일에 6일간은 매일 출하하고 주일 날 만은 출하하지 않는다. 물건이 적을 때는 버스로 짐이 많을 때는 우리 집 아저씨 빨간색 마티즈 중고 소형승용차에 싣고 가기도 한다.
또한 로컬푸드 매장 들어서면 농협직원은 물론 군청 직원들이 인사하며 너무 친절하게 반겨줘서 힘이 난다. 

벌써 지난 여름 무더위와 가을장마는 어디를 갔는지.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이제 풀들도 기세가 한풀 꺾인 듯하다. 아침 차창너머로 가을 들판은 날마다 비어져만 가고 있다. 다가오는 겨울철에 로컬푸드에 무엇을 낼까 이시간도 고민하고 있다. 그간 3개월 정도에 걸쳐 1차 신선농산물만 26개 품목을 출하하여 단연 가지 수로는 내가 우리군에서는 제일 많은 품목을 출하하고 있다고 한다. 로컬푸드 큰돈은 안 되지만 날마다 움직이며 사람만나고 활동하기 때문에 건강에도 좋아 로컬푸드가 존재하는 한 계속 참여 할 계획이다.

나이 드신 모든 군민들께 우리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이 다소 때깔은  덜 한다 하더라도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여 큰 욕심 없이 로컬푸드 참여를 권하고 싶다. 강진 로컬푸드는 우리 군민들의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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