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詩] 어머니의 근심
[독자 詩] 어머니의 근심
  • 강진신문
  • 승인 2019.10.18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채용 _ 기획홍보실장

세월의 무게감이 내려앉아 더욱 굽은 허리에
근심이 한숨이 되어 내려앉는다

걸어서 다닐 때는
나이 들면 노망은 안 걸려야 한다고 걱정하시더니
요양병원은 절대 안가고
죽어도 집에서 죽는다고 입버릇처럼 되뇌시더니

가시처럼 마른 다리로 요양병원에 들어가신지 2년 6개월
여전히 어머니의 머리맡엔
근심이 한숨이 되어 내려앉는다

멀리가지 말라고 불안해하며 한 번
더 놀다 가라고 아쉬워하며 또 한 번
백발이 듬성듬성 내려앉은 이순에 가까운 아들인데
마주보고 건네는 말엔, 일곱 살 아이를 어르는 듯
살뜰함과 다정함이 가득하다
요양병원에 가면 제 살 다 먹고 돌아가신다고 하더니
인생의 사계절, 그것도 겨울의 끝에 다다른 나이
어머니의 몸은 혹한을 치러낸 고목처럼
살은 거의 없고 뼈만 앙상하다

살아생전 볼 수 있는 날이 그리 많지 않은데
남은 날이 살아온 날보다 손에 꼽을 듯 훨씬 적은데
이별을 눈앞에 두고 손도 쓸 수 없는 불효자식의 가슴엔
황량한 찬바람만 가슴을 찢을 듯 세차게 불어온다

가시밭 인생길 굽이굽이 걷는 걸음
핏자국처럼 선연한 슬픔을 다독이며 고생많으시었소.
어머니
불쌍한 우리 어머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