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나의 첫 근무지였던 군동면을 회상하며
[기고]나의 첫 근무지였던 군동면을 회상하며
  • 강진신문
  • 승인 2019.10.13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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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희 주민복지실 복지정책팀

2017년 10월 나의 강진에서 첫 근무지는 군동면이다. 군동면에서 근무는 공직 초년생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많은 점을 배워서 고마운 마음뿐이지만, 이를 표현하지 못한 점이 많아서 신문 지면을 통해 이제야 고마움을 표시하고자 한다.

부끄럽지만 대학원 생활에 대해 잠깐 언급하고자 한다. 대학원생이라면 누구나 생업을 유지하기 위해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저는 오랜 기간 동안 재학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없었다.

경제적으로 부유해서 그렇기 보다는 지도교수님께서 타 학생들과는 달리 다른 방식으로 나를 활용하셨기 때문이다.

바로 교수님 연구실이라는 공간에서, 교수님께서 번역하시고자 하는 원서(일본어)를 바로 번역해서 한국어로 말씀하시면 나는 컴퓨터로 타자하고, 교수님께서 글을 완성하시면 글을 매끄럽게 맺는 역할을 했다.

또한 교수님께서 어문이 한자 어휘 투성이인 오래된 문헌이 현재 대중들에게 유효하다고 판단하면, 현대인들이 이해할 수 있게 매끄럽게 서술하라는 말씀을 하셨고, 나는 그렇게 하였다.

나는 사회학을 통해 혼자보다는 여럿이서 협업을 해야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intelligence)'이라는 용어를 배웠지만, 이를 무시하면서 성장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크게 학문적 발전을 못했던 것은 내가 이 '집단지성'을 무시하면서 대학원 생활을 지내서 그렇지 않는 가 생각해본다. 마치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말이다.

이런 자세로 첫 발령지인 군동면에 왔으니, 얼마나 엉성했을 지 상상이 가실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래도 군동면이었기에 내가 성장하기를 참고 인내해주신 거라 생각이 든다. 나는 군동면에서 세 분의 팀장님을 모셨다.

첫 팀장님이신 박혜령 팀장님에게는 복지업무를 대할 때 민원인에게 낮은 자세를 임해야 되는 것을, 두 번째 팀장님이신 김수진 팀장님에게는 공직자로서의 갖추어야 될 바른 자세를, 세 번째 팀장님이신 신경렬 팀장님에게는 업무를 대할 때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세 분의 팀장님들은 나에게 모두 고마운 분들이지만, 개인적으로 너무나 죄송하고 나를 많이 성장시켜주셨다고 생각이 드는 팀장님은 두 번째로 모셨던 김수진 팀장님이다.

김 팀장님을 통해 노인복지 담당이었던 내가 노인일자리업무 밖에 못했는데, 장사(葬事)업무, 노인복지서비스업무, 더 나아가 노인복지업무의 꽃이라고 부르는 경로당 운영비 정산업무까지 할 수 있었다. 

김 팀장님께서는 신속하고 정확히 업무를 내리시고, 하시는 분이다. 그 점을 팀원들에게도 강조하신다. 반면에 나는 군동면에서 노인복지 업무담당이었지만, 업무처리가 어설프기 그지없었다.

노인일자리 담당이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어르신들의 활동일지를 제대로 작성하지도 않는 등 실수라고 표현할 수도 없는 '엉터리' 그 자체였다. 그 때마다 김 팀장님께서는 나의 업무에 대해 지적해주시고 고쳐주셨다.

또한 김 팀장님께서 나에 대한 중요한 지적으로, 내가 남의 탓을 많이 한다는 것을 주지시켰다. 나의 이 행태를 크게 보면 학문적으로 정의내릴 수 있는데, 내가 주요 방어기제로 투사(透寫, projection)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내가 학교 다닐 때 다른 사람들에게 투사는 위험하다고 항상 강조해왔는데, 내가 무의식적으로 투사를 쓴다는 게 놀라웠다. 투사는 자신의 감정이나 행위를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림으로서 자신의 자아를 방어하는 것인데, 이는 자신의 잘못된 점을 직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고 미성숙한 방어기제이다.

김 팀장님께서 항상 나한테 엄격하신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 군에서 "활동일지가 잘못 작성되었으니 수정하시오"라고 얘기가 나왔는데, 김 팀장님께서는 내가 잘못했다는 점을 아시면서도 나를 위해 열심히 대변해주셨던 점이 기억이 난다.

나는 2019년 1월 군으로 전입해 주민복지실에서 근무하면서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음을 느낀다. 그래도 즐겁게 일하고 있는 바탕에는 여러 공직 선배님의 업무경험과 가르침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특히 김수진 팀장님께 늘 감사하며, 어디서 뵈든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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