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공자의 특별한 제자 사랑
[다산로] 공자의 특별한 제자 사랑
  • 강진신문
  • 승인 2019.10.2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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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권 수필가

양육강식이 존재하는 동식물세계에서 종족번식을 위해 진화를 거듭 하듯이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은 성인들도 자신이 남긴 법과 사상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훌륭한 제자를 양성했다.

그리스도의 열두 제자, 공자의 공문십철(孔門十哲), 석가와 아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퇴계와 그 문하생들 다산의 제자들 참으로 훈훈하고 아름다운 사제관계다.

그 가운데 공자학원을 들 수 있다. 공자는 제자가 자기의 뜻을 말하면 기쁜 마음으로 경청하고 물음에 답하였다. 공자학원은 백화난만(百花爛漫)한 봄날의 꽃동산처럼 제각기 화려한 빛깔과 아름다운 향기를 자랑하는 것과 같았다. 찬란한 꽃동산에서 스승과 제자가 추상(秋霜)과 같은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 점이 공자학원의 특색이었다.

그 제자들 가운데 수제자로 안연(顔淵)을 들 수 있다. 안연은 불우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지와 덕이 뛰어날 뿐 아니라 연구와 수행에 전념하여 공자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공자는 안연을 장차 자기의 학문적 후계자가 되어 자신의 이상과 경륜을 후세에 전파하리라 믿었기에 공자의 사랑과 신뢰는 대단했다. 어느 날 공자가 자공(子貢)에게 물었다. "너하고 안연하고 누가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느냐?" 자공은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감히 어떻게 안연을 당할 수 있겠습니까? 안연은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아는 총명한 사람입니다.

저는 하나를 들으면 겨우 둘을  알 정도입니다." 이 말을 들은 공자는 말했다. "네 말이 맞다. 너는 안연을 당할 수가 없다. 나도 너와 마찬가지로 안연을 당할 수가 없다."

진실로 제자를 신뢰하는 말이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나는 안연과 온종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안연은 내 말을 조용히 듣기만 하고, 반대하거나 이론을 말하는 일이 없다. 얼핏 보면 바보와 같다.

그러나 물러서서 그의 생활을 보면 내가 가르친 대로 실천을 한다. 안연은 참으로 가르친 보람이 있다. 그는 결코 바보가 아니다." 안연은 말이 없지만 속이 깊은 사람임을 칭찬한 것이다.

공자께서 제자들에게 시간이 날 때마다 역설했던 것은 인(仁)과 사랑(愛) 그리고 용서(恕)였다. 공자와 안연 둘만 있을 때 안연이 인에 대해서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자기의 사욕을 이겨내고 예에 돌아감이 인을 하는 것이니 하루라도 사욕을 이겨 예에 돌아가면 천하가 인을 허여한다. 곧 인을 행하는 것은 자신에게 달려있으니 자신을 극복하고 예로 들어가는 것이 인이다."라고 말했다.

안연이 다시 조목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예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 예가 아니면 말하지도 말고, 예가 아니면 행하지도 말아야 한다." 이 말을 들은 안연은 이렇게 말했다. "제가 비록 불민하나 청컨대 이 말씀에 종사하겠습니다."

예의가 없는 것이 무례라 하고 예의에 벗어난 것을 결례라 한다. 무례와 결례의 행동은 남에게 불쾌감을 주고 사회의 공공질서를 어지럽게 한다.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하고,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려면 저마다 예를 지키고, 예를 실천해야 한다.

예란 가식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예를 가리킨다. 예는 국가의 줄기요, 우리 사회의 줄기요, 우리 몸의 줄기다. 예는 우리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등뼈와 같은 것이다. 등뼈가 망가지면 일어서거나 걷지를 못한다. 예를 지키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고 친밀했던 사이도 멀어지게 되며 결국은 그 사람을 잃어버리게 된다. 인간관계가 어지러워지고 사회질서가 혼란에 빠진다.

예도 일정한 정도가 있어야 한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필요 이상으로 예를 베풀면 아첨하는 것이 되고 오히려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과공비례(過恭非禮) 혹은 번문욕례(繁文縟禮)라는 말이 있다. 예를 지키되 지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중용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공자의 희망이요 기쁨이었던 안연이 32세에 요절하자 공자는 크게 탄식하게 하였다. <논어>에서 가장 인간적이고 감동적인 장면은 안연의 죽음과 공자의 슬픔을 기록한 부분일 것이다.

70세의 고령이 된 공자는 안연의 돌연한 죽음을 당하자 하늘한테 버림을 받은 심정으로 비통해 했다."아!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였구나.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였구나." 두 번 외치면서 통곡했다.

그를 따르던 제자들이 "선생님께서 너무 애통해 하십니다."하고 말하자. 공자께서는 "내가 너무 애통함이 있었느냐?" 하며 "저 사람을 위해 애통해 하지 않으면 누구를 위해 애통해 하겠는가." 하면서 안연은 다른 사람에 견줄 바가 아님을 말했다.

공자는 안연을 비평하여 이렇게 말했다. "안연의 죽음은 참으로 안타깝도다. 나는 안연이 부단히 진보하고 노력하는 것만 보았지만, 게을러서 정체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제자 안연은 부단히 전진하는 사람임을 믿은 것이다.

자신의 학문을 숭상하며 가난한 생활을 태연하게 즐기는 안연을 이렇게 말했다. "어질다 안회여! 한 대그릇의 밥과 한 표주박의 음료는 누추한 시골에 있는 것을 딴 사람들은 그 근심을 견뎌내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즐거움을 변치 않으니 어질다 안회여!"

천하주유를 하던 때였다. 공자는 송나라 광이라는 곳에서 조난을 당하여 생명의 위협을 느낀 적이 있다. 그때 공자를 수행하던 안연은 어찌된 일인지 일행보다 늦어 소식불명이 되었다. 걱정하던 중 안연이 나타났다. 공자는 안연이 무사한 것을 보고 다행히 여기면서 말했다. "나는 네가 보이지 않아 죽은 줄 알았다."

안연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이 살아 계시는데 제가 어떻게 죽을 수 있겠습니까?" 간결한 대화지만 서로 믿고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어는 정도 인지를 말해준다.

어느 날 노나라 군자 애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제자들 중에서 누가 제일 학문을 좋아 합니까?"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안연이라는 제자가 있었는데, 학문을 제일 열심히 하였습니다. 분노를 남에게 옮기는 일이 없고, 같은 실수를 두 번 되풀이하지 않았습니다.

안회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는 참으로 학문을 좋아하는 제자가 없습니다." 공자가 안연의 죽음을 슬퍼하는 동시에 안연만큼 학문을 좋아하는 제자가 없음을 한탄한 것이다.(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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