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만의 수제맥주를 출시하고파"
[기고] "나만의 수제맥주를 출시하고파"
  • 강진신문
  • 승인 2019.09.08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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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정 _ 마량면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결혼 후 지난해 말 남편을 따라 강진 마량으로 이사했다. 번잡한 도시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평화롭고 정적인 곳에 오니, 처음에는 마치 신선이 된 것 같은 기분에 한껏 들떠 있었다. 그러다가 봄이 지나갈 무렵 갑자기 무료함이 밀려왔다.

강진군청 홈페이지를 뒤적이다가 강진청년일자리카페 개소 소식과 함께 청년 취창업 프로그램 과정 1기 모집 글을 보았다. 그 중 가장 눈에 띄었던 교육은 '홈브루잉 마스터'과정이었다.

평소 맥주를 매우 좋아하는 데다 맥주 관련 단기 강좌에도 참여했던 적이 있어서 바로 참가신청서를 제출했다.

6월 10일, 홈브루잉 수업이 시작되었다. 참가신청서를 제출한 지 20여 일이 지나 시작된 첫 수업이라 매우 떨리는 동시에 기대감에 부풀었다. 특히 강진청년문화창작소 개소 후 이뤄지는 첫 수업이었기에 모든 기계 및 기구, 각종 물품들은 새것이었고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어 뭔가 '후한 대접'을 받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참 좋았다.

첫 시간부터 맥주 원액 캔으로 가장 손쉽게 제조할 수 있는 페일에일 맥주를 만들어보았다. 맥주를 제조하는 순서는 첫째, 가장 먼저 주원료가 되는 곡물(보리, 밀 등)을 빻는다. 둘째, 온수조에서 일정 시간 당화를 시키고 이를 자비조로 옮겨 펄펄 끓여 농축을 시킨다. 셋째, 여기에 맥주의 향과 맛, 방부효과 등을 부여하는 홉을 투하하여 적당히 끓으면 다시 냉각을 시킨다. 넷째, 이를 발효조에 넣고 효모를 투입하여 각 맥주의 종류에 따른 알맞은 온도의 저장고에 넣어 발효를 시킨다. 이 과정에서 알코올이 생성되고 몇 주간 숙성을 시킨 뒤 설탕을 넣어 맥주를 페트병 또는 유리병에 넣어 병입하면 서서히 탄산이 생성되어 맛 좋은 맥주가 완성된다.

총 8주간의 수업 동안 페일에일, 밀맥주, IPA(인디아 페일에일), 스타우트, 포터 맥주 등을 제조했고, 맥주의 기본 재료인 물과 맥아, 홉, 효모 이외에도 지역특산물과 각종 과일을 첨가해 맛과 향을 더한 다양한 맥주를 만들어보았다.

수업 중간 중간 강사님이 직접 만든 맥주와 시판된 맥주들을 시음하는 시간도 가졌는데, 평소 별생각 없이 마시던 맥주들을 설명을 들으며 맛과 향, 풍미 등을 비교하며 시음을 하니 내게 맞는 맥주를 찾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수제맥주는 제조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제조 후 치우는 시간도 만만치 않았다. 성인 한 명이 충분히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 큰 당화조와 자비조의 맥아 찌꺼기들을 걸러 버리고, 깨끗하게 씻으며, 병입에 사용할 페트병과 발효조를 소독하는 과정까지. 단순한 듯 하면서도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작업들이었다.

주 1회 하루 4시간씩, 총 8주간의 수업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을 텐데, 매주 새로운 맥주를 제조하며, 맥주에 관해 공부하고 토론하면서 매주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만약 현재 혼자서 맥주를 만들어보라고 한다면 능숙하게는 못해도 더듬더듬 만들어볼 수 있는 실력에는 이른 것 같다. 좋은 인연을 통해 맥주를 더 알아가고 사랑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언젠가는 직접 만든 나만의 수제맥주를 출시하겠다는 소망도 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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