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강진경찰서에서 불어오는 소통의 바람
[다산로]강진경찰서에서 불어오는 소통의 바람
  • 강진신문
  • 승인 2019.09.2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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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길성 강진교육발전협의회장

지난달 말 시문학파기념관에서 강진경찰서가 주관하는 시민과 함께 하는 경찰 반부패 대토론회가 열렸다.

경찰에서는 버닝썬 사건 등에서 확인된 유착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고강도 대책을 마련하고 국민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나 공직 사회에 대한 높아진 기대수준을 바탕으로 경찰 대책의 지속성과 실효성에 대해서 우려하는 시각이 일부 존재했다.

경찰의 부패 근절 노력에 대한 공감과 지지를 바탕으로 반부패 대책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청렴 '붐'을 조성하기 위해서 마련한 자리였다.

처음에 경찰 반부패 토론회 자리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무척 당황스러웠다. 군청이나 교육청 등 다른 기관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참석해 본 경험이 있지만 경찰서에서 주관하는 토론회는 처음이라 생소했다.

토론회 주제도 지역 사회 현안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경찰 반부패 토론회라고 하니 부담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신선했다. 국민들에게 권력기관으로 여겨지는 경찰서에서 반부패를 주제로 여는 토론회에 호기심이 들기도 했다.

90여분 동안 진행된 토론회는 격의 없는 대화의 장이었다. 유착비리 발생 원인과 유착비리 근절 청렴도 향상 방안에 대해 기탄없이 이야기해주라는 강진경찰서장 제안에 참석한 여러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청소년들에게 술과 담배를 팔지 않도록 업주들을 계도해 주라는 의견부터 시내 어두운 곳 가로등 설치와 순찰 강화, 음주 단속 문제, 지역 연고주의 극복 등 많은 의견들이 쏟아졌다.

강진경찰서 실과장들이 모두 참석해서 꼼꼼히 메모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참석자들의 의견 하나하나에 성실히 답하며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경찰서장의 모습도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사실 일반 국민들이 공직사회에 거는 기대는 굉장히 높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 같으면 불거지지 않을 문제들이 민주화된 지금 사회에서는 투명하게 비춰진다. 절차와 과정의 공정성을 요구하고 참여와 소통을 희망한다.

과거와 같이 '나를 따르라'는 식의 전통적 리더십이 국민들에게 더 이상 수용되지 않은 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십이 소통의 리더십이다.

레이먼드 윌리엄스가 「키워드」란 책에서 말한 것처럼 소통을 뜻하는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에는 일방통행식 과정인 '전달'이라는 의미와 공통·상호적 과정을 뜻하는 '공유'라는 의미가 동시에 존재한다. 일방적 전달의 의미로 쓸 때는 조작적 소통이, 상호적 과정으로 보면 참여적 소통이 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일방 통행식 전달이 많이 이루어졌다. 리더가 지시하면 직원은 그 말을 받아쓰기에 바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질문을 통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어렵고 구성원들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을 힘도 생기지 않는다. 그저 지시하고 전달하고 실행하기에 바쁜 악순환이 반복된다.

반대로 커뮤니케이션이 '공유'라는 의미로 쓰일 때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된다.
어원적으로 communication이라는 말은 라틴어 'communicare'에서 유래한 말로 '공유한다' 또는 '함께 나눈다'는 뜻이다. 메시지를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보다는 어떠한 경험을 함께 한다는 의미다.

공통의 경험을 함께 나누는 것이 곧 소통이며, 공유된 경험은 내가 지금 경험한 것을 상대방도 마침내 경험하리라는 '공감'의 원천이 된다. 이러한 소통은 동기를 부여하고 효율성을 높이며 갈등을 줄여 신뢰 관계를 형성하게 한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현대사회를 일컬어 위험사회라고 규정하고 있다. 산업화와 근대화를 통해 발전한 과학기술이 인간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주지만 과학의 양가성과 불확실성이 통제할 수 없는 새로운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날로 증가하는 대형 안전사고와 환경오염, 산업재해, 핵, 화학 등의 재난 사고는 인간의 삶에 치명적인 위협요소가 되고 있다.
이러한 위험 속에서 경찰의 한정된 자원만으로는 치안을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역 사회의 협력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과거에는 경찰이 치안을 담당하는 공급자이고 시민은 경찰의 법 집행 대상자로 여겨졌는데 반해 지금은 경찰이 시민이고 시민이 곧 경찰인 시대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지난번 경찰반부패 대토론회는 뜻깊은 소통의 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경찰서의 일방 통행식 전달 과정이 아니었고 다양한 지역 문제를 공유하고 경찰서장과 시민단체 대표들이 보다 안전한 지역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나눔의 자리였다.

이러한 소통의 바람이 가정과 직장, 지역사회 곳곳에 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막힌 담이 헐리고, 갈등이 녹아내리고 조화로움과 협력의 길로 나아갔으며 하는 바람이다. '사랑이 담긴 소통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달팽이도 뛰게 한다'는 말이 새롭게 다가온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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